이명박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경인운하가 다음달 개통 2주년을 맞는다. 경인아라뱃길은 많은 사회적 논란 속에서 2조2500억원이란 거액이 투자돼 2012년 5월 정식 개통했다.
아라뱃길은 서울 강서 지역 한강 하류와 인천 서구 서해안를 연결하는 총 연장 18km의 인공수로다. 운하 중간에 서해갑문 2기와 한강갑문 1기가 설치돼 수심을 유지하고 있다. 아라뱃길의 화물부두인 경인항은 김포와 인천에 각각 화물 처리를 위한 터미널을 두고 있다. 한진해운 CJ대한통운 대우로지스틱스 인터지스 등의 물류기업들이 부두를 운영 중이다.
아라뱃길 사업이 처음 추진될 당시 많은 물류전문가들은 운하의 물류기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로 위주의 우리나라 물류 환경 상 뱃길을 통한 물류는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납기일이 여유가 있는 화물들은 저렴한 운임에 매력을 느껴 운하를 통해 수송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아라뱃길 사업을 강행했다.
2년이 흘러 아라뱃길의 물류기능을 뒤돌아봤을 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진정한 운하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을 잇는 상선 운항은 전무한 상황이다. 그나마 인천터미널을 통한 국제 해상항로가 취항 중이지만 여건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수자원공사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아라뱃길의 물류 성적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1년간 경인항을 통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만여TEU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예측치의 9%에 불과했다. 특히 양쪽 갑문을 통과해 수송된 컨테이너는 단 하나도 없었다. 기대했던 경인운하의 물류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인 셈이다.
물동량 부진은 선사들의 서비스 철수로 이어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1월 경인항과 중국 칭다오를 잇는 컨테이너노선을 접었다. 2012년 2월 첫 출항한 뒤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심각한 실적 부진에 손을 들고 말았다. 이 노선은 화물창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2년을 운항해 왔다. 서비스 철수 당시 중국에서 싣고 온 화물은 80개 안팎, 경인항에서 싣고 나간 화물은 20개 정도에 불과했다. 빈 배로 경인항을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진해운의 서비스 철수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진해운은 현재 아라뱃길의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다. 부두 운영주체마저 열악한 사업성에 해운서비스를 포기하고 만 것이다. 이로써 경인항 기점 컨테이너선 운항사는 중국 다퉁국제항운(EAS인터내셔널)만 남게 됐다. 국적선사는 떠나버린 아라뱃길을 외국선사가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은 항로 재개의 뜻을 비치고 있지만 6.3m밖에 되지 않는 아라뱃길 수심에 맞는 선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라뱃길의 물류기능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와 관계당국의 전방위적인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물류업계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김포터미널 인근 배후부지 개발, 인천 중고차 단지의 경인항 이전, 배후부지 내 제조기업 유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화주나 물류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적극적인 아라뱃길 홍보도 필수적이다.
아라뱃길 부두운영사들은 물류기능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3~4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앞서 얘기한 정책 지원이 신속히 추진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2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경인운하다.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돌파구 찾기에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