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제 상황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호조세를 나타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유럽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유럽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 및 성장회복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유럽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혀온 재정문제는 각국 정부의 긴축과 경제 구조조정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으로 보고있다.
독일의 경우 유럽에서 유일하게 재정 흑자국이며 사회적 지출과 기타지출을 줄여나가는 등 재정개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 등도 전반적으로 재정적자를 축소해 나가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등 EU 주요 국가들도 증세정책과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대에 힘입어 재정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현재 유럽은 문제시됐던 국가들의 Break-up 리스크의 감소와 더불어 주요 국가들의 긴축 등으로 과거에 비해 재정문제 발생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
하지만 중국, 브라질 등 유럽의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로화 평가절상, 독일에 대한 과도한 수출 의존도 등으로 2013년까지 유럽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부문의 경쟁력이 향후에도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높은 실업률, 고용인구 감소,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및 낮은 가처분소득 증가율 등으로 유럽위원회(EC)와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유럽 경제회복의 핵심 요인으로 기대하고 있는 민간소비 역시 당초 기대에 비해 낮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ECB의 양적 완화 효과와 규모가 경기를 부양하기에는 부족했으며, 이로 인해 유로존의 경제 반등세가 강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유럽 경기회복세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ECB가 추가 양적 완화를 시행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지만, 유럽의 여러 가지 특성을 감안하면 향후 시행될 양적 완화는 기존의 기준금리 인하 및 장기대출제도(LTRO)를 통한 유동성 공급 방식으로 시행될 것이며, 그 규모 역시 미국에 비해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럽은행에 대한 규제 변경은 유럽 내 은행채권 투자자의 최종 손실가능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부실은행에 대한 EU 개별국의 지원 가능성을 낮추고 은행 부실과 국가 부도의 연결고리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EU 국가들의 국가신용등급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판단된다.
현재 유럽의 소위 ‘잃어버린 10년’은 지난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일본은 내수침체로 수입이 줄고 실업률이 상승했고 기업들의 해외자산 매각과 투자 철수로 일본으로 엔화가 유입돼 엔고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유럽은 일본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경제구조 등 여러가지 면에서 큰 차이가 있고 ECB의 통화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유럽 경제가 1990년대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상태로 갈 가능성은 낮다.
나이스신용평가는 ECB의 양적 완화로 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지속될 것이며 은행 규제 강화 등 유럽 통합에 따른 문제점들을 점차 해소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유럽 금융시장은 현재와 같은 호조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여력이 많지 않은 가운데 순수출 성장세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특히 높은 실업률, 고용인구 감소, 부동산시장 회복 지연 및 낮은 가처분소득 증가율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가 어려운 상황임에 따라, 향후 유럽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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