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크선 시장이 단기적인 급락세를 보이면서 해운업계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BDI(건화물선운임지수)는 이달 중순 최근 4개월간 최저치인 1370을 기록했다.
선형별 용선료도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말 3만8999달러였던 케이프사이즈 일일 평균용선료는 1만2888달러까지 하락했다. 연말 1만4천~1만5천달러대였던 중소형선 용선료는 1만2천달러대로 떨어졌다.
최근의 시장 하락은 새해 해운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해운업계에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한 달 전만 해도 2300선을 넘어서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줬던 BDI가 한 달 만에 반토막 이상 나자 다시금 해운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됐다. 올해도 적자 경영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란 패배주의도 해운업계 저변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최근의 벌크선 시황 급락은 기상 재해가 배경이다. 지난해 연말 불어 닥친 호주의 사이클론과 브라질을 강타한 폭우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시속 200km를 넘는 열대성 폭풍 사이클론이 호주를 덮쳐 포트헤들랜드 등 주요 벌크부두에서 철광석 선적이 차질을 빚은 것이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발레도 브라질에 내린 폭우로 ‘불가항력’을 선언, 철광석 250만t 수송이 무산됐다.
연초의 벌크선 시장 부진은 지난 몇 년 동안 되풀이돼 왔다. 그 이유도 호주 지역의 사이클론과 브라질의 폭우로 똑같았다. 반복적인 경향은 곧 예상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번 시황 하락도 해운 시장에선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다만 하락 폭은 예상치를 빗나간 면이 없지 않다. 많은 시장조사기관들은 운임 하락을 예상하면서도 약보합세 내지 소폭 하락으로 내다봤었다.
예상을 벗어난 시황 하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펀드멘틀(기초여건)의 변화가 아닌 ‘센티멘틀’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운임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시장참여자들이 소폭의 수요 감소나 운임하락에도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최근의 BDI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이다. 해운시장에서 ‘심리적인 측면’이 시황 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우리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의 해운 경쟁력 확보 전략이 긴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번과 같은 단기 급등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기 위해선 일시적인 풍파에 맞서 견딜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비용절감 전략을 수립하고 장기운송계약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 만성 저수익 시대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본이나 그리스와 같이 선주사와 운항사가 전문화돼 발전을 도모하는 해운업계 토양 변화도 요구된다. 선박금융의 선진화를 위해 해운업계와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는 상설 기구 설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해양수산부 주도로 지난해 말 발족한 해운금융포럼의 기능 확대를 통해 국내 선박금융시스템의 체질 개선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운임덤핑과 일감몰아주기, 역외탈세 등 해운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고질적인 병폐들을 정상화하고 건전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 도입도 고민해야 한다.
긴 불황의 터널은 우리 해운업계에 큰 시련을 안겨준 것은 물론 해운산업 발전 과제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기회도 줬다. 큰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값진 교훈을 다시 망각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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