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나란히 강등됐다. 두 회사간 자금 거래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15일 한진해운의 무보증회사채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 A2-에서 각각 BBB+(부정적) A3+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진해운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수익창출력 약화와 재무레버리지 확대, 유동성 소진 등이 고려됐다.
첫째 운임하락과 연료유 가격상승 등으로 한진해운의 수익창출력이 크게 약화됐다. 특히 대형선박의 지속된 시장투입과 물동량 증가율 둔화로 시황회복은 지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계절적 성수기인 3분기에도 뚜렷한 상승을 보이지 못하면서 영업적자 기조를 탈피하지 못했고 경쟁 대형선사의 제고된 원가경쟁력과 시장지배력 강화(P3네트워크 구축)는 시황 및 약화된 수익창출력의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둘째 영업현금창출력 약화와 선박투자 등으로 한진해운의 재무레버리지가 크게 확대됐다. 2013년 9월 말 별도기준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986.8%에 이른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신평사는 평가했다.
셋째 영업에서 창출된 재원을 바탕으로 과중한 차입금 상환부담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돼 보유 유동성 및 대체자금조달 여력이 점진적으로 소진되고 있다. 더욱이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 등 유동성 확보방안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10월31일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지원(대여 1500억원)을 받는 등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한신평 관계자는 운임 등 펀더멘털 요인이 가시적 회복세를 보이거나 자구노력과 계열, 채권단 등 외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유동성이 안정적으로 보강될 경우에는 신용등급 전망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한 대한항공에 대한 신용평가는 신평사마다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한신평은 대한항공과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기평은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두 신평사는 항공기 도입 관련 재무부담 확대와 한진해운에 대한 재무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업계의 우월적 시장지위, 여객부문의 성장세 및 대규모 항공기 확충에 따른 시장지배력 강화 가능성, 양호한 현금영업이익 창출능력 등을 감안할 때 대한항공의 원리금 지급능력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유동성위험이 증가한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지원은 양 그룹 간 재무적·영업적 분리경영과는 다른 형태로 신용위험이 연계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중단기적으로 한진해운의 신용위험 변동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판단이다.
한신평 기업·그룹평가본부 유건 실장은 “부정적인 영향 정도는 향후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각자 신용도, 지원규모 및 상호 연관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자금대여 규모는 현금성자산(9월 말 기준 약 1조 원) 보유 규모와 담보로 받은 한진해운 지분의 시장가치 등에 미뤄 단기적으로 대한항공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했다. 나이스신평은 향후 상황에 따라 대한항공의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어 자금지원 방법과 그 적정성 등을 모니터링해 신용등급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달 31일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약 4570만 주) 중 약 1920만주를 담보로 해 한진해운 측에 1500억원을 대여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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