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처럼 슬프고 아름답고 눈물겨운가 하면 웃음과 행복이 넘치고, 그리고 유머와 스릴도 듬뿍 담긴 “인생은 아름다워(La Vitta E Bella/Life is Beautiful)”는 명작중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선 IMF로 인해서 온통 난리를 쳤고 필자도 직장에서 강제 퇴사를 당한 1997년에 제작돼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나중에사 불이나케 챙겨봤던 영화였기에 더욱 애잔한 기억속의 영화라 여러 장면을 기억한다. 20세기 인류의 가장 불행한 사건,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독특함으로 큰 갈채를 받으며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고 아카데미상도 7개 부문에 노미되어 남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 음악상 등 3개부문을 수상한 작품으로서 “이 영화의 미덕은 비극을 전달하는 유머의 힘, 즉 가장 비극적인 상황을 가장 희극적으로 다뤄 성공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제2차 대전중에 자행된 독일의 유태인에 대한 학살을 그린 영화들은 수없이 많았고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사실적인 영상이 너무나도 리얼하게 현장의 내용을 담고 있어 진한 아픔과 감동을 준 작품,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에 버금가는 화제를 모았었다.
대개의 유태인 학살 영화들이 어둡고 우울하며 전쟁의 아픔 및 인간에 대한 소중함을 무겁게 다뤄왔으나 이 영화 ‘인생은~’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사뭇 다르고 이태리가 낳은 세계적인 감독 겸 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가 감독과 주연을 맡아 유태인 학살이란 너무나도 끔찍한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잔잔하게 진한 감동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쾌함 뒤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전쟁의 비극을 그 어느 영화보다도 슬프고 진한 여운이 남는 영상표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켜 가슴 뭉클한 감동과 비애를 동시에 선사 하는 가슴시린 영화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Leon Trotskii)가 암살당하기 직전에 남긴 글,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가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단 후문이 있기도 한 이 영화의 줄거리는 유대인 수용소의 힘든 생활을 점수따기 게임이라고 속이고 어린 아들에게 수용소의 비참함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버지의 비극적인 삶의 여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말의 이태리, 시골 출신으로 부모가 정해준 혼처를 마다하고 약혼자가 있는 초등학교 교사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Nicoletta Braschi)’를 사랑하게 된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그녀와 함께 황급히 살던 동네에서 도망을 친다.
5년 뒤 귀도는 조그마한 서점을 운영하며 부인 도라와 아들 ‘조슈아(조르지오 깐다리니)’와 더불어 행복에 겨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나치가 이태리를 점령하게 되자 귀도와 조슈아는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 도라는 유대인이 아니었지만 남편과 아들을 따라 나선다. 하지만 도라는 남녀 분리 수용 규칙에 따라 별도 수용으로 헤어지게 된다. 귀도는 조슈아에게 자기들 부자는 게임을 위해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라며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에게는 1등상으로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어린 아들이 수용소 생활에 힘들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게 거짓말을 한다.
생지옥 같은 수용소 안에서 혼자서 아들을 책임져야 하는 귀도는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가 다 게임이고 놀이라고 속이게 되고 조슈아는 전쟁이란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그냥 아빠와 재밌는 놀이나 게임을 한다고 여긴다. 수용소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귀도는 자기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아들을 지키려고 순간순간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다. 마침내 독일이 패망하자 귀도는 조슈아를 숨겨두고 도라를 구하려다가 독일군이 쏜 총에 사살 당한다.
한편 조슈아는 날이 밝을 때까지 독일군에게 들키지 않고 조용히 숨어있으면 마지막 1000점을 채워 게임에서 우승한다는 아빠의 말을 믿고 나무 궤짝에 들어가 숨어 있는다.
그리고 다음날 누가 1등상을 받게 될지 궁금해 하며 텅 빈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조슈아 앞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승전한 연합군의 탱크가 다가온다.
견디기 어려운 수용소 생활을 조슈아와 함께 하며 독일군 앞에서 갖가지 속임수와 장난질로 죽기 전까지 아들에게 일부러 웃기며 씩씩한 모습을 보이던 귀도의 죽음은 인생이 아름답다는 제목과는 달리 비극으로 귀결되지만 사랑하는 아들에겐 아무리 힘든 시련도 시각을 달리하면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삶이란 아름답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부자가 수용소에 끌려와 방을 배정받고 독일 장교가 수용소규칙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독일어 할 줄 아는 사람은 나오라고 하자 전혀 모르는 귀도가 나가서 엉터리 통역을 하는 장면은 웃음과 절망, 희극과 비극이 한 곳에 녹아있는 안타까운 걸작의 코미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감독이자 주인공역을 겸하고 실제 아내에게 도라역을 맡겨 공전의 히트를 친 베니니는 감독과 주연 양쪽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예가 많지 않다는 전례를 깨고 작품성과 흥행에서 두루 크게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필자와 친한 J일보 기자 출신 K친구는 이 영화에 대해 예쁜 여자는 많아도 아름다운 여자는 흔하지 않듯이 잘 만든 영화는 많지만 좋은 영화는 드물다며 이 영화야 말로 오래도록 누구나의 기억에 남고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고 추천하고픈 좋은 영화라고 매니어다운 공감대를 보여 더욱 인상적인 작품으로 추억된다.
각본, 연출에 더해 부부가 주연을 맡은 데다가 베니니가 오스카 남우주연상까지 받고 보니 시쳇말로 가족끼리 북 치고 장구 친 격이지만 수용소의 비참함을 감추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한 아버지의 부성애와 힘든 수용소 생활에 대한 유머러스한 묘사를 통해 비인간적인 생활을 오히려 더욱 강조시킨 연출력은 그 만이 해 낼 수 있는 재능이란 게 필자의 소회이다. 그래서 혹시 이 영화를 놓친 팬들은 지금이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꼭 챙겨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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