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7 09:17

美 양적완화 축소…인도, 인니, 홍콩 등 취약해

우리나라 안전하다는 단정 ‘금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2분기 성장률은 연 1.7%에서 2.5%로 상향 조정되는 등 미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발표할 가능성이 커졌다.

코트라는 이번 FOMC의 회의에서 자산매입 축소 발표를 하지 않고 12월에 축소를 시작하거나 당분간 경기부양 기조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했다.

비농업부문의 신규 일자리는 예상치인 18만개보다 1만1000개 적은 16만9000개 증가한 데 그쳤다. 새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실업률이 감소하는 것은 구직자 수가 줄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은 2% 이하로 머물러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5%에 도달하지 못했고, 8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쳐 지난 4월 이후 최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관련 미국과 러시아가 원칙적인 합의를 하는 등 진정국면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양국 간 이견이 남아있어 중동의 불안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자산매입 축소 예상 규모는 적게는 약 50억달러에서 많게는 700억달러 정도이며, 연준은 매달 450억달러의 국채와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오기도 했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고 금 가격은 하락했으며 미국과 국내 증시도 각각 내림세를 기록했다.

아시아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금융위기 가능성이 있다와 없다로 나눠서 살펴보면, 우선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는 노무라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을 양적완화 축소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지목한 점과 높은 수준의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를 들 수 있다.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4월 이후부터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투자자본이 빠져 나가면서 금융 위기설이 대두됐다.

인도의 경우 2011년 GDP 대비 경상수지는 -3.4%에서 2012년 -5%로 적자폭이 확대됐고, 인도네시아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2분기에만 98억5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70% 가량 증가해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아시아 신흥국들은 경제규모 대비 상당한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외환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큰 국가는 글로벌 유동성 긴축 등 환경이 악화될 경우 단기 리스크가 급등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 부채가 GDP의 60%를 초과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판단하는데, 이 기준에서 아시아 신흥국들은 재정수지 적자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인도는 GDP 대비 정부부채(64.1%)가 높은 편이고 GDP 대비 재정적자가 8%를 초과해 재정자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경제 및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이 취약하고 외부 충격에 민감한 신흥국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낮더라도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홍콩의 경우 주택시장이 붐을 일으키며 2008년 12월부터 자산가격이 128% 상승해 거품이 터질 가능성이 대두된다. 싱가포르는 지난 3년간 대출 성장률이 69%에 달하며 아시아 국가 가운데 재정 취약성이 가장 큰 국가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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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부채 비율도 걱정할만한 수준이다.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08년 120%에서 2013년 170%로 급증했다. 이는 2001~2008년 미국의 부채규모 증가와 매우 비슷해 2008년 미국과 유사한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높은 저축률과 주택 거래 시 신용보다 현금 이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설사 버블 붕괴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금융사의 연쇄부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기 가능성이 낮다’는 시나리오에는 ▲낮은 수준의 경제규모 대비 해외차입 ▲아시아 신흥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을 들 수 있다.

경제규모 대비 해외차입은 20~30%로 GDP의 70~80%를 차지하는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단기외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채무를 상환할 수 있을 만큼 외환보유액도 덩달아 증가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자금 이탈 및 재정 위기가 계속될 경우 세계경제는 혼란과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 특히 고유가가 지속되면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질 수 있고, 재정 정책을 통한 내수경기 부양책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신흥국의 경기 급락 및 물가 급등의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금융긴축을 추진할 경우 경기는 급락하고 실물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딜레마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기관 및 투자가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회수해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더욱 위축될 우려가 대두된다.

인도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12월 이후 1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4%대를 유지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양적 완화 이후 우리나라 금융시장으로 들어왔던 단기성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회수되면서 국내 주식채권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국 금융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는 미미할 뿐만 아니라 국내 외화보유액은 8월말 현재 3310억9000만달러로 단기간에 유출 가능한 외국인 투자자금 규모를 상회할 만큼 건전성이 높다.

아시아 신흥국의 외환위기라는 최악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회복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시아 신흥국으로의 수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적완화 축소로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투자금융회사 모건 스탠리는 한국처럼 경상수지가 건전한 국가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화폐가 반등하고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 원화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 감소로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반면, 달러 가치 상승으로 우리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고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상반된 전망도 있다.

국내 해외공장 운영업체들의 87% 이상이 아시아 신흥국에 생산기반이 있는데, 이들 기업에는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생산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이 양적완화 축소 악영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단정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경기변동성도 상대적으로 크고 그만큼 대외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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