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동맹이 해체되면서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의 경쟁강도가 머스크라인을 비록한 상위업체들의 초대형 선박 도입과 P3 네트워크 제휴 등은 상위업체의 시장지위와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의 서강민 연구원과 김봉균 수석연구원은 「경쟁구도의 변화에 따른 컨테이너 선사 간 실적 차이」 보고서에서 “국내 컨테이너선사는 향후 힘겨운 경쟁 환경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운시황의 침체 속에서 한국 선사들도 달라진 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상황에 적극 대응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이 2011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불황을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반면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라인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며 불황 속을 유유히 헤쳐가고 있고, 지난 7월 트리플 E급의 18,000TEU 초대형 선박을 도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컨테이너선대 규모에서 세계 1, 2, 3위를 달리고 있는 머스크라인, MSC, CMA CGM이 P3라는 메가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공동 운항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나서고 있다. 그 동안 다른 선사와의 제휴에 소극적이었던 머스크라인이 왜 이런 초대형 연합을 구축하는 것이며, 이는 국내 선사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온 긴 해운시장 침체로 해운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황 급락을 경험했던 해운 시장은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2010년 일시적인 상승세를 보기도 했으나 2011년 이후 다시 긴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금융위기로 급감했던 해운 수요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경기부진 등으로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호황기에 발주된 선박들이 대거 인도되며 선복량 공급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선복량 수급불균형이 시황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2년 선사들의 공조 등에 힙입어 컨테이너선 운임(CCFI)이 일시적으로 1330포인트를 넘기도 했으나 이후 시장의 저항에 따라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2012년말 1100포인트 선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연료유 가격 상승세…영업 수익성 부진
반면, 연료유인 벙커C유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톤당 230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급격히 상승해 2012년 톤당 730달러를 초과하기도 했다. 올해 유가가 소폭 하향 안정화 되면서 연료 유가는 톤당 6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와 같이 운임 상승은 제한되는 반면 주요 원가인 연료유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컨테이너선사들의 영업수익성은 시황에 따른 큰 폭의 변동과 함께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시황이 큰 폭의 변동과 함께 침체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해운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출렁이며 난항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시황에서 많은 컨테이너선사들의 실적이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가운데 글로벌 1위 머스크라인의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굳건하게 흑자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이같은 차이는 2008년 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차이로 볼 수 있다.
2008년 3분기 이전에는 머스크라인과 국내 컨테이너선사의 컨테이너부문 영업수익성에서 차이가 없었지만 2008년 4분기 이후에는 머스크라인의 컨테이너 부문 영업수익성이 국내 컨테이너선사들보다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시황이 급락하며 해운업체들이 동시에 급격한 실적 하락을 보이면서 이러한 차이점은 눈에 띄지 못했고, 시황 침체에 따른 변동성 과 실적 하락으로 함께 묶여 있었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유의미한 실적 차이가 나타났는데 단지 해운시황 침체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일부 기업의 일시적인 영업전략의 차이보다는 산업 내의 경쟁구도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2008년 하반기를 전후해 보여지고 있는 이러한 경쟁구도의 변화는 2008년 10월에 있었던 EU의 해운동맹 폐지라는 사건으로부터 촉발됐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은 선복과잉에 의한 파멸적 경쟁 상황을 극복하고, 적정운임을 확보하기 위해 해운동맹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1998년 미국의 개정해운법 도입으로 선사와 화주간의 비밀서비스 계약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북미항로의 해운동맹은 영향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또 비동맹 해운선사의 시장진입, 세계일주 서비스 등장, 선박 대형화 전략 추구 등으로 인해 해운동맹의 기능은 약화됐다.
특히 2008년 10월18일부로 EU의 해운동맹 인정제도가 폐지되면서 EU에 기항하는 정기선사들의 해운동맹이 금지됐다. 과거 EU는 해운동맹을 통해 정기선 산업이 조정되지 못하면 개별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사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업이익도 보장받지 못하는 수준으로 운임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EU 경쟁법의 해운산업에의 적용을 면제해 주었다.
하지만 2003년 이러한 EU 해운동맹 인정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시작됐다. 검토 결과 해운동맹의 운임고정 및선복량 규제로부터 구체적인 경제적 편익이 발생하지 않고, 이에 따라 경제적 편익이 공평한 비율로 소비자에게 분배되지도 못하고 있으며, 해운동맹의 운임고정 보다 덜 제약적인 대안인 컨소시엄, 얼라이언스, 선화주간 비밀계약을 통해서도 신뢰성 있는 정기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점 등이 반영돼 해운동맹 제도의 폐지를 결정했다.
해운동맹이 폐지되기 이전부터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의 시장집중도는 점진적으로 상승돼 왔다. 하지만 해운동맹에 의한 운임 담합이 금지된 이후 시장집중도의 상승에 따른 경쟁강도의 강화와 함께 실질적인 경쟁구도가 변화하기에 이르렀다.
해운동맹이 폐지되기 이전에는 과점적 시장 내에서도 해운사들이 고르게 일정 수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해운동맹 체제하에서 해운동맹의 운임이 강제화 되지는 못하더라도 개별운송계약을 체결하는데 준거가격의 기능을 했고, 특히 해운동맹에서 운임을 책정할 때 비용 측면에서 열위에 있는 선사들의 상황이 고려돼 적절한 수준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운임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원가 경쟁력’ 업체간 실적 차이 원인
현재의 시장 경쟁구도 하에서 상위업체와 여타 업체간 실적 차이가 나는 주된 원인은 원가경쟁력의 차이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원가경쟁력의 차이는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선박의 대형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2005년 9500TEU급의 < GUDRUN MAERSK >호의 도입 이후 초대형 선박의 도입은 급격히 확대됐고, 컨테이너선의 크기도 빠른 속도로 대형화되기 시작했다.
2006년 15,550TEU급의 < EMMA MAERSK >호가 나오면서 선박 대형화 경쟁의 불을 지피기 시작해 시장 전체에 10,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 발주가 줄을 이었다. 올해는 18,270TEU급
클락슨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컨테이너선 전체 선복량 중 8000TEU급 이상 선박이 30%에 이르는 가운데 발주잔량 중 8000TEU급 이상의 비중이 70% 이상으로 향후 인도되는 컨테이너선의 상당수가 초대형 선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이러한 대형화 경쟁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선박의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해 컨테이너 박스당 단위 원가를 낮추게 해주었다. 또한 최근 인도되고 있는 선박들은 친환경 선박을 모토로 해 보다 높은 연료 효율성을 시현함으로써 이러한 원가 절감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대형 선박의활용은 속도의 균등화, 선박크기의 대형화, 서비스 합리화 등 노선망의 최적화를 통해 연료 소비 및 운영 원가를 추가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해준다. 대규모 화물집하가 가능한 영업능력을 보유한 대형선사들의 경우 이러한 초대형 선박을 통해 보다 높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2006년 이후 초대형 선박 도입 활성화로 선사간 원가구조에 있어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고, 2008년 해운동맹 폐지로 산업 내 경쟁구도가 변화하면서 원가구조 차이가 직접적인 영업실적의 차이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 내의 경쟁구도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과거 해운동맹 체제 내에서 경쟁을 자제하던 시절과 달리 해운동맹이 해체된 현재는 무한경쟁의 상황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머스크라인을 비록한 상위업체들의 지속적인 초대형 선박 도입과 P3 네트워크의 제휴 등은 상위업체들의 시장지위와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세계 최상위 그룹과 비교해 원가경쟁력에서 열위에 놓여 있는 국내 컨테이너선사는 향후 힘겨운 경쟁 환경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해운동맹 체제에서는 시장 상황에 맞춰 해운사 공동의 이익을 대변해 운임이 설정될 수 있었다면, 현재에는 최상위 선사의 이익을 대변한 운임이 설정되는 시장 구조로 변화됐다. 이에 따라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의 경우 과거와 같은 높은 수준의 실적 개선을 전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효과는 주요 세계 간선 노선에 취항하는 글로벌 선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시아 역내에서 주로 영업을 하는 근해 컨테이너선사 또한 경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선사의 초대형 선박 도입으로 중대형 선박은 지선 및 역내로 투입(캐스캐이딩 효과)되고 있으며, 간선에서의 경쟁 강화로 대형선사도 지선과 역내 항로에서 보다 경쟁적인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해운시황의 긴 침체를 겪으며 우리나라의 해운업계는 경쟁에서 우위를 얻기 위한 싸움보다는 현재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헤쳐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하지만 달라진 경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황에 적극 대응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대 대형화 등 원가 절감만이 살 길
우선, 대형 선대의 확충과 원가 절감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산업 내 최상위 그룹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전략은 원가 절감이다.
점진적인 선대 대형화와 저속운항, 운항노선 합리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성회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위업계의 사업전략을 적극 수용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한 전략적 제휴(얼라이언스) 관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전략적 제휴는 대형선박 및 설비의 이용률을 개선하고, 자체적으로 이루기 힘든 노선 합리화를 가능케해 비용의 절감과 함께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육상 운송 및 물류 업체와의 사업 파트너 관계 구축을 통해 보다 향상된 종합물류서비스를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근해 컨테이너선사들의 경우에도 인수합길(M&A), 전략적 제휴, 합작 등을 통해 선대 규모를 대형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향후 진행될 한중 항로의 개방에 대비한 사업전략이 확충돼야 하며, 선박의 중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항로 운영체제도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돼야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해운선사의 상시적인 재무구조 및 현금흐름 관리가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대규모 선박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이익률이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운산업의 불확실성은 보다 높아지고 있다.
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금창출력 강화를 통한 투자금 회수기간 단축, 보다 최적화된 재무구조, 충분한 현금유동성 확보 등 보수적인 사업 및 재무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