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김 이사장을 정점으로 서열대로 자리를 매겨 앉아 티타임에 차 한 잔이란 이름으로 예비역 육군대장의 6.25 참전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단장 군단장 군사령과 육사교장 참모총장에 이르기까지의 무용담이 시작된다. 갖은 동작과 모션으로 실전 현장을 방불케 하는 전쟁 모습을 생비디오(?)로 직접 보여 주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일제 강점기에 고등교육을 받고 군대에 입문하여 6.25 전쟁 싸움터에서 적들과 마주쳐 각급 부대를 진두지휘하고 월남전 시절 육군총장직을 겪으며 별 넷을 달 때까지의 각종 무용담은 오죽이나 많을 것이며 이는 협회 이사장으로 재임한 두 임기 4년 동안 거의 매일 날마다 아침 일과처럼 계속됐다. 어떤 때는 오전 일과 근무시간 전부를 무용담이나 기타 옛 경험담으로 보내고 바로 점심시간을 맞는 경우 도 있었다.
가끔은 아침부터 시작된 옛 전쟁터나 군관계 얘기가 다른 스토리나 경험담을 곁들이게 되면 티타임 방담은 오전 내도록 계속되어 화자(話者)나 듣는 이가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와서도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고 계속 듣게 되는 날도 많았었던 것 같다.
마치 옛 영화 ‘벤허’나 ‘타이타닉’같은 장편 영화를 관람할 때나 음악 연주회나 공연을 볼 때 중간 휴식시간에 화장실을 다녀 오는 것과 똑 같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하기야 국방의무를 다하기 위해 사병으로 보낸 군대생활 고작 2~3년을 마치고 와서도 큰 자랑거리나 되듯 죽을때까지 평생 울겨 먹거나 무용담까지를 보태는 게 남자들이고 보면 김 이사장이야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까 지금 돌이켜 봐도 짐작이 가긴 한다.
어떤 때는 얘기중에 자기도취에 빠지면 군가를 부르거나 고지를 탈환할 때 사용되는 기합섞인 호령이나 총검술이 나오기도 했고 적이 전사당하는 참호장면을 곁들어 재현하기도 했다. 군가인지 ‘컨트리 송’인지 잘 몰라도 제목은 ‘Strong Valley(험난한 산골짝?)’라는 곡이었으며 혈전의 전투고지에서 전사(戰士)의 투혼을 북돋우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시절 해마다 중앙정부가 각 부처별로 전 산하 조직과 단체 및 업체를 대상으로 일주일간에 걸쳐 실시하는 소위 을지연습 이란 훈련이 거국적 연례 행사로 실시되던 때 얘기다. 직장별로 대개 2개조로 인력을 양분해서 24시간씩 교대근무를 하며 진행되는데 대대적인 규모로 실전 상황을 방불케 펼쳐졌고 기능상 제4군이란 별칭을 가진 해운업이고 보면 그 훈련이 남달랐다.
특히 주무장관이나 협회장 및 이사장이 모두 참모총장 출신이고 보니 밤을 새워 철야작전을 펴고 야간에 전령편으로 하달되는 작전명령이나 상급부대 지시사항을 수령해 와서 이를 작전 분야별로 배당받으면 비록 도상훈련이었지만 즉시 대처방안을 수립하여 자체 상황실에 보고하고 이튿날 아침이면 해운항만청 종합상황실에 예하 부대가 모두 모여 브리핑 청취에 이어 작전 성과를 점검하고 도상훈련 내용 기록을 비치, 보관하는 형태로 해마다 진행됐던 것이다.
일단 전면전으로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정부가 각 선사의 보유 선박중에서 전쟁물자나 민생에 필요한 생필품을 국가가 주도하여 운항권 일체를 귀속시키고 해상운송에 필요한 일정 선복을 선종별로 강제로 징발하게 되어있었다.
운항경비나 선원비 등 선박 운항에 소요되는 비용일체를 정부가 부담하는 형식. 이를테면 원유를 싣고 걸프만을 통항하여 귀항하던 국적선 탱커가 적의 공습이나 어뢰에 의해 피격을 받고 자력운항이 불가하게 됐을 경우에 그 대책을 즉각 수립하여 긴급 보고하라는 식의 전황이 하달되면 당해 피격 선박에 버금가는 인근해역을 항행중인 대체선을 즉시 투입하여 적재된 기름을 조속 환적하여 국내 정유시설로 안전하게 운송하는 계획을 수립하여 지휘본부에 보고하고 이를 실제 수행하는 형식의 도상훈련이었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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