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2 09:23

이호영칼럼/ 산미나리 한 단에 담긴 마음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과천에 사는 친구 장네 부부와 우리 식구가 서울대공원 송호정에서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산책도 즐기고 헤어진지가 얼마 안 되는데 장이 우리 집에 무얼 전하러 곧 온다고 전화가 왔다고 딸아이가 전한다.

잠시 후 벨이 울리기에 나가보니 장이 미나리 두 단을 전하면서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미나리 3단이 있으니 산본역으로 와서 받아다가 장, 한, 이호영이 각각 한단씩 나눠 먹어라. 원래 이호영에게 평촌역에서 전하고 가려고 했는데 전화가 되지 않으니 장 네가 수고 좀 해줘야겠다”고 해서 받아다가 두 단을 전하며 “한과 한 단씩 나눠 먹으라”고 하며 자기 것 한 단을 들고 과천으로 되돌아갔다.

산본의 전에게 전화를 걸어 “웬 미나리?” 하고 물으니 “미나리가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어 미나리 명산지 언양에 가서 며칠간 미나리 만 먹고 돌아왔는데 건강이 아주 좋아졌다”며 “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산미나리를 조금 가져왔는데 친구들 생각나서 나눠주는 거야. 익히면 효과가 반감 된다니 꼭 날로 먹으라”고 한다.

그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 우리 집 식탁에는 산미나리 초간장 무침이 올라 그것만 주로 먹었는데 식구들은 향긋하고 좋다고 난리다. 우리 딸들은 “아빠! 생 미나리를 전해준 전 아저씨 는 재미있는 분이던데 정의 표현도 잘하나봐”란다.

다음날 아침 미나리를 가지러 한이 차를 몰고 왔다 나는 내가 사는 건물 모퉁이로 미나리 한 단을 들고나가 길가의 돌 의자에 앉아 한을 기다렸다. 햇살은 맑은데 친구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전해주기 위해서 기다린다는 기분이 마음을 붕 뜨게 한다. 이윽고 현이 운전하는 차가 도착하자 창문 안에 미나리를 집어넣으며 “생걸로 먹어야된대”라고 하자 한은 “우리는 김치를 담궈 먹을 생각이던데”란다. 비록 미나리 한 단이지만 친구가 언양에서 구해다 피가 맑아지라고 전해주는 미나리 한 단은 천금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 열심히 운동하고 식사도 절제해서 피를 맑게 건강을 유지해야 친구들과 놀러 다닐 수도 있잖아? 나는 한의 차를 떠나보내며 새로운 다짐에 주먹을 불끈 쥐어 본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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