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0 17:49

“올해 신흥국 경제도 위험할 수 있어” 낙관론 경계

삼성경제硏, ‘2012년 신흥국 5대 리스크 평가’보고서 발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온 신흥국 경제도 침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종규 수석연구원은 ‘2012년 신흥국 리스크(위험)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신흥국들은 금융, 재정, 수출, 물가, 정치 등 5개 부문에서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가운데 신흥국이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세계 총 GDP 중 신흥국의 비중이 선진국을 능가했고 세계경제 성장률의 3/4 이상을 신흥국이 기여하고 있다. 특히 위기 속에서도 고성장을 지속해 브릭스(BRICs) 4개국 모두 세계 10위권 이내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흥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됐다. 최근 성장동력인 수출이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신흥국의 수출 증가율은 1분기 11.4%, 2분기 10.6%, 3분기 8.6%, 4분기 6.7%로 꾸준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1분기 6.9%에서 4분기 5.3%로 둔화됐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 등 대외환경 악화로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금융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2010년 11.7% 상승했던 신흥국 주가지수는 지난해 14.9% 하락했다. 유로존의 신용경색 심화로 유럽 은행의 신흥국에 대한 대출이 감소하며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신흥국 리스크 주목해야

올해도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내외적 리스크 요인이 신흥국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수출 급감과 해외자금 유출, 내부적으로는 내수 부진과 재정부실화에 따른 국가부도 위험이 대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흥국 경제는 거품이 형성되기까지는 취약성이 노출되지 않다가 외부 트리거에 의해 내부 불안요인이 확대되면 위기가 발생한다.

세계경제 성장의 안전판 역할을 한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세계경제 침체가 심화되고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와 교역관계가 밀접한 신흥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향후 전개과정을 철저하게 모니터링 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하고 위기 속에서도 고성장을 지속한 국가 중 경제 규모와 우리나라와의 교역 관계 등을 고려해 신흥국 주요 20개국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BRICs 4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아르헨티나, 멕시코, 칠레, 폴란드, 터키, 헝가리, 남아공, UAE, 사우디, 이란, 이집트 등 Post-BRICs 16개국이다.

분석 방법은 5대 리스크를 금융, 재정, 수출, 물가, 정치 등 요인별로 평가했다.  첫 번째로 금융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금융불안이 신흥국으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높아 외국인 자금이 많이 유입된 신흥국일수록 선진국의 디레버리징에 의한 자금유출 위험이 높다.

신흥국의 글로벌 금융시장 연계성과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금융리스크에 취약한 국가를 도출해보니 남아공, 헝가리, 폴란드가 금융리스크에 크게 노출돼있다. 남아공이나 동유럽에 비해 정도는 약하지만 BRICs 국가 중 브라질과 인도가 상대적으로 금융불안에 취약했다. 브라질과 인도는 외환보유액 수준이 양호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금융연계 정도가 강해 금융불안에 노출돼있다. 또 인도는 경상수지 적자 지속, 브라질은 외화유출입 규제 불확실성 등이 잠재적인 금융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유럽 신흥국 재정리스크 커…외부 충격 취약

두 번째로 재정은 과다한 국가 채무 등으로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국가가 외부충격으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불신이 발생하게 된다. 신흥국의 재정건전성을 국가채무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자금 조달 필요액 등을 통해 파악해 재정 리스크가 높은 국가를 선정했다.

외국인 국채보유 비중과 유로존 금융기관 보유 국채 비중도 함께 고려했다. 재정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CDS 프리미엄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필요한 자금조달 규모가 큰 헝가리와 아르헨티나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올해  자금조달 필요액이 가장 큰 국가는 브라질, 헝가리, 필리핀, 폴란드, 멕시코 순이었다. 특히 동유럽 신흥국은 외국인 국채보유 비중이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BRICs 국가의 재정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인도는 재정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가고 있다. 중국은 재정여력이 충분하지만 지방정부의 부채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환경 악화로 수출 급감

세 번째로 수출은 신흥국의 성장 둔화 여파가 실물경제를 압박하는 형상이다. 올해에도 경기 하락의 주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으로 수출 의존도와 수출 품목의 지역·상품별 편중도 등을 고려해 수출 급감에 따른 경기위축 리스크가 높은 국가를 선정했다.

내수 규모가 작은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고 지역 편중이 심한 동유럽 국가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유로존에 대한 편중이 심한 국가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에 집중돼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전체 수출대비 유로존의 수출비중은 폴란드(79.3%), 헝가리(77.4%), 러시아(55.2%), 터키(47.1%) 순이었다. 다만 신흥국의 구매력 증가와 내수 확대에 따라 신흥국 간의 교역 활성화로 선진국으로부터의 충격은 과거에 비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네 번째로 물가는 물가불안이 심화될 경우 신흥국은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과 원활한 경기 대응 곤란 등 위험에 노출된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는 재정을 통한 내수경기 부양을 어렵게 하고 금융의 긴축 기조를 완화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대이란 경제제재로 인한 고유가 지속과 기상이변에 따른 식품 가격 변동성 확대로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치와 비교한 물가 수준과 상승세, 물가의 유가 민감도, 식품 지출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판단했다. 인도, 터키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자국 중앙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를 크게 상회해 물가 수준 측면에서 리스크가 큰 것으로 예상된다. 또 베트남과 태국은 원자재 공급 충격에 취약해 유가 및 식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부담 측면에서 리스크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 고조

마지막으로 정치는 주요 신흥국들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경기 둔화로 경제·사회적으로 불만이 고조돼 정치 리스크 표출의 위험성이 크다. 사회갈등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치체제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에서 정정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러시아, 이집트, 인도, 멕시코, 말레이시아 6개국이 이에 해당한다.

핵개발 의혹이 있는 이란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금수조치로 중동 정세가 긴장으로 치닫고 있고 이란과 이집트는 국내 정치도 불안한 상태다. 러시아는 푸틴의 재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 선거 부정으로 인한 중산층지지 이탈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커질 전망이다. 인도는 반부패법 도입을 놓고 정부와 시민세력 간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립정부의 내부 갈등으로 정책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신흥국의 5대 리스크 요인을 전망하면 해외자본 유출입의 변동성 심화(금융)와 對선진국 수출 급감(수출)이 올해 신흥국 경제에 가장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부문은 해외자본 유출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다소 완화됐으나 유로존 위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변동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은 채무상환 여력 약화가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신흥국 간의 교역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겠지만 대선진국 수출 감소세를 상쇄하기는 역부족으로 전망된다. 물가는 전반적으로 완화되지만 정부의 성장중시 정책 정환과 중동의 정세불안 등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인플레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정치는 전체 20개 신흥국 중 6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및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

지역별로 지스크가 상이한데 Post-BRICs 국가가 BRICs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판단된다. 내수 규모가 큰 폴란드와 터키는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지만 헝가리는 자본유출, 재정악화, 수출급감 등 위험에 노출돼있다. 아시아 국가는 수출 및 물가, 중남미 국가는 금융 및 재정, 중동은 정치 리스크가 높다.

신흥국 리스크 대한 인식 부족해

이에 대해 신흥국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국가별로 다양한 리스크에 유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신흥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지만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수출과 성장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신흥국 리스크는 한국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따라서 국가별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이를 토대로 위험에 대한 대응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 신흥국 리스크는 국가별로 차별화된 성장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진출 기업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신흥국 리스크를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경기 급락과 금융위기 등 신흥국 리스크의 파급효과를 검토해 상황별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지 진출기업은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원자재 조달 비용 상승에 대비해 원가관리를 철저히 하고 여유 유동성을 확보해 자금난에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해당 국가별 거시경제적 리스크에 대한 사전 경고 기능을 강화하고 신흥국에 대한 리스크 대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신흥국 시장은 지속적인 활력이 기대되는 시장이므로 유연성과 여유 역량 확보를 통해 리스크를 기회로 활용하는 공세적인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흥국 경기 둔화에 대응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경기가 회복된 이후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를 실시해야 하고 기업은 해당 신흥국에 맞는 사업방식을 채택하는 유연성을 확대하고 인력과 자금 차원에서도 여유 역량을 확보해 지속적인 투자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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