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내내 사과로 유명한 한 지방의 과수농업 경영인들과 농
산물 전자상거래를 실현해 보겠다고 땀 꽤나 흘리며 지냈었다. 그 결과 아마추어 냄
새가 물씬 풍기는 소박한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고, 차제에 공동브랜드도 만들어 전자
상거래를 시작하게 되었다.여름이 지나고 사과를 수확하면서, 농업인들께서 고마움
의 표시로 집으로 사과를 한 상자 보내주셨다. 그런데 막상 포장을 열어보니 그 탐스
런 사과 여기저기에 흠집이 나있었다. 여름내 그 고생스런 일들의 결실로 얻은 사과
가, 그래도 선생에게 보낸다고 고르고 골라 보냈을 그 사과가 상처투성이인 걸 보니
가슴이 아파왔다...
유통과 물류라는 화두에 꽤 오랜 시간을 보냈고, 최근에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우
리 농업과 우리 농산물을 지키는 방법으로 e-비즈니스를 접목하는 방법에 몰두해왔는
데...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농산물 유통과 물류비용
농업인들은 자신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
지만 소비자들은 농산물이 비싸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가.
농산물 유통비용은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직·간접비용과 유통에 참여한 유통업체
의 이윤으로 구성된다. 2003년의 농산물의 유통비용은 43.7%로, 그 전해의 45.0%보
다 1.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돈의 44~45%가 유통과
정에서 비용으로 지불되어진다는 말이 된다. 다행히 유통비용은 작은 규모나마 감소
하는 추세지만 물류비용은 전체의 13.3%에서 13.8%로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
고 있다.
전체적인 유통비용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물류비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농업인들
이 농산물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선별·포장출하비용이 증가하고 임대료와 인건비
등이 증가하면서 여전히 농산물의 유통비용은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
부적으로는 포장비, 하역비, 수송비, 상장수수료, 감모비 등 직접비용은 감소하고 있
으나 간접비(인건비, 임대료,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등)와 상인의 이윤(유통비용 -
직·간접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비용의 변화추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농산물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농민들이 직접비용의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는 하지
만 간접비와 상인의 이윤의 증가가 농산물의 유통비용을 높이는 더 큰 원인이 된다
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즉, 농민들이 농산물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선별·포
장 등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농민들
에게 제대로 귀속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부가가치 농산물에서 더 심하게 나타
나고 있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돈 많이 버는 농업이라고 알려진 화훼의
유통마진이 70%에 이르고, 엽근채의 경우엔 7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농산물 수입개방, 소비자행태의 변화 등으로 어려운 시장환경 하에서 농업
인들이 추구하는 마케팅과 유통에 관한 노력의 결실의 상당부분이 유통비용으로 귀속
되면서 농업인은 의욕을 상실하고,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손해를 보는 결과
가 초래되는 것이다.
농산물 물류비용의 특성
2003년말 농산물 물류비는 7조 2,267억원 수준으로, 농업생산(22조 1,941억원)의
32.6%에 달한다. 그런데 같은 해 국가 전체 물류비는 90조 3천억 원으로 국가 GDP
(724조 7천억 원)의 12.5%를 기록하고 있다.
물류비 합계 12.5%와 32.6%의 차이는 농산물유통이 가진 문제점을 대변하는 것이
다. 농산물 물류비는 포장가공비, 하역비, 감모청소비의 비중이 높아 운송비와 보관
비의 비중이 높은 국가물류비와 비용의 구조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한편 전년
에 비해 포장가공비(37.0%), 하역비(9.4%)는 증가했고, 보관비(9.4%), 운송비
(30.2%), 감모청소비(7.9%) 등은 감소하고 있다.
농산물은 부피에 비해 가격이 낮고 상품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며, 유통단계별
로 선별, 재포장에 따라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농업인들은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선별, 포장 등의 지출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역의 기계화가 미
흡하여 하역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부패나 폐기에 따라 감모·청소비
가 발생하는 것이다.
부류별로는 청과류의 물류비가 42.1%, 식량작물이 21.0%, 축산물이 26.3%의 물류
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농산물출하량은 2001년에 24,593천 톤에서
2002년에는 23,863천 톤으로 3.0%가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출하량이 줄어든 것을 감
안한다면 2002년에는 농산물 물류비가 1.2%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류개선이 농업유통 효율화의 길
경제발전에 따라 농업의 비중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급속한 산업구조의 전환을 실현하고 있다.
농업의 위축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빨라 국내 농업환경 급속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시장개방은 국내외 농산물 가
격차가 크고 품질 차가 적은 농산물 부문에서 소득감소를 가져오고, 관세가 낮고 품
질별 가격차가 큰 부문에서는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
산물은 품질유지가 필수이나 산지에서 도매시장까지 출하과정에서 여러 차례(5~7회)
옮겨짐에 따라 품질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농산물 유통의 효율화를 위해서 농
산물 물류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농산물 물류개선에는 몇 가지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는 농업의 영세성이다. 영세한 농업경영규모는 물류의 공동화와 기계화를 곤
란하게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세한 영농규모가 하루아침에 대형화될 수는 없
다. 따라서 농업경영체의 육성, 산지유통센터의 활성화를 통해 공동출하를 유도하여
출하물량을 대형화함으로써 영세성에서 오는 불이익이 극복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표준화의 문제이다. 물류선진화를 위해서는 물류전반에 관한 규격화와
표준화가 필요하게 된다. 이에 따라 농산물 표준규격이 고시되어있으나 이해도가 낮
고 준수율도 저조하여 농산물의 표준규격 출하가 2004년에도 50%에 불과한 실정이
다. 따라서 표준의 공급과 표준준수 출하농산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
다. 농산물 유통의 선진화와 농업의 발전을 위해 물류의 표준화, 공동화, 정보화를
통한 효율적 물류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파렛트 단위의 출하와 하역의 기계화가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파렛트
단위의 농산물 출하는 많은 것을 함축하는 것이다. 파렛트 단위의 출하는 영세성을
극복한 물량의 확보, 그리고 엽·근채 등의 포장출하의 실현, 거래의 대형화가 이루
어지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은 하역의 기계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물론, 이를 위해
서는 많은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농산물 운송시스템의 정비, 차
량의 적재함 규격 재정비, 산지 및 소비지의 관련시설 완비 등이 포함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정보화의 필요성이다. 원활한 유통정보의 유통은 농업인에게는 생산
자로서의 의사결정을, 소비자에게는 소비자로서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게 된다. 또, 보
다 더 중요한 것은 생산이력추적시스템(traceability) 등을 통해 우리 농산물의 실체
를 산지에서부터 소비자의 식탁에까지 확신시켜줌으로써 수입농산물이 범람하는 상황
에서 한국농업과 우리 농업인을 보호하는 장치의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물류의 개선은 농산물의 유통능률을 향상시키고, 신속·공정한 거래를 촉
진하며, 농산물의 상품성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만족을 높이게 될 것이다. 그
리고 농가의 수취가격을 높여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는 보다 더 저렴한 가
격으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 농업을 보호하
는 최선의 방법의 하나가 된다. 이것이 농산물 물류개선의 가장 큰 명분이 된다.
20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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