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은’은 ‘길든’으로 ‘춥으면’은 ‘추우면’으로 고쳐 써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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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남 편집위원 |
고등교육을 받은 엄마도 부지부식간에 요즘같이 아침 날씨가 차거워 지면 학교가는 자녀들에게 “춥지? 춥으면 외투 입고 가렴?”으로, 지방 사투리가 몸에 배어 바른말 사용의 본을 보여야 할 엄마가 ‘추우면’을 깜박했다면 이는 제법 심각한 상태임에 틀림없겠다.
그 밖에도 ‘길들다’란 동사 역시 ‘길들다’ 원형에서 ‘길들고, 길들어, 길들여, 길들때’까지의 활용엔 별고가 없다가 ‘길드니, 길드는, 길든’에 와서는 ‘낯설다, 멍들다’와 마찬가지로 ‘ㄹ’이 벗어나야 하나 ‘길들은 소, 길들은 개’ 등으로 거개가 ‘든’을 ‘들은’으로 잘 못 쓰는 예가 많고 유사하게 ‘옳게 들은 길, 잘 못 들은 길’로 오용되어 ‘길든 소, 길든 개’는 묻혀 버리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우리글 틀려도 "말만 통하고 뜻만 알면 된다"는 禁物
엄마의 ‘춥으면’과 똑 같이 아빠가 ‘길 잘 들은 강아지, 길 잘 들은 송아지’로 맞장구를 친다면 이는 더욱 아찔한 오류를 범하게 돼 바른 글, ‘길 잘 든 강아지’와 ‘길 잘 든 송아지’를 익혀야 할 자녀들은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는게 아닐까?
게다가 이럴 때 엄마 아빠가 틀렸단 지적을 되레 자녀들이 하게 된다면 부모 체면은 뭐가 되고 “말만 통하고 뜻만 알면 되지 무슨 잔소리냐?”고 윽박지르기라도 한다면 우리글 교육현장은 더욱 가관이겠다. 이같이 불규칙하게 변형되는 동사(움직씨:Verb)의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고 이들 역시 어문법상 어긋나게 변형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날다’를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들 수 있다.
최근엔 많이 바로 잡혀 가는 것 같긴 하지만 그 실예로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1호’를 두고 그 성능이나 방탄시설 장착장비 등을 다투어 지면에 소개할 때 ‘날으는 백악관’ 또는 ‘날으는 대통령궁’으로 표기하는 사례가 허다했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중앙의 주요 일간지를 비롯하여 신문 잡지 및 뉴스 방송이나 자막 그리고 시사전문지들도 하나같이 ‘날으는’ 일색이었다.
이렇게 내로라 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수의 인쇄매체나 전파매체의 뉴스 혹은 자막에서 오용될 때마다 필자는 속이 뒤집혔다. 게다가 이를 함께 본 동료들로부터 동의를 구하려고 울분을 토로했을 때도 대개가 마이동풍이요 별것 아니라거나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무반응을 보일 땐 하소연 할 데가 없어 억울하기까지 했다면 이는 단순히 지나친 오버센스 때문인가를 되새겨 본다. 심지어 괜한 일에 신경꺼라며 핀잔을 주거나 알량한 마춤법 몇개 가지고 아는체 한다고 조소를 보내 오기도 한다. 속이 부글 부글 끓어도 당장 시정시킬 방법이나 능력이 없으니 참는 수 밖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두고 과거(Past)니 현재(Present)니 미래(Future)가 어떻다고 시제(Tense)를 들먹이며 규칙동사(Regular Verb)와 불규칙동사(Irregular Verb)의 변형이나 활용을 줄줄 외거나 따지면 알아도 주고 인격이 달라 보일텐데.
새나 연이나 비행기는 하늘을 ‘날으지’않고 ‘난다.’ ‘난다’란 동사의 원형은 ‘날다(Fly)’이다. 이를 활용하면 ‘날다’가 ‘날고, 날며, 날아서’에서 형용동사격으로 뒤에 오는 명사를 수식할 때엔 ‘나니, 나는’으로 역시 ‘ㄹ’이 벗어나 없어지게 된다. 누가 뭐래도 ‘나는 연’, ‘나는 새’요 ‘나는 기러기’에 ‘나는 백악관’이어야 한다. 관습언어라고 변명해선 안된다. ‘ㄹ’불규칙 동사 즉 ‘ㄹ’벗어난 움직씨이기 때문이다.
外國語法 훤하면 알아줘도 맞춤법 따지면 시큰둥
그러나 한국의 대표 언론과 방송이 이를 ‘날으는’이나 ‘나르는(Carry)’으로 잘못 변형하여 정답 ‘나는 백악관’을 ‘날으는 백악관’ 혹은 ‘나르는 백악관’으로 표기했다면 기막힌 일임에 틀림없는 사건(?)이 아닐지. 만약 영어권의 영자(英字)신문에서 ‘나는(Fly:하늘을 날다)’을 ‘나르는(Carry:짐을 운반하다)’으로 오보를 했다면 담당 취재기자, 편집기자, 교열기자가 과연 무사했을까? 하긴 문자 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어느 나라 어떤 언어에도 있게 마련이다.
미국의 어느 부통령이 아침 저녁으로 먹는 ‘tomato’를 ‘tomatoe’로 잘 못 써서 말밥에 오른 적이 있어 화제가 됐었고 영어사전에도 ‘database’나 ‘network’를 붙여 쓴 사전이 있는가 하면 ‘data base’, ‘net work’로 띄어 쓴 사전도 있다. 또 ‘knight’나 ‘knife’ 같이 ‘k’가 묵음(silent)으로 발음이 나지 않는 철자가 있는가 하면 같은 미국의 주 이름중에도 ‘Kansas’는 ‘캔자스’라고 읽지만 그 앞에 ‘ar’이 붙은 ‘Arkansas’는 ‘아칸소’라고 발음한다.
특수한 케이스를 별도로 익히지 않으면 이런 경우 실수의 소지는 어느 나라 글에도 있게 마련인가 보다. 60년대 ROTC(학훈단)를 하고 IO(통역장교)로 미 8군 예하부대에서 근무하던 친구들이 외출을 못 나가는 주말엔 영내 GI(미군 사병)들이 쓴 편지의 교정을 봐 주기도 하고 아예 편지를 대필해 주기까지 한다는 아이러니를 듣고 놀랐다. 병사들의 교육수준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를 두고 봐도 자기나라 글과 말을 일상생활에서 정확하게 구사하기란 꽤 힘드는 일임에는 틀리없는 것 같기는 하다.
한글 잘못 쓰는건 어렵기 보다는 무관심이 主原因
또한 예로는 옛 직장에서 일과후 사무실로 초빙하여 직원들의 영어회화 레슨을 담당하던 명문대 출신이라는 원어민 강사들도 강의 도중 칠판에 판서를 할 때 스펠을 수강자 보다 자주 틀리게 쓰거나 어려운 단어의 스펠링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가 하면 문법의 경우는 우리의 왠만한 중고등학생이면 훤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느낌을 받은 걸 보면 어느 나라 글이건 유달리 관심을 갖거나 전공을 하지 않으면 제 나라 글일지라도 완벽하게 구사하기가 어렵다는 건 그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우리나라 샐러리맨 대개의 경우 영어는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6년은 기본이고 게다가 대학에서도 전공 못잖게 신경을 써 공부를 하고 직장생활에서도 간간히 학원이다 레슨이다 해서 거의 평생교육을 하다시피 해도 변변찮기가 일쑤다. 그러나 우리글과 맞춤법은 대학입시만 끝나면 우리글 전공자를 제외하곤 그 날로 땡처리(?) 해도 평소에 이를 도외시 않거나 관심만 버리지 않는다면 그 변화마저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한글 맞춤법은 한국인이 한국어로 문자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경험이 별로 없는데다가 외국어에 쏟는 노력의 반의 반마저 미치지 못하게 인색한 실상은 그 아무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더하여 우리에게는 한글 맞춤법의 내용이 구체화 되어 있어 문자생활에 표준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좋은 사전마저도 드문 실정이다. 따라서 한글 맞춤법이 어렵다는 일반 국민들의 불평도 전혀 근거없지는 않다는 일부 학자들의 수긍에도 귀 기울여 보자.
첫째는 한글 맞춤법에 대한 쉽고 정확한 해설서를 만들어 이를 학교교육에서 가르치도록 하는 일이라 했다. 한글 맞춤법은 문자생활의 바탕이 될 뿐더러 그 원리를 알면 문자생활에 작용하는 많은 규정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한글 맞춤법이 구체화되어 국민들의 문자생활에 표준을 제공할 수 있는 사전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사전만 찾아 보아도 맞춤법, 띄어쓰기, 표준어 여부 등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야 하며 그래서 권위있는 사전을 가진 문명국의 국민이 되어 한글 맞춤법이 어렵다는 불평을 거둬 들이고 사전과 더불어 행복한 문자생활을 영위하는 문자 선진대열에 진입해야 한다는것.
그러나 필자는 한글이 세계 최고의 소리글인데도 정작 우리나라에서만 홀대받거나 찬밥 신세라서 이를 한글 파괴현상으로 보는 극단적 비약론이나 패배론자는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를 무대로 무한경쟁이 불가피한 차제에 성공적인 제2의 에스페란토가 등장하지 않는한 세계 상용어(商用語)로 널리 자리잡은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는 제안에는 추호도 이의가 없기 때문이다. 100%이상 찬성이다.
글로벌時代 한글 못잖게 영어 公用語化도 바람직
국가의 어문정책상 공용어 실시가 국어 즉 한글에 악영향을 미친단 생각은 이를 시행하지 않아서 생기는 폐해 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란 게 막연하지만 확신이 가는 쪽이다.
또 최근 가속화 되고 있는 영어의 공용화 주장과 함께 맞춤법과 띄어 쓰기 무시현상을 들어 ‘최대한 짧게, 최대한 간결하게’를 외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화 경향을 거스르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저명한 학자님이나 고급관리 혹은 지체높은 기업간부가 일반 대중이나 아랫 사람들에게 전하는 점잖은 권두언이나 메시지에서 철자 하나 맞춤법 하나라도 틀렸다면 객관적인 평가로 저 직위, 저 품격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 가슴이 철렁할 것 같기만 하다.
신문이나 잡지, 학술서적과 방송매체의 경우는 전문부서에서 훈련을 받은 전속 교열담당이 있어 눈에 띄는 경우가 적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나 사무직 직장인 그리고 특히 인터넷 누리꾼들이 운영하는 문학카페 및 각종 홈페이지를 클릭해 들어가면 아예 띄어쓰기나 네티즌식 슬랭과 은어를 제외하고도 이게 과연 한글을 모국어로 쓰는 교육받은 사람들이 쓴 글인가 의아해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사례가 태반이다. <계속>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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