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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
●●●나는 지난 2008년 유럽여행 중에 진기한 경험을 했다. 100년 전에 건조된 기선을 타고 독일 엘베강을 6시간 동안 항행한 것이다. 그땐 내가 아시아 대표로 있는 폴주크의 전 세계 대리점 회의 기간 중이었는데, 그 중 고객초청 사은행사의 일환으로 폴주크의 고객들과 해외대리점 대표들이 함께 만날 일이 있었다.
이 날 참석자 남녀 60여명이 이 배를 타고 엘베강의 주변경치도 구경하고 호화로운 선실 에 마련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각종 주류로 미각도 즐기며 동승한 사람들과 환담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처음에는 얼굴도 모르던 사람들이 나중에 내릴 때는 서로 연락하기를 약속하며 이별을 아쉬워했는데 이는 그 행사가 의미 있는 사교행사였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우리가 탔던 이 배의 이름은 < Schaarhoern >호로 오래 전 폐선 되기 위해 폐선시장에 나온 것을 함부르크항만업체 HHLA가 매입했단다. 이를 함부르크항 내에서 관광선으로 운영하기 위해 리모델링했는데, 옛날 기선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전 세계를 뒤져 부품을 구했다고 했다고 한다.
폐선 직전의 배를 다시 수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항행 시 엔진소음이나 진동 같은 것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를 두고 관계자는 “비록 오래 된 배이지만 기능은 최적화 된 상태에서 운용되기 때문”이라며 전했는데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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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항만업체에 의해 다시 태어난 < Schaarhoern >호 |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배를 움직이는 종사자들이 모두 할아버지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과거 해상생활을 했었으나 나이가 들어 은퇴한 사람들로, 옛날을 추억하는 취미생활로 이런 봉사를 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런지 기관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삽으로 석탄을 퍼 넣는 고된 작업을 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함부르크항에는 이것 말고도 항행 시 돛을 핀 모양이 특히 매우 아름다운 < Cap San Diego >라는 건조된 지 50년이 넘는 기범선이 있는데 지금은 선내 박물관과 선상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배는 보통 때는 항만 내에 고정정박 된 상태로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지만 1년에 한 번 씩 대양을 항행한다. 그 때는 다소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이 승선해 항해를 즐긴다고 한다. 나도 2001년에 정박된 상태의 선내 레스토랑에서 개최된 만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나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사람들이 옛것을 소중히 여겨 소중히 보존하고 선조들의 유산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눈여겨 봐 왔지만 이번 < Schaarhoern >호를 타 보면서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는 가를 알게 된 것 같아 또 하나의 큰 소득을 얻었다.
이 배를 운용하기 위해선 요즘에는 구하기 힘든 유연탄을 사용하기 위해 체코에서 사들여 와야 하고, 보일러를 예열하는 데만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싼데다 3일 이상 연달은 임대요청이 있어야 임대가 된다는데도 거의 연 중 쉬지 않고 운영된다.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독일 사람들은 이 배를 타는 걸 여간 즐거워하는 게 아니었다. 이를 보면 옛것을 아끼고 즐기는 데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애호심이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한마디로 “전 국민적인 문화재에 대한 사랑!”, 이것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거다. 옛것을 통해 미래의 발전으로 발돋움하는 지혜가 있기에 독일은 역시 선진국이라는 걸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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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haarhoern >호에 승선한 이호영 대표 |
우리가 자랑하는 거북선은 불과 400여년 전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도면이 기록된 책이 있긴 하되 그 성능이나 기능에 관해 정확하게 고증을 하고 있는 기록은 없다. 이런 면에서 그 후손으로써 부끄러운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계최초의 장갑선인 거북선의 모형이 독일의 해양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것을 보고 매우 자랑스러웠지만 ‘이 거북선이 만일 독일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면 지금 어떠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북선에 관련된 박물관을 지어 전 세계에 내놓고 자랑도 하고, 거북선의 실물모형도 만들어 관광객이 승선도 할 수 있고, 옛날 전투장면을 재현해 관광 수입도 올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씁쓸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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