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8 07:00

KSG에세이/ 바다의 날에 즈음, 해양문학 산책 - (7)

서대남 편집위원
“바다는 영원히 머물고 싶은 삶의 무대”
원양어선 船長 천금성(千金成) 海洋소설가 (하 - 2)

바다가 부르면 언제라도 다시 바다로 뛰어나갈 만반의 준비가 돼있는 사나이 천금성.

십수년만의 항해 재개를 계기로 그는 다시 해양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바다로 나가지 않고 육지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그로선 단 한 줄의 바다 묘사도 불가능했던 천 작가가 그 연장선상에서 그의 필생의 역작 <가블린의 바다>를 비롯해 그의 해양소설은 철저하게 선원들의 이야기에 집중돼 있는게 특징이라는걸 필자가 찾아 본 여러 자료의 공통 분모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항해에 대한 낭만적인 이미지를 배격한다. 선원들은 한 편에선 바다와 싸워야하고 다른 한 편에선 자신들의 노동착취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해야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

천금성의 글쓰기에 대해 “해상 생활의 사실만을 전달하려고 애썼다”고 밝힌 칼럼니스트이자 전 한국해대 교수 김성준 박사는 ‘한국의 해양소설을 꽃피운 천금성의 해양소설’ 제하의 ‘광양닷컴’ 올 3월20일자 글에서 밝혔다. 이렇듯 천금성 작가는 선원의 삶을 왜곡하는 낭만적 글쓰기를 철저히 배격하고 체험적 사실에 충실하려고 애썼다. 그의 소설에는 선장에서부터 일반 선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적 시점으로 일관하지 않고 아래로부터의 시점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 그의 소설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로선 전혀 알지 못한 작품희 성향?

▲ 군부출신 지도자 ‘黃江에서 北岳까지’ 傳記집필로 오랜 곤혹

한국의 해양소설은 천금성에 의해 씨앗이 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양소설가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바 이는 천 작가가 전술한 1981년의 전기 <황강에서 북악까지>를 집필한 원죄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부 출신 지도자를 칭송하는 전기를 썼다는 사실은 오늘날 까지도 그에게 멍에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 자신도 “80년대를 돌아보면 바닷사람이 일시적인 판단 착오로 정치적인 격량에 조난을 당했던 세월이었다”며 “정치판에 휩쓸려 좌초해 버렸던 세월에 대해서는 기억에 오래 머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자성하는 마음으로 오로지 치열하게 해양작품 집필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음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김박사는 “다행히도 현재 천금성은 한국 해양문학을 일으켜 세운 진정한 의미의 해양소설가로 재평가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차츰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해양문학가협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아 <해양과 문학>을 창간하는데 기여하는 한편 <교전수칙>, <어부, 바다로 안가다>, <이 선장의 바다> 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던 천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어 이를 강조했다.

그리고 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나온 구모룡 교수는 천금성의 해양소설을 중심으로 쓴 “선원의 생활양식과 해양소설 쓰기”에서 천 소설가는 문학을 하되 바다라는 새로운 소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해양문학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 끝없는 流浪, 미지의 浪漫, 방종의 바다 무대로 해양문학 일궈

그는 저 광활하게 펼처진 바다가 우리 문학에서는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말고는 아직도 전인미답의 원시림으로 남아 있으며 그래서 얼마든지 도전해도 소재가 끝없이 무궁무진한 처녀림으로 확신해 마지않았던 것이라고도 썼다. 그래서 바다를 쓰려면 우선 바다를 파악하기 위해 바다로 나아가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정답에서부터 그의 문학은 시작된다는 당연한 논리였던 것이다.

일상적인 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저 끝없는 유랑과 미지의 낭만, 한없이 퍼덕일 방종의 무대인 바다로 직접 나아가기로 작정했고 그는 바다위의 고독과 문학성취를 위한 고독이라는 두 개의 멍에를 젊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 교수는 평론가 송재영 교수가 천금성 작가의 소설을 본격적인 해양소설로 자리매김한 장본인이라고 했다.

구 교수 역시 소설의 포커스를 어렵고 힘들게 고강도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선원들의 이야기에 집중시키며 항해에 대한 낭만적인 이미지를 단호히 배격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바다와 선원에 대한 낭만적인 이미지들이 선원의 진정한 삶을 왜곡하고 호도하기 때문이라고 적시한 건 역시 직업적인 밥벌이로 배를 타고 노무를 제공하고 그 반대급부를 받아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주장이리라. 허만 멜빌의 <모비딕>에서는 순백이면서도 에이해브 선장에게는 악의 상징인 한 마리의 향유 고래에 의해 인간은 어이없이 분쇄된다.

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는 그 배경이 오로지 바다이면서도 그러나 또 노인과 거대한 마알린과의 생사를 건 사투가 처절하기 짝이 없다. 조셉 콘래드의 <로드 짐>에서는 한 신출내기 일 등 항해사의 첫 승선, 그리고 바로 그 첫 항해에서의 조난이 그의 항해사 자격을 정지시킨다.

▲ 작품마다 感傷 배격, 선원에 視線 던지고 체험적 事實에 충실

천 작가는 “대체로 이러한 여러 흐름들이 그들의 문학성을 고양시킨 것이라면 나의 작품 속에는 이러한 사투라든가 패배 혹은 좌절이 연약하므로 예술은 없다. 나는 다만 사실만을 전달하려고 애썼을 뿐”이라고 피력했다.
한 마디로 이러한 진술처럼 그는 선원의 삶을 배제하는 낭만적 글 쓰기를 배격하고 체험적 사실에 충실하고자 했던것.

실제 천금성의 소설들은 선장에서 평선원에 이르는 선상의 모든 인물들에 대해 시선을 던지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선장으로서 작가라는 전기적 시점은 그의 소설에서 지배적이다. 해양소설로서 그의 소설이 지닌 강점은 이러한 지배적 시점으로 일관하지 않고 아래로부터의 시점을 포괄하려 노력한 데서 나타난다고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선원의 등장과 자본주의 세계의 발전은 맞물려 있다고 했다. 영국의 경우 선원의 대다수는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본의 아니게 바다로 나간 것으로 밝혀져 있다. 산업 자본주의 체제로 개편되면서 빈농이나 자작농의 아들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왔다 부두에서 선원이 되거나 엔클로저(Enclosure)로 토지를 빼앗겨 선원이 된 이들이 많았다는 것.

또한 징모대에 붙잡혀 해군에 끌려가서 강제로 뱃일을 배운 후에 상선 선원으로 마음을 먹게 된 이들도 있었고 본래 빈농 투성이였다가 높은 임금의 유혹에 이끌려서 바다로 나와 배를 타게 된 이들도 있었다. 한국의 경우도 수출 주도형 성장정책으로 농촌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농민 출신들과 도시빈민 출신들이 선원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대다수 경제적 필요성에서 선원이 된다는 논리다. 도피나 낭만적 동경에 의해 선원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천금성 소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원양어선의 선원들은 상선의 선원들에 비해 훨씬 높은 강도의 노동에 시달린다.

따라서 도피와 낭만의 관점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당치도 않는 허위와 왜곡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선원이 된 동기는 무엇보다 노동력의 대가로 지불되는 임금에 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시장에서 임금을 매개로 한 노동력의 매매를 필요로 한다. 농촌 해체라는 급격한 변동으로 생계의 수단을 잃은 다수의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던져졌고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선원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선원이 된 동기에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무일푼 상태이나 노동의 대가로 넓은 세계를 구경할 수 있다는 욕구가 선원으로 이끈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동기라면 천금성 소설이 대상으로 하는 원양어선이 아니라 상선을 선택하게 했을 것이다. 원양어선의 선원이 된 이들에게 세계에 대한 앎의 욕구보다 화폐 획득에 대한 기대는 대부분의 경우 앞섰다. 따라서 이들은 처음부터 자본주의적인 임노동 관계에 구속되기 때문이라는것이다.

평생 외항상선 쪽에서, 그것도 오랜 기간 짝퉁으로 해기사 보직을 감당하며 해상근로자의 실습, 육성, 교육, 수급정책과 채용문제 등에 관여해 온 필자인지라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어선쪽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특히 전량 수출을 목표로 조업하는 참치잡이 어선의 선원들은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에 지배당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시장논리에 지배당하는 漁船선원들의 哀歡 작품에 반영

가령 그의 작품 중에서 제93광명호의 최선장은 ‘연중 어가가 가장 안정되고 또 그러므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적시에 입항’한 까닭에 하루도 채 쉬지 못하고 일본으로 출항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 등락이 심한 어가이기에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적절한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휴가나 연가(年暇)를 두고 상선과 어선 근무 선원의 차이점이 이렇게 달랐다.

선장 이하 모든 선원들이 고정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고 계약에 의한 보합제(Share System)에 처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단다. 그런데 이러한 보합제는 가장 오래된 제도이나 선주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매우 큰 제도이다.

이는 “총 어획고에서 경비를 제한 나머지의 이익금을 선주와 선원이 일정 비율로 분배하는 임금제의 한 방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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