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1 07:00

KSG칼럼/ 바다의 날에 즈음, 해양문학 산책 - (6)

서대남 편집위원
“바다는 영원히 머물고 싶은 삶의 무대”
원양어선 船長 천금성(千金成) 海洋소설가 (하 - 1)

원양어선 선장출신 해양소설가 천금성. 그는 거친 바다를 닮았다. 그의 인생에서 바다를 빼놓고는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는 타고난 바다 사나이. 심지어 강약으로 리듬을 타며 그의 입을 통해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투까지도 쉴 새 없이 밀려드는 거친 파도를 연상시킨다.”

이는 ‘피플코리아’ 잡지의 김명수 기자가 2003년 9월20일자 글에서 밝힌 천 작가에 대한 첫 인상의 표현이었다. 7년 전 당시 64세의 나이에도 어느 누가 보더라도 나이답지 않게 그가 한없이 젊어 보였는데 이는 늙지 않는 바다를 닮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줄기차게 해양문학 작품을 써 온 천금성 선장은 마침 그해 우리 해양문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또 하나의 야심작 해군 소설 <가블린의 바다>를 세상에 내 놓았던 것이다.

▲ ‘허무의 바다’ 출간후 본격 해양소설 ‘漂流島’ 연재 위해 下船

독도 때문에 벌어지는 일본과의 싸움에서 결국은 우리가 승리하는, 바다에서 생기는 전쟁이야기를 소재로 다룬 이 본격적인 해군과 해전 소설로 그는 비로소 우리 문단을 넘어 세계문학사를 통 틀어 해양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명실공히 해양작가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자리매김 한다.

기록된 바로는 햇수로 12년간 배를 타다가 78년 하선을 하게 된 동기는 그가 집필한 소설을 묶은 창작집 <허무의 바다> 출간을 위해서였다. 느닷없이 경향신문에서 본격 해양소설을 신문에 연재해 줬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해 왔기 때문.

79년 1월1일자부터 본격 해양소설 <표류도>를 연재하느라 하선한 게 뭍에 오래 머무는 단초가 됐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그러던 그해 12월12일 이른바 ‘12.12사태’가 터졌다. 신군부가 권력의 실세로 등장하면서 그 해에 ‘황강(黃江)에서 북악(北岳)까지’ 제하의 전기 집필을 의뢰받게 되어 천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영원히 하선상태에 머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는 것.

그러니 바다를 멀리 떠난 그에게 더 이상 해양문학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은 뻔한 이치리라. 그 공백기간이 후딱 10년이 넘은 것이었다. 바다를 항해하고 있어야 할 해양작가가 육지에서 좌초가 된 상태였으니 그에게 무슨 삶의 의미가 있으며 게다가 그 처지에서 어떤 해양소설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닻을 내리고 뭍에 오른 천금성 작가 근영
“참 술도 많이 마셨다. 요즘의 서울역 지하도를 방황하는 노숙자와 진배없는 처지였다”고 천 작가는 눈물을 끌썽이며 당시의 암흑같은 처지를 회고했다며 ‘피플코리아’의 김 기자는 같이 따라 울고싶은 심정을 썼다.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다시 바다로 나가야 한다!” 그게 그의 염원이었지만 그를 다시 선장으로 받아주는 원양선사는 없었다.

우선 국가로부터 면허받은 등급의 해기사자격 유지를 위해서는 일정기간 승선을 해야하며 실기를 했을 경우에는 새로이 지정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다시 갱신을 해야 하나 오랜 하선생활로 선장 면장은 이미 휴지가 돼 버렸기 때문이었다.

▲ “이대로 죽을순 없다!” 휴지된 해기사免狀 살려 다시 바다로

바다로 다시 나가야 된다는 욕망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궁리 끝에 동원산업 김재철(金在哲) 회장(당시 한국무역협회장)을 찾아가 “다시 해양소설을 써야겠으니 말단 어부로라도 제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청을 했단다. 그게 받아들여져 그는 십 수 년 만에 다시 꿈 속에서 그리던 원양항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그 항해를 계기로 천금성 소설가는 고기가 물을 만난 듯 다시 해양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바다로 나가지 않고 뭍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그로서는 단 한 줄의 바다 묘사도 불가능했었으니 오죽했었으랴. 그 연장선상에서 필생의 역작이라 본격적인 해군 소설인 <가블린의 바다>가 탄생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럼 그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쓴 소설 <가블린의 바다>는 무엇을 담고 있는가? 천 작가는 서울대 재학시절 해병대에 자원입대하여 사병으로 복무했다. 그러나 십 수년의 선장생활에도 불구하고 해군, 특히 구축함에 대해선 잘 몰랐었다. 물에 뜨는 배는 배로되 상선과 어선 그리고 군함이 그 용도가 다르니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리라.

완벽한 해양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해군의 함상생활과 그 내면 세계를 써야 한다고 굳게 믿어온 그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해군본부에 승함기회를 달라고 정중히 요청, 흔쾌히 군 당국의 허락을 얻어냄으로써 이 작품의 탄생이 가능했었던 것이었다.

천 작가는 우리 해군이 나아가야 할 바 우리 해군의 소망이 무엇인가? 그리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남지나해와 태평양 등 세계의 바다를 외면하고선 우리 대한민국은 결코 존립할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해양전략 관점에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 해군복무 자원 艦上체험 살려 野心作 <가블린의 바다> 집필

또한 <가블린의 바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해군은 태평양에서도 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대양 해군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국민의 해군 사랑과 함께 전폭적인 국민적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해군이야말로 가장 사랑스럽고 존경할 만한 우리의 아들딸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단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해군이 무엇이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또 그들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그리고 소설 제목에 등장하는 ‘가블린’은 히브리어로 악마 혹은 마귀라는 뜻이라고 한다. 당시 우리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이순신 함이 일본, 미국, 중국 등 열강 해군이 판을 치는 악마의 바다를 비록 전투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제패함으로써 한국 해군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하는 것이 그의 집필 의도였다는 것.

해군에서 단기복무로 전역(?)을 한 후 하선하고 나서 이 소설을 쓰는 동안에도 천 작가는 모름지기 집필에만 전념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나홀로’ 기러기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취재 및 자료 수집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진해 해군기지 및 해군 3함대사령부와 가까운 부산에서 2년이 넘도록 이산가족 상태를 면치 못 했다는 것.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천 작가는 심지어 작품 쓰기를 끝내고 나서 탈고한 초고를 해군본부에 보내서 최종 감수과정을 거치는 과정을 밟기도 했는데 오로지 미사일 용어 두 개가 틀렸을 뿐 완벽했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는 그의 철저한 작가정신을 엿볼수 있는 흥미로운 후일담이다.

그는 함상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예절 지키기에 철저했다고 한다. 함장에 대해서도 그는 직속 부하장교처럼 행동해야 되고 승조원 군인들과 똑 같은 일과시간도 준수해야 되며 집합구령이 떨어지면 대열의 후미에 서서 똑 같이 지휘관이나 간부급의 훈시를 듣거나 경례를 붙이는 등 열외없이 행동해야만 되고 또 어김없이 철저하게 이를 준수했다고 한다.

▲ 탈고작품 감수결과 미사일 용어 誤謬 2개 외엔 완벽판정

함상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20대 초반의 수병들에게조차도 친밀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스스로 먼저 해군 구호인 ‘필승!’ 을 함내에서 만나는 족족히 하루에 300번은 넘게 외치고 다닌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소설가 천금성의 그런 노력 덕분에 해군 총원으로부터 감동을 얻은 나머지 그가 탄 해군 주력함 ‘을지문덕함’, ‘양만춘함’, ‘부산함’, ‘화천함’, ‘나대용함’ 등의 함장으로부터 ‘명예함장’ 내지는 ‘명예 승조원’ 등의 우대를 받았다는 것.

1년 동안 그렇게 함장을 비롯한 300명의 전 승조원들과 함께 유일한 민간인으로써 호흡을 같이 함으로써 나중 항해를 마치고 귀국한 다음에는 오히려 함장으로부터 ‘큰 형님’으로 예우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도 들린다. 해군소설을 쓰겠다는 치열한 작가정신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사람으로 그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내친 김에 다시 한번 군함 항해의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해군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육지에 나와서 살겠다는 생각은 아직도 전혀 없습니다.” 천 작가의 입에서 “육지여! 제발 나를 부르지 말아다오. 난 바다가 미치도록 좋단다”라는 넋두리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거친 바다와 벗하고 살면서 줄기차게 해양문학 작품만 쓰다보니 그는 어느새 거친 바다를 닮아 있었다. 몸도 마음도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투까지도… 타고난 바다 사나이 천금성 소설가이고 보니.

그는 앞으로도 바다가 부르면 언제라도 다시 바다로 뛰어나갈 사람 같았다”는 게 ‘피플코리아’ 김명수 기자 글의 끝맺음이다. 조로현상이 많은 한국문학계에서 예순 중반의 소설가가 해군소설을 써 보겠다는 일념에서 직업 해군들도 배를 타지 않는 보직을 가장 선호하며 특과(?)로 여기는 마당에 필자가 볼 때에 이는 하선 해서 뭍에 올랐던 천 작가가 젊은 수병들 사이에 끼어 1년을 다시 군함을 타고 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녔다는 것은 작품 이전에 시쳇말로 ‘의지의 한국인(?)’임에 틀림 없었던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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