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4 09:00

KSG에세이/ 바다의 날에 즈음, 해양문학 산책 - (4)

서대남 편집위원
“바다는 영원히 머물고 싶은 삶의 무대”
원양어선 船長 천금성(千金成) 海洋소설가 - (상)

원양어선 선장출신 천금성(千金成) 해양소설가. 1941년 10월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해 해방과 동시에 귀국. 1960년 경남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임학과를 66년에 졸업.

이어 67년 FAO(세계식량농업기구)가 설립한 한국어업훈련소 어로학과를 제5기로 수료하고 이듬해 68년에 고려원양 소속 제53광명호에 2등항해사로 승선, 인도양으로 출항해 원양어선 사관으로 조업활동에 종사했다.

그리고 몇 번의 실패 끝에 승선 중에 미리 당선소감까지 동봉해 응모한 단편소설 <영 해발 부근(零海拔附近)>이 196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고 이를 계기로 천 작가가 발표하는 작품들이 급물살을 타고 한국문단의 주목을 집중시키며 해양문학이란 장르를 굳히고 개척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작가 지망생이 신춘고시에 합격, 승승장구 하게 된 것.


- 경남高 서울大 林學科졸업, 어업훈련소 거쳐 원양어선 船長

또 1993년에는 한국소설가협회 제정 제19회소설문학상을 받았고 70년 발표 단편 <적도제(赤道祭)>, 77년 <허무의 바다>, 91년 장편 <지근은 항해 중>, 93년 장편 <인간의 욕망>, 94년 장편 <시지푸스의 바다>, 2001년 발표 <외로운 코파맨>, 2003년 발표 <가블린의 바다>, 2010년 발표 <불타는 오대양> 등 수 십 편의 장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앞서 소개한 김성식 외항선장 시인과 마찬가지로 천금성 원양어선 선장 소설가도 일면식도 없이 지면을 통해 그 명성만을 익히 알고 있기에 이번 기회에 단편적이나마 매스컴이나 지상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필자도 넓은 의미의 해양종사자 입장에서 코리아쉬핑가제트 독자들을 위해 이를 정리 전달함으로써 모두가 해양문학가 천금성 선장 소설가의 삶과 작품세계와 친근해지는 계기를 삼으려고 한다.

천 작가는 69년 등단에 이어 다음해 70년에는 선장으로 진급하는 영예도 누리며 10여 년 간 선상생활을 했다.
34년전 1978년 5월23일자에서 경향신문 고유석(高庾錫)기자는 천금성 해양소설가 소개를 통해 선장생활 10년을 바탕으로 문학사상 첫 본격 해양소설집을 펴낸 ‘한국의 멜빌’ 천 작가는 ‘외경스런 바다는 처절 바로 그것’이었고 출항 뱃고동이 울릴 때마다 항상 눈물이 앞을 가렸으며 늘 ‘미귀향의 뱃놈으로 죽고싶어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 내용을 옮기면 대충 이렇다.

산사람은 산이 좋아 산엘 간다. 뱃사람은 바다가 좋아 배를 탄다. 산이 산사람들에게 희열을 주듯 바다는 뱃사람들에게 매력을 주고 있다. 그리고 바다는 뱃사람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인간이 문학을 가진 이래 영원한 문학의 소재가 돼 왔었다.

- ’69년 ‘零 海拔 附近’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

다만 우리에게는 신문학사 70년을 통해 통틀어봐도 신문학 이전에도 바다를 소재로 한 해양문학이 자리잡지 못했던 것은 유감이 아닐수 없다. 3면이 바다로 둘러 싸이고 어획량이 5~6위의 세계 상위권으로 부상, 수산입국도 어렵잖은 이 마당에 이렇다 할 해양문학이 없었다는 사실은 독자와 문단을 안타깝게 해 온 것이었다. 필자도 공감한다.

원양어선 선장이자 작가인 당시 37세의 천금성은 이 같은 해양문학의 불모지에 도전, 바다를 무대로 한 해양소설을 써 한국문학 최초의 본격 해양소설집 <허무의 바다>를 내 놔 화제를 뿌리고 있다. <영 해발 부근>, <허무의 바다>, <엉뚱한 바다>, <막다른 바다>, <적도제> 등 9편의 장편소설을 모은 천씨의 소설집은 선상생활 10년의 체험을 그린 것.

그의 소설은 무대가 모두 바다라는 특색과 성난 파도와 상어떼와의 사투 등 생생한 현장체험이 흥미를 줄 뿐 아니라 여느 사람이 겪기 어려운 귀중한 체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3대양에서의 조업결과 만선으로 귀향한 천 선장의 금쪽같은 뭍 시간을 쪼갰다. “문학 + 바다 라고나 할까요. 대학시절 신춘문예에 두어 번 실패하고 나니 바다로 가고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바다에 제 삶과 문학이 있을 것 같았죠.” 서울농대 임학과를 나온 농학도가 뱃 사람이 된 동기를 천 선장은 이렇게 밝힌다.

그는 자신의 출신지가 부산 자갈치 시장 부근으로 새우젓을 먹고 잔뼈가 굵었으며 바다가 항상 곁에서 찰랑거렸다고 한다. 바다가 너무 가깝다 보니 이질적인 산을 생각케 됐고 조그만 산에 과수원을 일구고 목가적인 풍경속에서 문필생활을 할 것을 꿈꾸어 농대를 지망했다.

- 영원히 順馳될수 없는 바다사랑과 航海체험이 작품의 素材

대학에서 학보사 일을 맡고 문학과 친해지면서 여러 차례 문단에 도전했으나 실패가 있을 뿐이었다. 이에 대한 낙담과 함께 생래적(生來的)으로 타고난 그의 유랑벽이 한 군데 닻을 던지고 산다는 일상을 거부하고 그를 바다로 불러 냈었다.

“망망한 대해를 떠다니면 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낄때가 많지요. 이 공포에서 해방되기 위해 책을 보고 원고지와 씨름했습니다.” 그가 불빛도 흐리고 흔들리는 선실에서 원고지와 의식적으로 벗했던 것은 자기를 이기기 위한 수단이었다.

문단 데뷔는 2차 문제였고 눈앞의 현실은 언제나 바다였다는 천 선장이었다. 데뷔작 <영 해발 부근>은 68년 선상생활 2년의 경험을 살려 배 위에서 소금물을 뒤집어 쓰면서 탈고한 작품이다. 당시 그는 당선소감까지 써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황순원(黃順元), 김동리(金東里)씨에 의해 당선작으로 뽑혔다. 임학도가 신춘문예 장원급제(?)를 한 것.

천 선장은 당선소식을 어로작업 중 무선으로 받았고 문단에서는 응모작에 당선소감까지 함께 보낸 그를 “건방지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장난기도 있었지만 만선의 본능이 당선소감을 동봉케 했다고 설명한다. 만선은 어창에 하나의 빈틈이 없도록 고기를 채워 넣는 것이다. 응모작을 봉투에 넣었더니 공간이 생겼고 그래서 만선의 습성이 빈 데를 당선소감으로 채우게 했었다고 그는 당시를 돌이킨다.

대자연과 인간의 처절한 사투를 내용으로 하는 자신의 소설이 꼭 당선되리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산 같은 파도가 밀어닥치는 바다나 끝 간 데 없는 청징(淸澄)한 바다를 항해하면서 뛰노는 고기들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바다의 매력을 알 것이다.

실제로 바다를 겪어보지 못했더라도 허먼 멜빌의 <모비딕(白鯨)>이나 조셉 콘라드의 <로드짐> 또는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은 사람이라면 바다를 동경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 선장은 바다를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경고한다. 호기심의 대상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바다는 처절합니다. 기쁨도 처절하고 모든 것이 처절합니다.” 천 선장은 수없이 바다를 흘러 다녔지만 같은 낯으로 대해 주는 바다는 한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바다는 인간 삶의 현장입니다.” 10년간의 항해 경험을 가진 천 선장은 상황에 따라서 바다의 이미지가 항상 바뀐다고 지적한다. 영원히 순치(順馳)될 수 없는 대상이 있으면 그것은 바다일 뿐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태풍을 정복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웃음을 살 겁니다. 마찬가지로 바다를 정복하겠다는 사람도 어리석은 사람일 거예요. 바다는 인간능력 밖에 있습니다. 바다와 싸워 이길 수 있다면 그건 신의 능력에 속하는 일입니다.”

천 선장은 바다의 위용을 이렇게 말한다. 10만톤의 배를 두 동강 내는 태풍의 위력, 사람을 삼키는 상어떼, 깊이를 모르는 심연을 가진 바다를 인간이 정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천 선장은 힘줘 말한다. “바다는 외경(畏敬) 바로 그것이고 처절(悽絶) 바로 그것입니다.”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 바다를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그가 그토록 금물이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바다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생동감 넘치고 재밌는 탓이리라. 더욱이 요즘 소설들의 관능적이고 감각적이며 일상의 소재에 맴도는데 비하면 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색적인 소재들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필자도 대양 항해를 해 봐서 알 것 같다.

- 해양소설 장르 개척의 선구자, 한국의 멜빌·콘라드로 칭송

문학평론가 송재영(宋在英)씨는 그를 가리켜 “한국의 멜빌이요, 콘라드이며 생택쥐페리”라고 평한다. 천 선장은 멜빌이나 콘라드, 헤밍웨이 등이 선상생활의 경험으로 해양소설을 썼으나 자신만큼 해양문학을 붙잡고 고집한 작가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시정 넘치는 <노인과 바다>도 자신의 체험에 비춰보면 리얼리티가 결여되는 작품이라고 못박는다.

헤밍웨이는 고기 이름이나 상어의 식성 또는 조류와 기상과의 관계 등에서 많은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천 선장은 이미 75년 한국문학 10월호에 ‘노인과 바다, 그 몇 가지 오류’라는 논문을 발표, 헤밍웨이 작품 속의 리얼리티 부재를 밝힌 바 있다.

“미 귀항의 뱃놈으로 죽고 싶어요.” 천 선장은 출항을 며칠 앞두면 꼭 이런 상념에 젖어든다고 한다. 그는 하늘을 날다 영원히 미 귀환한 생택쥐페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작가라면서 자신도 바다에 몸을 맡길 것이라고 못박는다. 바다가 그에겐 영원한 삶과 문학의 터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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