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으로 해운업계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가운데 근해 3개항로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다양한 주변 상황으로 굴곡진 시황흐름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성적표로만 놓고 볼 때 근해항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적선사들, 동남아항로 실적 160만TEU 돌파
동남아항로는 지난 한해 동안 전년도 실적 뿐 아니라 금융위기 이전 실적까지 훌쩍 뛰어넘었다. 국적선사 8곳이 가입해 있는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항로 수송실적은 168만6천TEU를 기록했다. 2009년의 148만TEU에 비해 13.9% 늘어난 것이자 2008년의 157만7천TEU에 비해서도 6.9% 웃돈다.
동남아항로 실적은 수입항로보다는 수출항로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해 수출항로 물동량은 98만5천TEU로, 2008년 89만5천TEU 2009년 88만3천TEU에 비해 10% 11.5% 늘어나는 두 자릿수 성장을 일궜다. 수입항로는 70만1천TEU를 기록, 2009년의 59만6천TEU에 비해 17.5% 상승했다. 2008년의 68만1천TEU에 비해선 2.9%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입항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엔 성공했지만 성장률에선 수출항로에 비해 다소 낮은 모습이다.
지난해 동남아항로에선 실적 성장에 대응해 선사들의 신항로 개설이 러시를 이뤘다. 신항로 붐은 하반기 이후 시황 하강의 도화선이 됐음은 물론이다.
중국에 이은 제 2의 생산기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 베트남이 특히 선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흥아해운은 지난해 말 하이퐁서비스2(HPS2)를 개설함으로써 한국-베트남 노선을 2곳으로 늘리는 한편 남성해운과 선복제휴를 통해 베트남 항로를 대폭 강화했다. 선복 제휴로 두 선사는 부산발 베트남 서비스를 주 3항차로 확대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발 베트남행 수출항로 실적은 2008년 15만3천TEU 2009년 18만2천TEU 지난해 19만4천TEU 등 금융위기 동안에도 꾸준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려해운은 지난해 초 대만선사인 TS라인과 공동으로 인천과 태국을 잇는 노선을 개설했으며 7월엔 시노트란스와 16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투입해 인도네시아행 서비스를 열었다. 또 고려해운과 STX팬오션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거치지 않는 태국 직기항 노선인 굿타일랜드서비스를 신설했다.
이 서비스는 포항항을 기점으로 한 첫 동남아 서비스란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천경해운은 지난해 5월 선복을 구매해 인천-태국 항로에 뛰어들었으며 10월엔 한국기항지를 부산항까지 확대했다. MCC트랜스포트는 지난해 3월 신선화물 수송을 목표로 평택과 필리핀을 잇는 동남아항로를 신설하기도 했다. 앞서 해운산업합리화 이후 25년만에 설립된 정기선사인 양해해운도 지난 2009년 말 회사 설립과 함께 인도네시아 태국서비스를 개설, 동남아항로에 가세했다.
한일·한중항로 물동량 성장에도 운임시황 ‘대조적’
한중항로는 사상 최고치와는 거리가 있으나 금융위기의 부진을 털었다는 평가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중항로 물동량은 246만7천TEU를 기록했다. 이 항로 물동량은 지난 2007년 257만3천TEU로 고점을 찍은 뒤 환율하락에 따른 수입 물동량 감소로 2008년 243만8천TEU로 하락세를 탔으며 2009년엔 금융위기에 따른 해운불황 여파로 214만5천TEU까지 뒷걸음질 쳤었다.
동남아항로와 마찬가지로 수출과 수입노선 실적은 서로 명암이 엇갈렸다. 수출노선은 2008년 92만3천TEU 2009년 99만6천TEU 지난해 103만3천TEU로, 금융위기의 찬바람에 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승곡선을 그리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선사들은 한중 수출항로가 상반기까지 레진 수요 강세를 등에 업고 호조를 보이다 하반기 들어서면서 약세로 반전했다고 전했으나 실적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전반적으로 양호했다는 평가다.
수입노선 물동량은 2008년 151만5천TEU에서 2009년 114만9천TEU로 급락한 뒤 지난해 143만4천TEU까지 회복했다. 고점이었던 2007년의 163만3천TEU에 비해선 20만TEU가량 못 미친다. 수입노선은 아직까지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진 못한 셈이다.
한중 수입항로는 최근 몇 년 간 부진이 이어지며 운임이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산 기점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0달러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유가할증료(BAF)나 통화할증료(CAF) 등의 부대비용으로만 화물 수송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중국 교통운수부가 자국 기점 수출항로의 운임 덤핑을 막기 위해 운임공표제를 도입했음에도 저운임 경쟁은 여전히 취항선사들의 채선상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일항로는 지난해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이 수송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146만9천TEU를 기록, 2009년의 122만TEU에서 20.3% 성장했다. 특히 이전 최고치였던 2007년의 139만4천TEU에 비해서도 5.4% 늘어났다.
한일항로의 호성적은 로컬 물동량과 환적물동량의 성장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로컬물동량과 환적물동량은 각각 63만3천TEU 47만TEU로 2009년에 비해 각각 20%이상 성장했다. 이전 고점이었던 2007년의 61만9천TEU 40만7천TEU도 뛰어 넘었다.
한일항로는 근해항로에서 운임 수준이 가장 변화가 적은 곳으로 통한다. 지난 2007년 11월부터 도입해 운영 중인 선적상한제(실링제) 효과다. 선사들은 전년 수송물동량을 기준으로 선적상한선을 정해 시황의 부침을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선사들은 상한제 덕분으로 다른 근해항로와 달리 운임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다만 3분기 동안 일부 선사들의 요청으로 상한선 기간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면서 운임이 수출항로 기준 TEU당 250달러 안팎에서 200달러 이하로 하락하기도 했다.
양해해운 근해항로 단체 2곳 가입
올해 들어 근해항로에선 시황 하락, 양해해운 협의회 가입, 유가 상승, 항권 배분 등의 문제가 얽히면서 다소 어수선한 모습이다.
양해해운은 이달 들어 한국근해수송협의회 회원사로 가입했다. 지난 2일 열린 대표자 회의에서 참석 회원사 11곳 중 6곳의 찬성으로 가입안건이 승인됐다. 다만 양해해운이 게이힌(도쿄·요고하마·나고야) 및 한신(고베·오사카) 항로에서 실시 중인 선적상한제에 참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현재 선적상한제가 실시되고 있는 항만은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가와사키 고베 오사카 히메지 욧카이치 지바 시미즈 도요하시 등 11곳이다. 이날 대표자 회의에서 선사들은 양해해운의 가입을 승인하면서도 이들 항로의 공동운항을 현행과 같이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한제에 참여하기 위해선 공동운항그룹 참여가 우선이다. 공동운항을 통해 서비스를 공유함은 물론 수송실적에 따라 상한선(실링)을 배분받기 때문이다. 결국 선사들이 공동운항을 현재 체제로 유지했다는 것은 곧 양해해운이 상한제에 참여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한일항로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양해해운이 한일항로에 진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 양해해운은 최소 1~2년은 더 지나야 공동운항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해해운은 KNFC 가입으로 황해정기선사협의회 가입만을 남겨두게 됐다. 양해해운은 여세를 몰아 이달 내로 황정협 가입도 결정짓는다는 계획이다. 중국 선사들은 황정협에 가입했음에도 국적선사가 가입을 못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웨이하이에서 열린 한중 20주년 기념 포럼에서 하이난판양항운(海南汎洋航運, 하이난PO해운)에 협의회 문을 열어 준 바 있다.
한중항로 항권 배분 향배에 주목
한중항로에선 항권 배분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해운회담에서 정부는 평택과 경인항(아라뱃길)을 기점으로 한 한중항로 2곳을 새롭게 개설키로 합의했다. 현재 인천·평택권에서 항권이 없는 선사는 근해항로 선사의 경우 동진상선과 천경해운 태영상선 3곳이다. 때문에 이들 선사들이 신설항로 운영선사로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문제는 경인항 기점 항로다. 성장가능성이 큰 평택항과 달리 경인항은 내년 8월 아라뱃길 개통과 함께 운영에 들어갈 예정인데다 항로 거리도 기존 인천남항에 비해 멀어 매력이 크지 않다. 취항 선사 관계자는 “경인항 항로는 정부에서 운영선사에 대대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지 않는 한 선사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톈진해운(TMSC)은 지난 2005년 해운회담에서 항로 신설이 결정된 평택-롄윈강 노선을 평택-상하이 노선으로 변경해 다음달 처녀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같은 해 국적선사측에 배분됐던 평택-다펑 노선은 항로 신설이 불투명하다. 운영사로 선정된 남성해운(장금상선·한성라인과 공동운항)이 TMSC 사례를 들어 좀더 시장성 있는 노선으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으나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근해항로에선 올해 들어 시황하락에 더해 한껏 뛰어오른 국제유가로 선사들의 채산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3개 항로 중 한일항로와 한중항로가 고정 유가할증료(BAF)를 적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TEU 기준으로 한일항로는 84달러, 한중항로는 110달러의 BAF를 적용하고 있다. 한일항로 관계자는 “화주협의회와 BAF 인상을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유가 상승 폭이 크기 때문에 선사들의 채산이 악화되지 않는 선까지 BAF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중항로 관계자는 “2008년까지 협의회에서 (유가변화에 따른) BAF 연동표를 발표해오다 중국 선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요청해와 폐지했다”며 “국적선사들은 연동표 재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중국측은 현행 요율에 플러스 알파를 자체 책정하자는 식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연동할증료(플로팅 BAF)를 도입하고 있는 동남아항로는 이달 들어 BAF를 TEU당 120달러 또는 13만5천원으로 인상, 적용하는 한편 오는 14일부로 긴급유류할증료(EBS)를 현행 30달러에서 50달러로 인상할 계획이다. 다른 두 항로에 비해 선사들의 숨통이 틜 수 있는 셈이다.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들은 다음달 15일 목표로 TEU당 75달러의 운임인상도 계획하고 있다. 동남아항로 관계자는 “잇따른 항로신설로 선복이 과잉되면서 연초 태국항로를 중심으로 한 시황 악화로 몸살을 앓았다”며 “3월 들어 물동량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만큼 BAF의 적극적인 징수와 운임인상을 통해 떨어진 운임 회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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