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9 11:16

러시아, 재정 적자 해결위해 세금 폭탄 준비

석유업체 대상 세금 인상 추진, 업계 반발 거세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세 부과 방침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석유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이 내년 세수를 60억달러 가량 늘리기 위해 석유세 인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월 동시베리아 유전에 적용되던 수출관세 면제 기간을 폐지하면서 45% 수출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990년대 석유업계 거물들에 대한 통제 강화를 통해 산업 구조의 다각화를 추진하도록 유도했으나 여전히 러시아 경제를 이끌고 있는 석유업계로 인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세금 인상 단행은 투자 위축을 초래해 원유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회복세를 보이던 러시아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조심스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에 힘입어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5%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경제에 비보가 아닐 수 없다.

BP의 러시아 합작회사 TNK-BP의 조나단 무이르 최고재무책임자는 “앞으로 10년간 300억달러를 투자하려고 했는데 조세 정책의 변화 가능성으로 인해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재정 적자 문제를 들어 세금 인상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의 재정 적자는 지난해 GDP의 5.9%에 달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올해는 세수 확충 등의 계획을 통해 5%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정부와 석유업계의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업계는 유전개발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에 지난 2003년 도입된 매출액 기준 과세를 폐지하는 대신 손익기준 과세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 90년대 손익 기준의 과세 당시 석유업체들이 이전 가격 조작을 통해 탈세를 일삼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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