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7-31 00:00

[ 동아시아 주요국가 물류현황 및 정책방향 Ⅳ - 필리핀 ]

아시아 역내 운송인프라의 공동개발 및 운송정책 상호협조를 위해 최근 일
본 도쿄에서 열린 제1차 동아시아화물운송국자회담의 내용 연재를 이번 필
리핀편을 끝으로 마친다.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통화가치 불안정이 장기화됨에 따라 아시아 역내
경제성장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데, 통화의 평가절하는 하주들의 운임 및
할증료 부담을 가중시켜 무역활동을 영위하는 데 여러 측면에서 하주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최근의 운송시장 현황은 과거 10~20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복잡해졌다. 과거 운송시장의 주요 이슈는 거의 동맹선사나 독자적인 활동
을 하는 개인선사들이 하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운임을 부당하게 인
상하는 데 따른 문제들에 국한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운송품목이 다양해지
면서 선박의 종류와 수가 늘어났고,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항만 및 부대시설의 발전이 필수요건 및 해결과제로 등장했으며, 선사들의
시장지배력이 약화되고 선복과잉공급에 따라 운임은 과거에 비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선사들은 CAF(Currency Adjustment Facto
r)나 BAF(Bunker Adjustment Factor)를 하주들에게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
러한 부대할증요금들이 일반운임과는 별도로 운송비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
고 있다.
한편 현대화된 항만시설과 최신 항해장비를 갖춘 선박의 투입으로 항해일정
이 단축된 반면에, 급격히 늘어난 운송수요를 운송기반시설이 감당하지 못
함에 따라 THC(Terminal Handling Charge), PCC(Port Congestion Charge)
등과 같이 기타 항만이용비용이 세분화됐다. 이에 대해 선사측은 터미널운
영자측에 의해 부과되는 부대비용들을 재반영한 것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
지만, 선사들이 THC 등의 기타 부대비용을 자신들의 이윤폭을 넓히고 선복
과잉공급으로 인한 경상이익률의 보충을 위해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인 견해이다. 또한 THC 문제는 최근 2년간의 아시아 역내회의의 주의제로서
신중한 고려와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아세안동맹하주
협의회에서는 선사들의 THC 및 기타 할증료에 대해 투명성을 제고해 달라고
결의한 바 있고, 운임인상과 관련해서는 하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
정하도록 요청해 과거 선사들의 일방적인 운임인상 통보에 대해 강력히 제
동을 걸고 나서는 등 물류 및 운송비용에 관한 하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
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아세안동맹하주협의회는 THC를 없애고 이를 기본
운임(all inclusive basic freight rate) 안에 삽입해 제시할 것을 요청했
는데, 이는 운임체계를 통일하고 간소화해 효율적으로 운임변동을 관찰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하주협의회가 지난 2년 동안 이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
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사동맹들의 이문제에 대한 협상 거부로 아직 성공적
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작년 1월에 운임인상을 결정한 태평양서안항
로협정(TWRA)과 4월에 수출입 운임을 모두 복구한 구주항로운임동맹(FEFC)
의 조치는 이들과 서비스 콘트랙트를 체결하고 있지 않은 역내 소규모 하주
들의 수출입활동에 매우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규모 선사들이 참여해 새로운 컨소시움이 형
성되고, 이에 따라 이들이 세계 주요 무역항로를 지배하게 된 현상이다. 점
차 더욱 대규모화되고 있는 이 컨소시움들을 가르켜 “global alliance”
또는 “super conference”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들이 장차 몇 년 안에
전세계 주요무역항로 운송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아시아지역으로부터 북미 및 구주항로로 향하는 수출항로 운송시장의 약 80
퍼센트 이상이 이들에 의해 통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대규모 선사
들에 의한 독점적 시장지배로 야기되는 문제들에 대처하면서 하주들의 이익
을 보호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간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데, 특히 반독과점법이 발전되지 않은 국가들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필리핀은 수천개의 군도로 형성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운송
양식은 섬내에서 이루어지는 도로운송인데, 1980년대 통계까지 도로운송이
차지하는 운송분담률이 화물과 여객이 각각 65퍼센트와 90퍼센트를 차지하
고 있고, 내륙수로, 철도 및 항공운송의 여객수송분담률은 전체 여객수의 3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정도이다. 한편 1990년대에는 해상부문의 여객 및
화물운송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화물과 여객의 각각 47퍼센트와 9퍼센트가
해상교통에 의해 운송되고 있다. 주로 농산물과 제조업상품의 유통에 중점
을 두고 원산지와 최종소비지간에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화물 대
부분이 중개인들을 통해 항구 배후지역에 있는 콘솔센터 또는 물류창고에
집하된 후, 피더항이나 허브항을 통해 각 지역으로 운송되고 있다.
항만 및 공항 등의 인프라 개발과 동시에 해상 및 항공운송 분야에 대한 여
러 가지 규제들이 완화되거나 철폐되고 있다. 정부의 혁신적인 정책으로 인
해 산재해 있는 여러 섬들간에 인력 이동이 원활해지고, 상품 및 서비스 교
역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필리핀내 총 28개에 달하는 항구가 다시 재개
발되어 시설이 개선됨과 동시에 지방항구 20여개가 추가로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공항개발부문에서는 다바오(Davao)국제공항, 막탄세부(Mactan-Cebu
)국제공항, 니노이아키노(Ninoy Aquino)국제공항 등의 시설개선을 위한 프
로젝트가 최근 계속 진행 중이다.
1995년부터 세계 4대 화물처리항구 및 선박기항지로 꼽히고 있는 마닐라항
과 수빅항은 선사들이 여전히 역내에서 주요허브로 운영하고 있는 중요한
항구들이다. 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필
리핀의 전략적 위치때문에 미국의 FedEx, 호주의 TNT, 영국의 DHL 및 UPS,
정부가 지분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PEAC(Pacific East Asia Cargo) 등이
마닐라와 수빅을 아시아지역내 활동을 위한 자신의 주기지로 이용하고 있다
.
한편 필리핀 정부는 현재 항구를 회사로 설립해 민영화함으로써 동시에 카
르텔을 통한 독점체제를 깨뜨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항공
운송사업에서는 물론 환적허브항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
울이고 있다. 또한 필리핀에서는 소위 필리핀하주협의회(Philippine Shippe
r’s Council)라고 알려진 PSB(Philippine Shipper’s Bureau)가 운영되면
서 수출입업자 및 운송수요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함으로써 무역진흥
에 힘쓰고 있다.

아시아지역은 화물의 물동량에 비해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매우
미약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운송기술과 시스템도 발전돼 있지 못한 상황이
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동아시아 주요국가 운송당국자들이 처음으로 역내
인프라 개발 및 운송시스템 발전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진 것은 매우
큰 의의를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아시아지
역의 인프라 개발 및 개선을 위해 투입돼야 할 총비용이 수천조달러라는 천
문학적인 수치에 이르며, 이의 추진을 위해서도 각 국가간의 상호협력과 공
동정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모임이 지속
됨으로써 역내운송·물류환경이 체계적으로 개선되는 발판이 돼야 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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