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0 09:58
판례/ 선하증권상 중재조항의 효력
金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부산지방법원 2008.10.8.선고 2007가합 20559 판결
【원 고】 동국제강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담당변호사 정철 외 1인)
【피 고】 윤스마린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김창준 외 6인)
【변론종결】 2008. 9. 10.
【주 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7.27자에 이어>
나. 원고의 재항변에 대한 판단
(1) 주 장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포함되어 있는 일본중재약정은, ① 그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데 있어 외국법원에 대한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의 유효요건을 그대로 적용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분쟁해결장소로 지정된 일본은 이 사건 분쟁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고, ②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통지를 받는 등 관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위 중재조항이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약정임에도 이를 이면에 기재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므로 무효이다.
(2) 판 단
(가) 먼저, 대한민국의 판례를 통하여 제시된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의 유효요건이 이 사건 중재조항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소송에 있어서의 관할합의와는 달리 중재지는 당사자 또는 사안과 합리적인 또는 기타 어떠한 관련성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사 관련성이 있을 필요가 있다고 보더라도, ① 이 사건의 준거법은 일본법인 점, ② 이 사건 화물의 선적작업은 일본의 미주시마항에서 소외 동국이 선정한 일본의 하역업자에 의하여 수행된 점, ③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이 일본의 미주시마항에서 발행된 점, ④ 이 사건 사고 역시 일본의 영해에서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분쟁해결장소로 지정한 일본은 이 사건과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중재조항이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약정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라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중재란 거래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현존 또는 장래에 발생할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인인 제3자를 중재인으로 선정하여 중재인의 판정에 맡기는 동시에, 그 판정에 복종함으로써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자주법정제도로서 재판 외의 분쟁해결제도이므로,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기재된 중재조항은 거래 당사자인 피고 윤스마린과 소외 동국간에 합의로서 재판청구권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과 같고,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의하여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로서는 위 당사자들간의 합의에 의하여 분쟁해결방법이 중재절차로 제한된 채권을 인수한 것이며, 선하증권의 성질상 위와 같이 중재조항에 효력을 인정하기 위하여 별도로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의 동의 내지 그에 대한 통지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규정되어 있는 외국중재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중재조항의 기재에 관여할 수 없었다거나 단지 선하증권의 이면에 위와 같은 중재조항을 규정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 중재조항이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따라서 원고의 위 각 재항변은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 나카하라 쉬핑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나카하라 쉬핑의 본안전 항변
(1) 주 장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피고 윤스마린이 발행한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이면에, 운송관련자들은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 등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른바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이 기재되어 있고, 운송인인 피고 윤스마린은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중재합의조항에 따라 이 사건 소가 중재합의에 위반되어 각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 피고 나카하라 쉬핑도 피고 윤스마린의 위와 같은 주장을 원용한다고 본안전 항변을 한다.
(2) 판 단
(가)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1조에서 “보조계약자에는 선박의 선주 및 운영자, 선복 공급자, 하역업자, 터미널 운영자, 그리고 그들의 각 대리인과 고용인 및 항해를 지원하는 자 일체를 포함한다{Sub-Contractor includes owners and operators of the vessels and space provider (other than the Carrier), stevedores, terminal and groupage operators, their respective servants and agents, and anyone assisting the performance of the carrige whomsoever.}”고 기재되어 있고, 위 이면약관 제5조 제2항에서는, “만일, 운송인의 고용인, 대리인, 보조계약자에게 손해배상청구가 있을 경우, 위 자들은 본 선하증권상에서 운송인이 누릴 수 있는 방어방법과 책임제한사유를 원용할 수 있다(If an action is brought against any servants, agent or Sub-Contractor of the Carrier, such person shall be entitled to avail himself of the defences and limits of liability which the Carrier is entitled to invoke under this Bill of Lading.)”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 나카하라 쉬핑이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며, 이 사건 소는 원고가 피고 나카하라 쉬핑에 대하여 이 사건 화물의 유실과 관련하여 불법행위책임에 기해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이 사건에서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운송인인 피고 윤스마린이 위 각 선하증권의 내용에 따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방어방법과 책임제한사유를 원용할 수 있다.
(나) 그런데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5조 제2항은 선하증권상의 운송인의 방어방법과 책임제한에 관한 사항을 운송인의 보조자에게도 확장하여 적용함으로써 형평을 기하고자 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을 통하여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발행인인 피고 윤스마린과 그 소지인인 원고 사이에서 위 각 선하증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에 관하여 재판 외의 분쟁해결절차에 의하기로 하였다면, 운송인의 보조자인 피고 나카하라 쉬핑과의 관계에서도 위 각 선하증권으로 인한 분쟁에 관하여는 위 중재조항을 확장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5조 제2항에 따라 피고 나카하라 쉬핑이 원용할 수 있는 피고 윤스마린의 항변은 본안에 관한 항변에 제한된다고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위 약관조항에 따라 이 사건 중재조항에 기한 피고 윤스마린의 본안전 항변을 원용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따라서 위 2의 가. (2)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의 피고 윤스마린에 대한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중재조항에 위반되어 부적법하고, 같은 이유에서 원고의 피고 나카하라 쉬핑에 대한 이 사건 소 역시 이 사건 중재조항에 위반하여 제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피고 나카하라 쉬핑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나. 원고의 재항변에 관한 판단
(1) 주 장
(가) 중재법 제8조 제2항에서 중재합의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그에 대한 예시로 당사자들이 서명한 문서에 중재합의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원고와 피고 나카하라 쉬핑 사이에는 위 규정에 따라 당사자가 서명한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은 일본해운집회소(Japan Shipping Exchange, Inc.)가 1994년 일본 국내 운송인들로 하여금 사용토록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표준양식인 SHUBIL-1994(B)를 피고 윤스마린이 그대로 차용한 것에 불과하여 원고는 그 내용을 검토하는 등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대등한 지위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 나카하라 쉬핑 사이에서는 중재합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또한, 피고 나카하라 쉬핑이 본안전 항변 사유로서 원용하는 이 사건 중재조항은, ① 그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데 있어 외국법원에 대한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의 유효요건을 그대로 적용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분쟁해결장소로 지정된 일본은 이 사건 분쟁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고, ②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통지를 받는 등 관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위 중재조항이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약정임에도 이를 이면에 기재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며, ③ 원고가 통상적인 방법으로 침해되는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봉쇄함으로써 사실상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이므로 구 상법(2007. 8. 3. 법률 제8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90조에 따라 무효이다.
(다) 더구나,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고의 내지 이 사건 화물이 멸실될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하게, 이 사건 선박에서 화물고박지침서에 표시된 연결고리를 모두 철거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구 상법 제789조의3 제2항 단서에 따라 운송인이 피고 윤스마린의 항변을 원용할 수 없다.
(2) 판 단
(가) 먼저, 원고와 나카하라 쉬핑 사이에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의 준거법은 일본법인 점이 인정되고, 일본 중재법 제13조 제2항에서는, “중재합의는, 당사자 전부가 서명한 문서, 당사자가 교환한 서신 또는 전보(팩시밀리 장치 기타 격지자 간의 통신수단으로 문자에 의한 통신내용의 기록이 수신자에게 제공되는 것을 사용해서 송신된 것을 포함한다.) 그 밖의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仲裁合意は、當事者の全部が署名した文書、
當事者が交換した書簡又は電報(ファクシミリ裝置その他の隔地者間の通信手段で文字による通信內容の記錄が受信者に提供されるものを用いて送信されたものを含む。)その他の書面によってしなければならない。}”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은 일본 중재법 제1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그 밖의 서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원고와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위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중재조항에 따라 중재합의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와 피고 나카하라 쉬핑 사이에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포함되어 있는 일본중재약정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분쟁해결장소로 지정된 일본은 이 사건 분쟁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고, ② 이 사건 중재조항은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약정일 뿐만 아니라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므로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는, 위 2의 나. (2)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일 수 없고, ③ 이 사건 중재조항이 사실상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관하여는, 외국중재합의는 국제거래관계에서 통상적으로 그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외국에서의 중재절차를 수행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불편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외국중재합의가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어 역시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이 무효라는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사고는 피고 나카하라 쉬핑의 고의 또는 운송물의 멸실 등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피고 윤스마린의 항변을 원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 나카하라 쉬핑이 위와 같은 고리제거 작업을 직접 수행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단지 선박을 소유하는 데 그치고 그 소유선박을 임대 등 사유에 의하여 항해에 사용하지 아니하는 피고 나카하라 쉬핑으로서는, 가사 피고 윤스마린이 사건 선박의 고리를 제거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피고 윤스마린의 고리제거 작업이 피고 나카하라 쉬핑의 고의 또는 무모한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단지 용선자인 피고 윤스마린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중재조항에 기한 본안전 항변을 원용할 수 없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라) 따라서 원고의 위 각 재항변은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9/21자 계속>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