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후반 BDI 급락원인
BDI(벌크운임지수)의 등락폭이 짧은 시간에 너무 크다. 지난해 5월 11,793포인트가 10월 미국 금융기관의 파산등으로 인해 12월에는 663포인트로 수직 하락해 일부 선사와 조선사들을 도산시키더니 지금은 2,000~4,000범위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의외로 빠른 회복세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하락추세가 더 이상 심화되지 않고 있다.
BDI가 급강하했던 당시 두가지 원인이 지적됐다. 하나는 중국의 철광석 수요감소로 인해 운송물량을 상실한 케이프사이즈 선박들이 남아 돌았다는 지적이었다. 다른 하나는 해운선물(FFA)시장에서 유동성이 급속히 감소해 거래가 상실됐다는 것이다. 즉 리먼브라더스사 등의 파산으로 인해 투기성 자금이 FFA시장에서 급속히 빠져 나가게 되자 선물거래가 실종됐고 그 결과 지수의 급락세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둘 다 맞는 지적이다. 모두 수급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수급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해운시장 특히 벌크선 시황은 주식시장과 같이 수급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작년 10월 BDI의 붕괴는 궁극적으로 수요의 급감에 기인했다. 수요의 급감은 처음 중국에서 나타났다. 중국은 2008년 전반기까지 예년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물량을 수입하고 있었다. 작년 1~10월까지의 수입물량이 3억7,669만톤이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20%나 증가한 것이다. 물론 작년 전체 물량도 4억4,400만톤으로 전년대비 15.8% 증가했다. 철광석 수입증가는 중국 뿐만아니라 일본, 유럽, 한국의 경우도 동일하다. 이같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철광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국제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이 인상됐다. 작년 철광석 가격은 전년대비 약 71% 상승했다.
그런데 작년 9월 브라질의 Vale사가 중국의 철강업체에 대해 연도 중간에 철광석 가격의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 철강기업들이 브라질 철광석 수입물량을 감소시키는 조치로 대응했다. 그러자 시황이 급락했다.
때마침 10월부터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파급되자 철강제품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주택가격의 붕괴로 자산가치의 상실과 직장을 잃은 미국 시민들은 자동차 구입을 미루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GM이 금년초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BDI의 급강하로 조선수요가 일시에 제로 상태로 곤두박질쳤다. 수요가 급감했을 뿐아니라 기존의 발주량도 해약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철강을 주로 사용하는 자동차, 조선소 등이 이같은 상황에 빠지자 철강기업은 조강생산을 줄였는데, 그 여파는 철광석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자 중국의 철강기업들은 Vale사와의 협상에서 오히려 철광석 가격의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자 가격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그 결과 운송물량이 감소했다. 작년 10월 중국의 철광석 수입물량은 3,062만톤으로 월단위로는 지난해 최저수준이었다.
11월 및 12월에는 브라질, 호주에서 중국으로 선적이 예정된 물량의 25%가 감소했다. 이는 BDI의 급강하 및 침체상태를 지속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올들어 BDI가 왜 이처럼 조기에 2,000수준이상으로 회복됐을까?
이 또한 수요 공급에 의해 설명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작년 10월이후 세계적 경기침체로 철광석의 국제가격이 스팟(Spot) 기준으로 톤당 60달러내외로 35%나 대폭 하락하고 해상운임수준도 동반 하락했다.
그런데 올들어 세계 각국의 경기침체에 대응키 위해 사상 최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월말부터 중국은 경제회복을 위해 4조위안에 이르는 내수진작책을 실시했는데, 이를 계기로 중국의 철강업체가 세계시장에서 철광석 구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자국경제회복을 위한 철강수요가 발생했고 세계시장에서의 철광석 가격이 중국산 철광석 가격보다 훨씬 낮은 두가지 유리한 여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월부터 트레이더(Trader)를 통한 중소철강기업에 의한 스팟 철광석 수입이 본격화됐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물량은 2월 4,674만톤, 3월 5,208만톤, 4월 5,700만톤, 5월 5,346만톤, 6월 5,530만톤(전월대비 3% 증가)으로 과거 최고수준의 실적을 보였다. 5월말에는 항만에 쌓인 철광석 재고량이 8천만톤으로 늘어나 적정재고량의 두배 수준을 상회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대규모 철광석 수요증가가 BDI의 상승을 견인했다.
2009년 상반기 BDI 등락과 원인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BDI는 2,000~4,000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해 오고 있다. 등락의 원인은 따지고 보면 중국의 철광석 구매계약과 연관돼 있다. 철광석 장기구매계약은 통상 4월에 이루어진다. 철광석 가격 인하추세가 지속되자 중국의 철강기업은 가격협상을 계속 미루었다. 가격협상의 난항에 의해 중국철강기업들은 4월까지 수입물량을 축소시켰으나 5월 상순 가격수준을 40% 인하한 잠정가격으로 수입이 본격 재개됐다.
이에 따라 용선료는 6월 상순 주요 항로 평균해 1일 9만달러대로 올라가고 대서양 라운드에서는 10만3천달러까지 급등했다. 이같이 가격협상이 지연되면 BDI지수가 하락하고 구매계약이 체결되면 BDI지수가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같이 BDI는 케이프사이즈 선박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였고 이를 움직이게 한 주도세력은 중국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작년말이후 지금까지 BDI의 급등락 현상과 직결된 또하나의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해운시장에 있어 철광석 수출기업의 영향력 증대다. 철광석 가격과 BDI의 등락 및 변동폭 증대에 따라 케이프사이즈 용선 및 운항이 리스크가 높은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스팟 거래량이 증가하자 철광석 판매기업의 케이프사이즈 선박운항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의 대형 철강기업은 작년까지 철광석 수입을 주도했으나 올들어선 감산기조를 계속 유지해왔다. 이 틈을 이용해 트레이더 및 중소 철강회사가 맹활약하고 있다.
중소 철강회사들은 종래 대형 철강회사로부터 철광석을 전배받는 형태로 철광석을 수입했으나 그로 인해 높은 가격을 부담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스팟 가격의 하락으로 이들이 공세적인 구입에 나섰다. 여기에 트레이더들도 가세했다. 트레이더들은 가격수준이 떨어진 스팟 시장에서 철광석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이들 트레이더들은 수입계약을 대형 철강기업과는 달리 CIF조건으로 체결해 선박운항 리스크를 철광석 판매업자에게 위임하고 있다. 또 Vale사 및 Rio Tinto사 등 철광석 판매기업도 중국의 중소 철강회사를 상대로 직접 중국에서 철광석을 판매할 목적으로 트레이더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작년 후반이후 철광석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해상운송비의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따라서 Vale사는 전체 물류비 절감차원에서 해상구역의 효율적 운항을 도모하기 위해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운항을 직접 담당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결과 철광석 판매기업이 해운기업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직접 용선을 해 선박을 운항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Vale사는 작년 8월 40만DWT급 초대형 광석선 12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고 올들어선 중고선시장에서 케이프사이즈 선박 15척을 구입했다. 또 금년 6월에는 사우디의 Vele International사로부터 VLCC 2척을 구입해 대형 광석선으로 개조할 전망이다. 7월에는 NYK사와 30만DWT급 초대형 철광석 전용선을 20년간 장기계약했다. 그리고 7월말에는 그리스의 Star Bulk사와 130만톤의 철광석을 2년간 수송하기로 하는 COA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의 Rio Tinto사도 금년 MOL과 25만DWT급 광석선과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수송계약을 3건이나 체결했다.
해운기업의 대응전략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운임변동과 관련된 이상의 분석을 감안할 때 향후 우리 해운기업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케이프사이즈 시황예측을 위한 정보수집 및 분석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향후의 조선경기, 자동차 경기, 발주 선박 규모, 해체선박규모, 철광석 국제가격 등 복잡한 경제변수들의 향후 동향에 관한 정확한 정보수집과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둘째, 케이프사이즈 운송시장에서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는 철광석 수출기업을 고객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종래에는 철강기업이 장기운송계약의 주고객이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철광석 운송을 책임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철광석 수출기업이 COA 계약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도 고객으로 삼아야 한다. 금년 5월 K-Line사는 브라질에 기존의 현지법인을 확대 개편한 새로운 현지 자영대리점을 설치했는데, 이는 이들을 중요 고객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셋째, 적절한 선대보유전략이 필요하다. 선대의 계약구성비는 기업고유의 전략에 따라 결정해야 하겠으나 시황에 적절히 대응해 안정적인 수입구조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전용선 등 장기 계약선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며 스팟부문을 일부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팟비율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시황변동의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에 리스크가 클 것이다. 하지만 스팟부문을 보유하지 않으므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COA 계약 실행시 선적지, 양하지에서 체선 등으로 선복이 부족할 경우 여유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시장에서 추가로 용선해 충당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완충 기능을 수행해야 할 스팟 선대의 확보도 일정비율 필요하다.
넷째, 고객으로부터 선택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신용도가 높고 운항기술이 뛰어난 선사로 탈바꿈해야 한다. BDI의 급락과 용선체인 현상 발생후 선박운항기업에 대한 화주기업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종래에는 특별히 하자가 없는 선사이면 큰 문제없이 선택됐다. 하지만 시황상승기에 많은 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운송계약 이행을 거부하는 선가 출현하는가 하면 용선ㅊ인 붕괴이후 일부선사가 불이행을 선언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겪고 나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선박의 안전성, 선박의 품질경영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해운시황의 급락으로 인해 도산된 기업의 상당수는 신생기업이거나 용선 및 대선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신용도있는 기업, 용선을 유효하게 활용하는 기업, 노하우가 축적된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같은 현황을 감안해 시간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착실히 선박운항의 신뢰도를 쌓아가야 한다. 부담은 발생하겠지만 신뢰도의 착실한 축적이야말로 해운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KMI '해운과 경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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