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5 13:00

칼럼/ 2009년 해운시황에 대한 단상

임충빈 두양리미티드 기획실장
얼마전에 국내 S선사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속칭 “통합도산법”)에 따른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에 짐을 더해주고 있다. 법상으로는 한달 이내에 개시결정 여부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어, 법원에서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는 3월초에 나올 전망이다.

이미 작년 말에도 P선사가 실질적인 디폴트를 선언한 적이 있고, 아직까지는 국외이기는 하지만 아르마다 싱가포르나 브리타니아 벌크사 등 많은 외국 선사들이 화의나 파산을 신청했고, 국내 중소형 선사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디폴트에 있거나, 회생절차를 준비중에 있다는 등의 소문이 마켓에 파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유효한 대응책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점 및 용선사슬로 엮여 있는 다른 선사에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에 BDI(건화물선 운임지수)가 올라가고는 있지만, 이것이 시장(특히 국내시장)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계속 몇 달을 올라주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낙관하기엔 긍정적인 요소들 외에도 부정적인 요소도 산재되어 있어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원래 연간 BDI 추세는 12월 및 8월 정도를 저점으로 하는 곡선을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12월 저점을 통과하여 상승하는 현 상황은 일응 계절적인 수요로 보이고, 본격적인 시황회복으로 보기에는 무리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몇 년간 보여준 중국효과가 이번에도 유효할 지는 두고 봐야 되는 데(중국의 재고감소, 철광석수입재개, 중국내 SOC투자 등), 어쨌든 이 부분은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으므로, 그 추이를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경기회복에 대해서, 최근에 발간된 경제연구소들의 보고서는 당초의 금년 초, 중반 저점통과에서, 대부분 금년 말 또는 내년 초에 저점을 통과할 것이란 분석으로 저점 통과시기를 작년말 예상보다 1년정도 늦추고 있는 것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금년 초, 중순경에 동유럽의 신용위기와 겹쳐서, 전세계적인 제 2차 금융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상존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사실 저점판단에 대한 기준이 많겠지만, 해운시황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만으로는 저점이라면 나쁜 일이 모두 터지고, 이를 다져가는 기가 저점이 아닌가란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시황은 여전히 복합된 제점들이 터지지 않고, 내재된 채로 이끌고 가는 양상이기 때문에, 정확한 저점은 좀 더 지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국내 경기도, 중국의 1월 수입규모가 40% 이상 줄어 들었고 이에 따라 중국포션이 우리나라의 수출도 40% 이상 감소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으니, 수출을 경제기반으로 하는 국내경제로써는 힘든 입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국내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유지 및 추가 리스크 방지차원에서, 신규여신규모를 줄이고 기존여신의 환수에 집중할 것이고, 이 부분의 판단요소로 매출액증감부분을 주요 요소로 본다고 하니, 매출액이 낮아질 것이 자명한 국내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고, 금융가에서 4월위기설이 나오는 근거다. 국내 해운회사중에서도 신조선박이나 중고선 도입에 따른 상환부담을 완화하고자 리스케줄링 작업을 하고 있는 데, 진척이 없는 주된 이유로 보여진다.

얼마전 국내경제신문지에는 호주의 리오틴토 인수를 둘러싸고 중국의 챠이날코와 BHP빌리턴간의 인수싸움에 대한 기사가 났다. 중국이 자국에 축적된 막대한 달라를 내세워 전세계의 원자재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나,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원자재확보 싸움이다 보니, 민간기업차원을 넘어, 중국정부와 호주정부간의 힘겨루기로 양상으로 바뀌고, 호주정부에서는 외국인투자법까지 개정해서라도 막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참고로, 세계광산업체 2008년도 매출순위는 ▲1위 BHP빌리턴 594억불 ▲2위 리오틴토 580억불 ▲3위 발레 340억불(추정치) ▲4위 앵글로아메리칸 330억불 ▲5위 엑스트라다 279억불로 나타나 있다.

2008년도 건화물 해상물동량은 약 31억톤으로 ▲철광석 8억 8,500만톤 ▲석탄 5억 9,200만톤 ▲곡물 2억3,100만톤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2009년도에는 약 1~3% 정도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몇 년간의 증가율(2005~2008, 5%, 5.2%, 6.3%, 3.7%)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더불어, 2008년도 건화물 선복량은 약 4억2천만톤에서 2009년도에는 16%증가한 4억9천DWT로 증가요인이 있고, 2009년도 벌커인도량을 6,600만 DWT로 예상하고, 이중 약 30%는 RG수배 실패나 기타 문제로 최소된다고 보더라도, 약 8%정도의 선복증가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약 6%대의 선복증가가 매년 계속되었는데, 예상보다는 적은 수치일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선복 증가가 해운시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더불어, 현 오더북에는 2009년에 약 150척, 210년에 약 290척 211년에 150척 정도가 올라 있어, 내년에도 선복량 유입에 따른 효과를 고려한다면, 시황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클락슨도 올해 해상물동량 증가율 약 3% 선복공급량 증가율 약 16%로 올해 시황을 전체적으로 약세로 보고 있는 듯 하다. 더욱이, JP 모건은 운송수요 7%감소 및 선복량 10% 증가로 더 악화된 시황을 예상하고 있다.

참고로 2008년도 선종별 선복량은 케이프 사이즈가 약 1억3천만DWT(약 780척), 파나막스 약 1억1천만DWT(약 1,500척), 핸디막스 약 7천7백만DWT(약 1,600척), 핸디 약 7천7백만DWT(약 2,800척)정도이고, 이 중 15년 이하가 약 3분의 2, 20년 이상 된 선박이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선복량이 초과되고 15~20년 사이의 선박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년 이상 된 선박의 퇴출 압력이 거세지고, 노후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선주가 선박해체를 서두른다면 일부는 시장에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이는 해운시황이 여전히 나쁘고, 실물경제가 살아나 스크랩 밸류가 높아진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 컨테이너 선박의 계선된 선박수가 300척을 넘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 및 실물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했었던 어떤 노력보다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때이고, 해운시황은 금융 및 실물경기의 회복 외에 해상물동량대비 선복량이라는 또 다른 수요공급원칙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정책결정에 있어서는 금융, 실물경기의 회복여부를 확인하는 것외에 기타 변수를 잘 취사 검토해 좀 더 신중하고 보수적인 결정을 하여야 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해운이 투기적인 요소가 많은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단기적인 이익창출이나 성장보다도 회사의 영속성에 기반을 둔 정책판단이 제일 중요할 때라고 보여진다.

다만 기존에 봐 왔듯이 해운은 불황과 호황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데, 기존의 호황이 끝나고 불황이 왔다고 주저앉을 것이 아니고, 이 불황을 이겨내면 또 다른 호황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그리고 위에 언급한 중국효과 외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유동성공급을 위해 애쓰고 있고, 유동성공급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 분야중의 하나인 해운산업에 크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함에는 틀림없다. 지금이 저점 내지 저점과 가까운 상황이라면 앞으로는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더 많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이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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