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2-05 11:19

[ 시네마천국, 내가 쓴 것(What I have written) ]

호주영화사상 최초로 칸느영화제를 석권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영화 「피아
노」 이후 또 한편의 볼만한 호주영화가 나왔다.
호주 최고의 소설가 존 A.스콧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가 쓴 것」
은 존 휴즈 감독의 데뷔작으로 베릴린 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미스테리물.
원작자가 직접 각색하여 한치의 헛점도 찾아볼 수 없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호주가 자랑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펼치는 지적이면서도 전율을 느끼게 하는
연기, 흑백과 칼라, 스톱모션과 동화상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영상, 시간과
공간을 혼합해놓은 독특한 구성, 그리고 라스트의 대반전은 이 영화를 매
우 흥미롭고 매력적을 만든다.
줄거리를 따라가보자.
프랑스에서 휴가를 마치고 온 두사람. 시인이자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크리스토퍼(마틴 제이콥 분)와 그의 아내 소렐(앤지 밀리컨 분)의 결혼생
활은 휴가를 떠나기 전보다 더욱 악화된다. 남편의 변화에 대한 이유를 모
르는채 각방을 쓰자는 크리스토퍼의 제안에 할 수 없이 동의하는 소렐.
서재에 기거하며 아내 소렐과 대화조차 없이 집필에 열중하던 크리스토퍼는
어느날 소렐에게 다가와 자신의 발못을 용서해달라며 다시 사랑을 고백하
고 소렐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짧은 순간이나마 행복했던 소렐과 크리
스토퍼. 그러나 크리스토퍼가 뇌졸증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사건
은 시작된다.
어느날 소렐은 남편과 같은 대학에서 미학을 강의하는 남편의 친구, 제레미
(제이섹 코만 분)로부터 남편이 비밀리에 썼다는 제목 없는 한편의 소설원
고를 받는다. 그 소설에는 두사람의 결혼생활이 파경에 이르는 상황이 교묘
하게 묘사되어 있고, 또한 남편이 파리에서 만난 여자, 프란세스(질리안 존
스 분)와의 애정행각을 거의 포르노그래피 수준의 편지내용을 통해 자세히
밝히고 있다. 소설형식이지만 남편의 적나라한 불륜의 경험담을 담고 있는
원고를 읽고 충격을 받은 소렐은 남편의 배반을 증오하고 그런 그녀에게 남
편의 친구 제레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7년간의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남편의 경험담이라기에는 석연치 않은 몇가지 의문을 발견한 소렐은
자신과 남편의 프랑스 여행기록을 하나하나 추적하기 시작하고, 남편의 외
도를 도와준 사람이 바로 친구 제레미임이 드러나면서 진실은 점점 미궁 속
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이 영화의 라스트.
어떤 예측도 완전히 뛰어넘는 의외의 실마리를 통해서 사건은 해결되고, 비
로소 ‘문제의 소설’이 제레미가 소렐에게 써서 보낸 ‘러브레터’임을 알
게 되는 순간, 관객은 영화 「내가 쓴 것」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것임을
깨닫게 된다.
(자료제공: (주)보은영상 02)518-2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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