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1-23 17:42
“무슨 영화라구?”
“죽이는 이야기요”
“뭐라구?”
“죽이는 이야기요!”
“제목은?”
“죽이는 이야기요!”
제목만 들어도 ‘웃기는’영화 「죽이는 이야기」가 바로 이번에 소개할 영
화.
이 영화는 삶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만들기를 통해 음란하고 야비
한 세상을 풍자하는 또 하나의 여균동식 블랙코미디다. 「세상밖으로」에서
다하지 못한 삶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는 코믹하고도 날카롭게 전개된다.
여관, 섹스, 그리고 몰래카메라. 「죽이는 이야기」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세가지 요소다. 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런 외설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결단코 야∼한 영화가 아니다. 단지 우리 삶
의 무대를 ‘여관’으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섹스’로 좁혀놓고
‘몰래카메라’라는 은밀한 시선으로 조명할 뿐이다.
이 영화에는 또 한편의 영화가 들어있는데 영화 속 인물인 구이도 감독이
만들고자 하는 ‘음란한 세상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바로 그
것.
잘 안나가는 감독 구이도(문성근 분)가 여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정사
장면을 훔쳐보는 여관 종업원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음란한 세상
에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 그 주된 뼈대다.
구이도는 이 영화를 잘만 손질하면 흥행과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되찾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
영화사에서도 그 아이디어를 흔쾌히 받아들이긴 하지만 영화사에 전속된 삼
류 여배우 말희(황신혜 분)를 주연으로 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 하지만 그
녀는 이번 영화에서는 절대로 벗을 수 없다고 버티고 어쩔 수 없이 구이도
는 벗는 장면에서는 대역을 쓰겠다는 조건으로 말희를 설득한다. 그 과정에
서 동네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하는 춘자(전이다 분)를 대역으로 정하게 되
고 구이도는 점점 춘자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 그런데 여기에 영화사의 또 다른 남자배우 하비(이경영 분)가 끼어들어
섹스와 액션이 가미된 영화를 찍어야 한다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영화를 은근히 강요한다.
구이도는 점점 자신이 만드는 영화가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영화로부터 멀
어지는 것을 느끼며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음란한 세상의 슬프고도 아름다
운 사랑 이야기는 음란한 세상의 음란한 이야기로 되어가는데 그때 구이도
는 자신이 묶는 여관 종업원이 몰래 손님들을 비디오로 찍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춘자가 찍혀 있음을 보고 놀란다.
마침내 구이도는 말희와 하비를 불러 그 둘을 비디오로 찍어 영화를 만들
음모를 꾸미게 되다는 것이 영화 속 영화의 줄거리.
이 두편의 영화는 서로를 반영하면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에 얽힌
인간들의 모습,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삶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994년 ‘좀만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웃음을 통한 신랄한 사회풍자
를 보여주었던 「세상밖으로」의 여균동 감독이 이 영화에서 그의 명콤비
문성근, 이경영과 다시 한번 뭉쳐 우리에게 은근한 기대감을 준다. 음란한
세상의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구이도 감독으로 분한 문성근과 음란한 세상
을 더욱 음란하게 만드는 하비역의 이경영이 펼쳐낼 또 한번의 웃음도 기대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드라마와 스크린을 통해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황신혜도 문
성근과 함께 나란히 자리를 했다. 「죽이는 이야기」를 통해 드디어 문성근
과 한 스크린에 나란히 서게 된 황신혜는 못말리는 삼류배우 역으로 분해
문성근과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한판 벌였다고.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이 시대 최고의 액션스타 최민수가 종업원을 협박하
는 개눈으로 깜짝 출연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비록 관객이 「죽
이는 이야기」에서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폼나게 멋진 액션스
타 최민수가 청계천 양아치로 분한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자료제공: 한맥엔터테인먼트 02)771-3972/4)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