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16 11:05
기획취재/ 외국주요선사 “대리점체제” 직접투자 현지 법인화 완전정착
비용절감·영업력강화 일거양득 효과 지적
일부 유수선사 대리점체제 고수에 “이목집중”
해운시장 개방이 세계 해운국가들의 화두로 떠올랐던 때가 있다. 1990년대 초반, 해운산업이 자국 경제의 중요한 원동력이 돼온 각 국가들은 최대한 자국 해운산업에 손해가 나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상호주의 원칙 등에 따라 해운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무역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해운국들의 관심의 대상이 돼 오다가 1980년대 중반이후부터 이들 국가들이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해운시장개방을 요구함에 따라 이에 대한 문제가 본격 대두 됐다.
그 당시 해운시장의 개방에는 ‘자국선과 외국선과의 차별해소와 상대국내 해운관련업체의 진출’이 포함돼 있었으며, 각 국가들은 쌍무간 협상이나 국제기구 등을 통한 다자간 협상에 따라 개방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았다.
그 후 10년간 세계 해운산업은 몇 번의 호불황을 겪으면서 발전 및 변모해왔으며 이와 함께 해운산업의 장본인인 각 선사들도 경영마인드를 달리했다.
강산이 옷을 몇 번 갈아입는 10년이라는 세월동안 해운시장에서 개방이라는 단어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게 됐다. 대신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자체 의미 그 이상의 것을 포함하게 됐으며 세계 해운산업은 이 글로벌 마인드에 따라 그 위상이 크게 신장됐다. 이제는 거의 모든 국가가 각 선사들의 활동무대가 됨에 따라 ‘개방의 문제’는 단순히 개방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하느냐’나 대리점체제 혹은 현지법인 설립 등 ‘어떤 형식이 경제적인가’의 문제로 심화됐다.
지난 8월 이란의 국영선사인 IRISL(Islammic Republic of Iran Shipping Line)과 국내 해운·하역·운송전문 기업인 세방그룹간의 합작법인 IRISL코리아가 출범했다. 이에따라 기존IRISL의 국내대리점으로서 서비스를 해오던 한국해운(주)이 새롭게 IRISL코리아의 국내 업무를 맡게 됐다. 한국해운은 세방그룹 계열사다.
또 9월에는 NYK라인코리아가 새롭게 출범했다. NYK라인코리아는 최근까지 일본 NYK의 한국내 대리점으로서 20년간 업무를 맡아온 소양해운의 서비스를 그대로 전승했으며 NYK 본사측에서 100% 지분 투자한 국내 직영사다.
이렇듯 국내에서 기존 대리점 체제를 유지해오던 외국선사들이 법인을 설립하고 직영화하는 일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NYK의 한국내 법인설립은 다른 외국선사들에 비해 늦은 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NYK라인코리아의 대표 장철순 사장은 “해운사들의 대리점 체제가 직영체제로 변모하는 현상은 이미 10년 전부터 있어온 세계적 추세”라며 “OOCL, K-라인 등 동맹선사들이 이미 국내대리점체제를 직영체제로 바꾼 것에 비하면 NYK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법인화…‘비용절감’이 큰 이유
이같이 국내대리점체제로 만족하던 외국선사들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이유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체로 ‘비용절감’ 등 경제적 합리성에 따른 것이 가장 큰 것으로 지적된다.
한마디로 ‘내 살림은 내가 직접 한다’는 것. 선사들이 기존에 현지 대리점을 통한 영업을 유지하던 때에도 대리점내에 주재원을 배치하는 이유도 이러한 의식에서 나왔다.
대리점사 한 관계자는 “쉽게 말해 선주사가 주재원을 배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수’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주재원을 심어 놓지 않으면 대리점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며 이와함께 필요시에는 주재원이 영업력까지 펼칠 수 있으므로 일거양득을 노린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외국선주들이 대리점체제를 벗어나 현지 직영사를 설립하게 되면 ‘누수’를 막는 정도가 아니고 전반적 살림살이를 규모 있게 꾸릴 수 있다는 것이 현지법인 설립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이다.
우성마리타임의 홍용찬 사장은 “70년대와 지금의 해운시장을 비교해보면 사실상 운임은 그리 많이 오른 편이 아니다. 당시 대리점사의 대졸 초봉이 3만원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같이 운임은 그대론데 화폐가치는 많이 떨어짐에 따라 대리점사들은 선주에게 수수료를 인상해 줄 것을 적극 요구하게 됐다”라며 “또 당시보다 해운시장 규모가 수십배 성장한 덕분에 물량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동시에 대리점사의 규모도 커져 수수료 인상 요구에 대한 압박을 받느니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돌려 안정되고 견실한 사업장을 만들기에 이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성마리타임은 지난 1월 1일부로 설립된 우성해운과 이스라엘 선사 짐라인과의 50대 50 지분 투자로 설립된 합작법인이다. 우성해운은 30여년간 짐라인의 한국총대리점 업무를 맡아온 바 있다.
이렇듯 외국 선주들이 기존 대리점 업무구조를 현지 법인으로 바꾸는 이유는 비용절감 목적 이외에도 대리점 사업장의 규모가 커지고 직원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대리점 업체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그때부턴 살림살이를 이중으로 하는 것보다 하나로 통일해 꾸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것은 자명한 일이라는 것. 어떤 이유로 직영체제에 돌입하든 그 결과는 모두 비용절감에 이르게 되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선사들 대부분이 직영체제에 이미 돌입한 가운데 아직 국내 대리점체제 업무를 유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선사 MISC의 경우 앞으로도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MISC의 국내 대리점 업무를 맡고 있는 동신선박 한 관계자는 “MISC측에서 직영화와 관련한 소식을 보내오지 않는다. 이는 세계 LNG 화물 부문 최강인 MISC로서는 국내 시장과 거래하는 물량은 미미하기 때문이며 현재 우리나라와 대만의 경우만 이같은 대리점 업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성을 따져 보아 직영체제가 오히려 수익이 안 날 경우는 당연히 대리점 업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MOL, CMA CGM 등 외국 유수선사들의 현지법인이 아직 성사되지 않아 직영화의 시점이 언제일지가 관심거리다.
시장성등 수익성 여부가 법인설립의 잣대
이와관련해 외국선사가 현지 직영사 설립시 100% 지분투자를 하거나 현지 대리점 등과 합작투자를 하는 등 지분 관계를 달리하는 이유도 이같은 시장성과 그에 따른 수익성에 대한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IRISL코리아는 세방기업 51%, IRISL 49%의 합작 지분으로 설립됐으며 우성마리타임은 짐라인과 우성해운간 50대 50의 투자로 설립됐다. 이와달리 에버그린코리아는 100% 에버그린 자본으로 설립됐으며 NYK라인코리아도 100% 본사가 투자해 설립됐다. 에버그린코리아는 지난 2000년 1월 1일부로 설립된 바 있다.
한편 시노트란스코리아가 설립된 배경을 살펴보면 한국과 중국 선사가 양국간 시장성을 살핀 후 조심스럽게 합작사를 만든 후 몇 차례 알까기(?)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중국 시노트란스가 100% 지분 투자해 국내 법인을 설립하게 됐음을 알 수 있다.
한중수교가 되기 전 동남아해운과 중국 시노트란스는 홍콩에 ‘장금유한공사’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는 ‘시노코라인’이라는 한국 사무소를 차린다. 당시 ‘시노코라인’은 대리점사를 별도로 두고 한중간 서비스를 해왔으나 이후 한중수교가 이뤄지면서 한중간 서비스가 개방됨에 따라 동남아해운 한 관계자가 장금유한공사에 투자한 지분을 사들여 현재의 장금상선을 설립했다.
이어 시노트란스는 시노코라인 설립시 투자한 나머지 지분을 갖고 대한통운 등 국내 2개 운송사와 합작으로 94년 ‘동아트랜스’를 설립했으며 2년후인 96년 이들 국내운송사의 지분을 모두 사들인 후 100% 순수 투자해 지금의 ‘시노트란스코리아’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각 선사 및 운송사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자를 시도했으며 이러한 투자의 저변에는 수익성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NYK라인코리아 한 관계자는 “NYK는 현지 법인 설립시 거의 100% 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NYK라인코리아는 NYK의 외국 대리점들 중 가장 늦게 현지 직영화가 이뤄진 케이스”이라며 “방글라데시의 경우 벌써 수년전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우리나라는 기존 대리점 사업구조가 방대해지고 직원도 많아짐에 따라 이 같이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단일화…대외 명성 높여
그는 또 NYK가 현지법인 설립시 100% 지분투자를 강행하는 이유는 회사 나름의 철학에 따른 것이며 이에따라 회사의 명성과 그에 걸맞는 질 높은 사원 복지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즉 회사의 브랜드 가치에 맞게 사원 복지는 기본으로 모든 방면에서 회사의 질을 높여 결국 대고객 서비스를 높이는 결과를 내고자 하는 의도라는 것.
지난 14일 열린 ‘IRISL코리아’의 오픈 리셉션에서 있었던 인터뷰를 통해서 IRISL측도 이번IRISL코리아 설립에 대해 브랜드 단일화를 통한 대외 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리점사가 외국선주에 의해 현지법인화 하게 되면 기존 국내 대리점사의 직원들도 동반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대리점사 직원을 거쳐 현재 외국선주 국내직영사의 일원으로 있는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으나 과거에는 고객들에게 대리점사의 이름과 선사의 이름이 앞뒤로 새겨져 있는 명함을 내밀 때 조금 위축감이 느껴지는 미묘한 기분이 들곤 했다”라며 “그러나 현재는 외국회사지만 내가 속한 회사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할 수 있어 브랜드 명성에 걸맞게 행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직영사 직원들이 느끼는 이같은 심리적 효과는 선주들이 업무를 단일화하여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의도에 한층 힘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렇듯 최근의 세계 해운선사들은 대외 경쟁력강화를 위해 영업력이나 서비스 개선 등 다각도로 승부수를 거는 가운데 새롭게 부각되는 요인이 ‘비용절감’ 그리고 브랜드 단일화를 통한 이미지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많은 선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제 각 선사의 영업력이나 서비스만으로는 경쟁하기가 힘들게 된 것.
곁가지로 나와 있어 관리가 힘든 부분을 하나로 추슬러 내 몸으로 만들고 안으로는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좋은 서비스의 발판을 만들고 대외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 직접투자를 통한 현지 법인설립의 효과라는 지적이다.<박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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