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29 08:56
카드사-항공사 갈등..공정위 조사
해외여행철을 맞아 이용이 늘고있는 항공사 마일리지를 둘러싸고 항공사와 신용카드사간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항공사가 고객의 마일리지 혜택을 일방적으로 소급 변경토록 한 약관이 문제가 된데 이어 이번에는 항공사와 신용카드사가 맺은 마일리지 대금 제휴약정이 고객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지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대상으로 떠올랐다.
29일 공정위와 여신금융협회,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여신금융전문협회가 "항공사가 카드사로부터 마일리지 대금을 선(先)지급받도록 돼있는 약관은 불공정하다"며 심사를 청구해옴에 따라 조사를 진행중이다.
협회측은 청구서에서 "항공사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와 마일리지 제휴를 맺으면서 자신들이 청구한 달 말일에 미리 마일리지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선지급' 약관조항을 두고 있다"며 "이는 카드사에 불리한 약관일 뿐더러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측은 "항공사는 카드업계와의 제휴선을 계속 확대하면서 마일리지 제공규모를 늘려가고 있지만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좌석이 제한돼있다는 점에서 마일리지 가치 저하가 자명하다"면서 "원인은 항공사가 미리 마일리지 대금을 받도록 한 선지급 약관"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항공사들은 항공편에 따라 일정비율(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평균 6%) 또는 현금으로 좌석을 판 뒤 남는 좌석을 마일리지용으로 배정, 마일리지 제공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고객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는게 협회측의 주장이다.
현재 7개 신용카드사가 항공사와 마일리지 제휴를 맺고 있으며 작년 한해 항공사에 지급한 마일리지 대금이 968억원에 이른다고 협회측은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는 "수익 악화를 만회하려는 카드업계의 조직적 담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사는 신용카드사와의 계약에 따라 정해진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의 선지급 주장은 말이 안된다"며 " 카드사들은 마치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는 주지 않은 채 대금만 미리 챙기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이어 "당초에는 2∼3개 카드사와만 제휴하고 다른 카드사들의 제휴요청은 거부했으나 공정위로부터 불공정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제휴선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가치 저하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카드사들의 주장에 대해 "외국과는 달리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없는데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매년 200억원 가량의 마일리지 충당금을 쌓고 있어 문제가 없다"며 "아울러 마일리지 일부를 현금화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전환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상품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은 초기적인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내부심사와 약관심사자문위원회, 위원회 회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2-3개월이 걸려야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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