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07 18:47
업계화제/
현대중공업 700톤급 선박엔진 완벽운송
오후 1시. 장마전선이 잠시 숨을 돌리며 휴식시간에 들어간 사이 이 운송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부산항에 나온 90여명의 관계자들은 옅게 끼인 안개를 헤치고 서서히 부산항쪽으로 들어오는 바지선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의 끝자락엔 700톤에 육박하는 선박엔진을 버거워하며 바지선이 천천히 부두쪽으로 전진해오고 있었다.
지난 6월 27일 부산항 제2부두에선 지나는 행인들의 눈길을 끄는 때아닌 큰 ‘사건’이 있었다. 은산해운항공이 성공적으로 진행해 해운업계에 화제가 된 686톤 규모의 선박엔진 운송이 그것. 바지선에 실려온 선박엔진을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본선인 MV CEC MIRAGE호에 옮겨 실은 후 이를 독일 HDW조선소로 운송하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은산해운항공은 프로젝트카고 운송에서도 해운업계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출발, 배를 바꿔타기 위해 부산항으로 들어온 선박엔진의 안전하고 정확한 환적과 운송을 위해 은산해운항공은 부산항 개항이래 사상 최대 중량과 장비를 투입했다. 전장 85m, 너비 45m, 깊이 7m의 위용으로 최대 2000t의 인양능력을 뽐내는 해상크레인 ‘설악호’가 그 장본인으로, 이번 운송에서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공신이다.
이날 선박엔진의 본선 인도작업은 그 규모만큼이나 운송과 하역에서 섬세한 작업을 요했다. 운송담당사인 은산해운항공을 비롯, 엔진 제조사인 현대중공업, 하역회사, 선사직원, 검정회사, 쇼링ㆍ래싱업체 등 관련업체 관계자들이 총출동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90여명의 관계자들은 바지선이 부산항 내항으로 들어오자 5층높이의 선박엔진을 보며 그 크기에 경탄했다. 모양이 흡사 서울에 있는 남대문이 바지선을 타고 있는 듯했다. 남대문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빌려탄 바지선을 호령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남대문의 늠름한 행진은 단번에 왜소한 다윗의 체골로 전락하고 말았다. 골리앗 ‘설악호’가 그 웅자를 드러낸 것. 하늘을 찌를듯한 쇠기둥을 앞세우며 들어서는 거대한 설악호. 세계를 종횡무진 호령하고 있는 우리 해운업의 위상을 새삼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오후 3시 20분경. 선박엔진 인양을 위한 크레인의 쇼링 및 래싱 작업이 끝났다. 이제 설악호가 선박엔진을 들어올리는 순간이다. 참석자들은 다시한번 숨을 죽였다.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첫발을 떼는 선박엔진의 성공적인 운송을 기원하며, 과연 문제가 없을까,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을 억제하며 선박엔진을 들어올리기 위해 힘을 모으는 설악호를 긴장어린 시선으로 지켜봤다.
작은 미동과 함께 드디어 선박엔진이 갑판에서 몸을 떼기 시작했다. 순간 조바심을 냈던 참석자들은 선박엔진이 조금씩 들어올려지기 시작하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번 운송의 성공적인 진행을 예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엔진을 완전히 들어올린 후 설악호는 본선 CEC MIRAGE호를 기다리기 위해 접안부두에서 떨어졌다. 자신의 전체적인 모습을 이제서야 한껏 뽐내려는 듯 설악호는 선박엔진을 한손에 들고 힘차게 서 있었다.
설악호와 바톤터치를 위해 MIRAGE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게 물든 석양을 뒤로 오늘 ‘거사’의 마지막단계를 향해 입장하는 MIRAGE호를 참석자들은 그윽한 미소와 함께 환영했다.
오후 5시. MIRAGE호의 홀드(hold)내 선적을 위해 갑판에 깔개를 까는 더니지(Dunnage)작업이 진행되고 본격적인 선적작업이 이뤄졌다.
선적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자 설악호는 여기가 바다위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마치 자로 잰 듯 한치한치 MIRAGE호로 접근했다. 잘못해서 흔들릴 경우 선박엔진과 미라지호의 충돌이 우려되는 순간이다. 관계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미라지호로 다가가는 설악호를 바라봤다. 설악호는 이같은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선적을 위한 거리만큼 정확히 접근한 후 미라지호의 레일위로 엔진을 위치시켰다. 시종일관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손에 땀을 쥐는 고난이도의 작업.
엔진이 미끄러지듯 선박레일을 통과한 후 홀드내로 내려지자 비로소 참석자들은 긴장으로 굳었던 표정을 풀고 환한 웃음을 얼굴 가득 머금으며 이번 엔진 환적작업에 참여한 관계자들에게 서로의 수고를 치하했다.
세계를 누빌 선박으로 거듭나게 될 선박엔진을 싣고 미라지호는 독일 HDW조선소를 향해 뱃고동을 울렸다.
은산해운항공은 이번 운송의 A부터 Z까지 모든 부분을 완벽하고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고객을 상대로 한 감동물류의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선적건을 지켜봐왔던 현대중공업 관계자들도 한치의 오차도 없었던 완벽한 선적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양재생 사장은 “이번 운송은 부산항이 생긴 이래 최대 장비가 투입된 운송프로젝트였다”며 “우리 운송역사의 한획을 그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이번 운송의 성공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양 사장은 이 운송 이후로 은산이 다시한번 물류중심에 우뚝 선 큰산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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