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07 15:06
[CSI발효일주일] 해운업체·하주 - 美 세관 룰 맞추기에 ‘혼쭐’
세부적인 룰 방향은 여전히 미궁
자체 AMS 시스템 구축이 오류ㆍ오기 줄이는 해법
24시간 룰’이 유예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발효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예정대로 미 관세청은 그간 시범적으로만 운용해오던 CSI(Container Security Initiativ:컨테이너보안협정)체제에서의 ‘24시간 룰’을 지난 2일부로 시행에 들어갔다. 따라서 수출업체를 비롯한 포워더나 선사 등의 수출현장을 직접 뛰고 있는 해운물류업체들은 그 룰의 진행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추측만 무성했던 각종 세부 룰 및 규칙 위반시 받게 될 벌칙의 구체적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60일이란 기간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치면서 선사 및 포워더 등의 운송업체들은 ‘24시간 룰’이라는 새로운 물류체제의 맛배기를 본 상황이라 하지만 실제 적용문제에 있어선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이것은 그간 CSI제도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업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와 더불어 미 세관의 불명확한 룰 제정에 기인하기도 한다. CSI제도 본격 시행에 앞서 업체들은 각종 공청회 때나 혹은 직접 미 세관을 통해 룰 적용과 함께 발생할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미 세관 측의 정확한 답변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미 세관 측은 세부 룰을 도입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왔다.
미 세관은 여전히 Rule 도입중
따라서 업체에 따라 향후 CSI체제에서의 물류환경에 대한 예상도 상이하다. 한진해운 측은 신고누락으로 인한 적하목록 삭제 경우는 미세관이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미 세관은 적하목록 100% 전송과 그와 관련한 화물명세의 정확한 기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을 거란 예상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화물의 경우 그 적용을 엄격히 할 것이나 그외 경미한 오기(mistyping)의 경우는 시행 초기인 만큼 그리 타이트하게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조심스런 분석을 내놨다. 한편 한 업계관계자는 우리나라 물류환경이 타국에 비해 포워더에 의한 CO-LOADING화물이 절대적으로 많은 만큼 이에 대한 타격이 꽤 클 것이라 전망했다. 즉 우리 수출물류체제가 하주는 제품 제조 후 포워더를 통해 일괄적인 운송을 맡기는 경우가 많고, 포워더 경우 중소하주들의 화물을 CO-LOADING으로 집화하는 업체들이 많아 현재와 같은 세부적인 화물목록을 요구하는 CSI체제에선 그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신고삭제를 통해 다음 항차로 화물선적을 연기, 처벌을 비켜갈 수는 있겠으나 그렇게 되면 또 현지 바이어에 의한 클레임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포워더 중심인 우리 수출물류환경에서 ‘24시간 선적정보신고제도’하에서의 물류시스템은 이래저래 심각한 타격을 비켜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조업체는 제조업체대로, 포워더는 포워더대로, 선사는 선사대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워더는 제조업체와 선사 양측에 끼어 중간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더더욱 답답한 가슴을 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재 미주서비스를 실시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의 국적선사와 머스크 시랜드, APL, NYK 같은 대부분의 외국적 선사 경우 입항 72시간전 도큐멘트 클로징타임을 하주나 포워더 측에 철저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오류나 오기와 관련한 안전장치인 셈인데, 이 입항 72시간이란 기간이 포워더 측에서 봤을 땐 선적일 기준으로는 4일전 클로징타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그에 대한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즉 배가 접안하는 시간이 오전 이른 시간임을 감안할 때 포워딩업체들이 선적서류를 보내는 시간은 업무시간에 한정되므로 그 전날 업무시간에 보내야 비로소 입항 3일전에 전송하는 형식이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요일날 출항하는 배가 있다면 최소 월요일 오후까지는 선적서류를 선사 측에 전달해야 적기에 선적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입항전 3일’은 ‘선적전 4일’?
또 페널티와 관련, 선사들은 대부분 페널티를 부과받으면 포워더 측에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포워더는 이를 하주 측에 청구할 수 없어 만약 페널티를 실제로 부과받게 된다면 그 피해는 포워더가 고스란히 껴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포워더측 한 관계자에 따르면 범칙금부과는 실제 운송인의 적하목록 오류로 인한 경우 부과되는 것이므로 이는 운송인의 책임이 된다. 따라서 같은 운송인의 자격으로서 선사는 포워더에 이를 청구할 수 있으나 포워더는 이를 하주 측에 재청구할 수 없다는 것. 물론 재판을 통한 청구를 모색해 볼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관련 법규정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하주와 포워더가 갑과 을의 관계란 점에서도 범칙금이 부과되면 포워더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이런 사정으로 대부분의 포워딩업체들은 하주 측에 정확한 화물목록을 작성해 줄 것을 홍보를 통해 적극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하주 경우 물류에 대한 개념도 미비한 곳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보단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형편이라고 포워더 관계자는 전한다.
이런 책임소재문제로 자체 ‘적하목록 자동신고시스템’(Automated Menifest System)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AMS 관련해서, 거의 모든 포워더들이 선사 측에 전권을 일임하고 있는 입장인데, 하주-포워더-선사-미세관을 거치는 현재의 신고시스템 하에서는 하주-포워더-미세관 경우보다 에러가 날 소지가 더 많은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를 줄여보자는 의도로 몇몇 포워더들이 자체시스템 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AMS솔류션 서비스를 발표한 KTNET이나 KLNET 등의 국내물류관련 솔류션제공업체들 경우도 아직까지 개발단계이거나 시험운용단계라 다급한 포워더들의 목을 적셔주기에는 부족하다. 또여전히 ICB(International Carrier Bond)문제는 난제로 남아 있어 그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는 솔류션업체가 나와줘야 영세한 포워더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KLNET 경우 몇몇 포워더가 그룹을 형성해 조합형태로 ICB 가입을 추진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솔류션제공업자인 ACME는 그간 업계 내에서 BOND가입과 관련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지적했다. 이제까지 BOND가입과 관련, 5만불의 예치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는데, 이는 잘못된 통설이란 설명이다.
ACME측에 따르면 프레이트 포워더나 NVOCC같은 포워더들이 자체 AMS 캐리어로서 등록하려면 크게 ▲FMC 라이센스와 ▲SCAC(Standard Carrier's Alpha Code), ▲ICB 등록이 필요하다.
ICB는 여전히 난제
FMC 라이센스는 말 그대로 미 해사위원회에 포워딩업자로서 허가 받는 것을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FMC BOND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 FMC BOND를 취급하는 보험회사는 무수히 많으며, 또 각 상품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각 보험사 중에서 최상의 조건을 찾아 가입해 좀 더 나은 메리트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FMC BOND납입액은 보험가액의 1.25%~2%까지 지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으로 SCAC코드란 미 세관당국이 1960년대 물류산업을 전산화하면서 운송회사들한테 전산코드를 부여한데서 시작됐으며, 한진해운이 ‘hjsc’, 현대상선이 ‘hdmu’인 것과 같이 각 회사마다 배정된 알파벳으로 된 고유식별코드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ICB는 운송업자가 미 세관에 AMS시스템을 연결한다는 의사 표시를 할 경우 가입을 의무화하는 보험으로서, CSI와 관련해서 각종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최소보험가액은 5만달러로 규정하고 있으나, 신청자의 재무상태에 따라 보험회사는 보험가액을 높일 수도 있다. 즉 영세하거나 재무상태가 열악한 업체 경우 보험사의 판단에 따라 6만달러가 될 수도 있으며, 혹은 그 이상을 상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보험가액이 높아지면 그만큼 지불해야하는 보험납입금도 상승하게 된다. 보험사에 따라서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기 가입금으로 담보금(Collateral)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없는 자가보험(Self-Insurance)이란 제도가 있는데, 이는 몇 개 업체가 펀드를 통해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KLNET이 제시한 조합형 ICB가입이 이와 같은 형태다. 자가보험은 위험에 노출된 사람 또는 조직이 스스로 규칙적, 과학적으로 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인데, 이 경우에는 모든 것을 스스로 담당하므로 일단 다른 보험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적다. 게다가 스스로 위험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하게 된다. 반면,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초기에 예측하지 못한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해결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 방식은 사고빈도가 높고 사고심도가 낮은 위험을 관리할 때 주로 사용되며, ICB와 관련해 일종의 해법으로 제시될 수도 있는 보험형태라 하겠다.
지금 포워더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자체적인 AMS시스템 구축일 것이다. 이를 통해서 선사 측에서 요구하는 ‘입항 72시간전’이란 도큐멘트 클로징 타임을 ‘48시간 전’으로 단축시켜 결과적으로 촉박한 시간으로 인한 오류ㆍ오기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수 있으며, 하주-포워더-선사 식으로 얽힌 페널티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소재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선사나 포워더들 경우 ‘24시간 룰’의 향후 진행방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으면서도, 그 전체적인 윤곽이 ‘case by case’에 의할 가능성이 크므로, 몸소 값진 경험을 통해서 체득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업체들은 서로간의 벌칙부과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이 룰의 최대 결과값을 뽑아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선사 측에 의뢰하는 경우 선사는 선사대로 클로징타임에 맞춰 전 인력이 투입되는 업무환경의 악화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며, 또 업무량 과다로 많은 에러가 발생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또 포워더는 포워더대로 앞서 제기됐던 부담스런 도큐멘트 클로징타임에 의한 화물취소나, 선적보류ㆍ연기 등을 비켜갈 수 없어, 한번 문제된 사항에 대해 그 개선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거란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어찌됐던 뱃고동은 울렸고, 그에 맞춰 배는 항해를 시작했다. 가장 최선의 길이 무엇인가는 각자 판단의 몫이라 하더라도 뻔히 보이는 위험을 마주하고 나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발빠른 대응과 최선책 마련을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이런 위험요소들을 제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운업계 모두가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글·이경희기자(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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