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9 11:34
(워싱턴.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 연방 법원이 10일째 계속되고 있는 미 서부 항만노조 파업에 개입해 주도록 공식 요청했다.
미국 대통령이 `태프트-하틀리'법을 근거로 노사 갈등에 개입하기는 지난 25년 사이 처음이다. 이 법이 발동될 경우 노사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80일간의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 따라서 법정이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파업중인 서부의 29개 항구는 적어도 80일간 하역을 재개해야 한다.
부시의 법원개입 요청은 항만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국제연안창고노조(ILWU)측이 미 정부 중재를 받아들여 지난 7월 종료된 근로 계약을 30일간 잠정 연장키로 합의한 것과 때를 같이해 나왔다.
소식통들은 해운사들을 대표하는 태평양해운협회(PMA)와 항만 운영자들이 정부 중재안을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개입하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PMA는 부시의 조치에 대해 즉각 논평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긴급 성명을 통해 "서부항만 파업이 미 경제와 국가 안보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면서 "미국 근로자들을 위해서도 파업 종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노사 중재를 위한 여러 차례 협의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미 법정은 지난 71년 정부가 요청한 곡물노조 파업중재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이어 78년 카터 행정부가 탄광노조 파업에 개입할 것을 요청한데 대해서는 80일간의 냉각기 부여를 거부하는 대신 광부들이 잠정적으로 조업을 재개토록 판결했다. 따라서 법정이 부시 행정부의 조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 공공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총연맹산별노조(AFL-CIO)측은 항만파업 종식을 위해 노사가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소식통들은 미 정부 내에서도 백악관이 노사 갈등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 재계가 항만노조 파업으로 하루 20억 달러의 피해가 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백악관이 개입토록 압력을 가해왔음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관측통들은 이라크전 기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간선거도 4주여 앞으로 다가온 점을 의식해 부시 대통령이 항만노조 파업에 본격 개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표밭인 노조에 호의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대한다는 전략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골적인 노사갈등 개입이 노조의 위상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아 백악관이 의도한 민주당표 잠식이 효과적으로 실현될 지 여부에 회의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경제계 인사들은 법원이 백악관의 요청을 수용할 경우 최소한 성탄절 시즌을 위한 수입품 하역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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