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16 10:54

부산/오사카 카훼리를 타다(3)

저녁 7시쯤 되자 선내 스피커를 통해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점심을 부산으로 내려오는 새마을호 식당 차에서 대충 해결했기에 무척이나 배가 고프던 터라 얼른 내려갈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장유유서라고, 단체 관광객으로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먼저 식사를 하시고 일반 승객들은 순서가 그 뒤에 잡혔다. 고픈 배를 움켜 쥐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TV를 틀었다. 한국 영해 내에서 곧잘 잡혔던 YTN 채널이 사라지고 일본측 방송만이 잡혔다. 배가 고프다는 간절한(?)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알아 듣지도 못하는 일본어 방송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려고 했으나 이내 청각은 꼬르륵거리는 소리에 집중되어 방송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바람 부는 갑판으로 나가 보려고 해도 전후 좌우를 아무리 훑어 보았자 눈에 걸리는 것 하나 없는 아스라한 수평선뿐이라 그 또한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일 터. 궁여지책으로 선내 매점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여기서도 그저 어쩔래 하고 빙그레 웃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이 첫 출항이라 면세점들이 아직 영업을 개시하지 않았고 한 쪽 귀퉁이에 자리한 매점에서는 맥주 등 음료를 팔고 있었다.

차라리 엎드려 있으면 나을까 싶어 다시 객실로 돌아왔다. 화투 치시던 할머니께서 찔러 주셨던 젤리 하나가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이게 어디랴 싶어 얼른 껍질을 까서 입 속으로 털어 넣는다. 과자를 빼놓고는 거의 살 수 없는 내가, 어쩌다 이 긴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귀한 양식을 까먹었던고? 후회가 밀물처럼 몰려 왔다. 이미 배 떠난 뒤에 후회해 본 들 무엇하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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