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동항로는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갈등과 미국-중국 간 통상 갈등이 해상 운임의 등락을 좌우했다. 수요는 약보합세를 유지했으나 외적 요인이 늘어나면서 월별로 변동이 컸다.
지난해 중동항로를 뜨겁게 달군 홍해 사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국이 1월 말 일시적인 휴전에 들어간 뒤 잠잠해졌다. 수에즈운하 입구를 막아섰던 예멘의 후티 반군은 피격 횟수를 줄였다.
중동 국가와 우리나라를 오간 화물량은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 2025년 11월까지 물동량은 전반적으로 약세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1~11월 중동항로의 누계 물동량은 52만5000TEU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4만TEU에 견줘 3% 가량 줄었다. 수입 물동량은 1년 전 21만3000TEU에서 13% 증가한 24만TEU인 반면, 수출 물동량은 32만7000TEU에서 13% 감소한 28만5000TEU였다. 홍해 사태는 진정됐지만 전반적인 수요는 지난해에 못 미치면서 선사들은 공급 조절로 대응했다.
컨테이너 운임은 홍해 사태가 잦아들고 약세 시황에 들어서자 전년 대비 급격하게 하락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 한 해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평균 1400달러였다. 지난해 평균인 1847달러에 견줘 24% 하락했다. 주간 운임은 중국의 국경절 연휴 직전인 9월 마지막 주에 843달러로 집계되며 가장 낮았다. 2023년 10월 이-팔 분쟁이 벌어진 이래로 약 2년 만에 주간 운임이 800달러 선까지 내렸다.
한국발 중동항로 운임지수(KCCI) 또한 약보합세를 띠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부산발 중동행 운임은 올해 평균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323달러로, 지난해 3163달러보다 27% 떨어졌다. 매달 약세가 지속되다가 6~7월 ‘깜짝’ 상승한 뒤 다시 약세로 전환했다.
6월에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효됐다. 선사들은 운임을 올리고 이라크 움카스르항을 직기항하던 노선을 철수하는 등 몸을 사렸다. 미국의 주도로 전쟁 12일 만에 휴전을 선언했지만 직기항은 재개되지 않았다. 6월 상하이발 운임은 평균 2049달러까지 치솟았다. 월 평균 2000달러대 운임을 기록한 건 2024년 8월 이후 9개월 만이다. 한국발 운임 또한 6월 평균 2520달러, 7월 평균 2647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중동항로는 1월·9월에 발생하는 ‘밀어내기’ 특수 수요가 사라졌다. 중국 춘절과 우리나라 설, 국경절과 추석 등 연휴를 앞두고 물량 러시를 기대했던 선사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수요 약세가 이어지자 일부 선사에서는 선복을 한국에 추가 투입했다. 특히 9월에는 물량이 전무하다시피 줄면서 중국발 운임은 급락했다.
그러나 10월 중순부터 중국발 운송 수요가 회복되며 운임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상하이발 운임은 11월 평균 1756달러, 12월 2주 평균 1831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관세 전쟁을 벌이는 미국 대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서 중동 지역은 연내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밀어내기’ 수요가 급증했다.
선사들이 한국에 배정된 선복을 중국으로 전환하면서 부산발 운임도 덩달아 상승했다. 부산-중동 간 운임은 11월 평균 2055달러로 연내 최저치를 찍은 뒤 12월 평균 2176달러로 올랐다. 다만 국내에선 12월 초부터 그 달의 선복 예약이 마감되고 롤오버(선적 이월)가 지속 발생하는 등 선복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 외국적 선사 관계자는 “환적(TS) 노선도 선복을 예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상위 선사들 가운데 프랑스 CMA CGM은 단발성으로 홍해·아덴만을 지나며 수에즈운하 통항 가능성을 시사했다. <콜룸바>호는 1월23일 수에즈항로 동쪽을 통과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향했다. 이 선사는 2월 하순 들어 부산을 출발해 제벨알리로 가는 선박을 1척 임시 투입했다. 이달 HD현대삼호에서 건조된 <씨엠에이씨지엠 아이언>호는 우리나라를 출발하면서 부산항에 들러 화물을 싣고 나갔다.
10월15일부터는 중국발 중동항로 노선(REX2)에 중국 칭다오, 요르단 아카바를 추가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2회 기항으로 확대했다. 11월엔 1만8000TEU급 <씨엠에이씨지엠 벤자민프랭클린>호가 수에즈운하를 지나 아시아로 향하면서 북유럽항로 투입 선박 최초로 홍해에 재진입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됐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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