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북미항로는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가 시황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물동량은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중국은 물동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반면, 베트남 인도 태국은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해운업계는 탈중국 전략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 흐름이 반영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관세 폭탄이 시행되기 전에 화물을 수송하려는 ‘밀어내기 수요’가 나타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미국 해운조사기관인 JOC피어스에 따르면 2025년 1~10월 아시아 18개국발 북미행(북미 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838만8000TEU였다. 베트남 인도 등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물동량 증가를 이끌었다. 1위 중국은 6.5% 감소한 924만TEU, 4위 한국은 5.1% 줄어든 110만8000TEU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2위 베트남은 23% 폭증한 287만4000TEU, 3위 인도는 13.8% 늘어난 111만3000TEU, 5위 태국은 17.1% 증가한 104만7000TEU를 각각 기록했다.
운임은 전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상하이-북미 서안행 평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570달러를 기록, 1년 전의 4987달러에서 48.5% 급락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북미 동안 평균 운임은 3755달러로, 1년 전의 6463달러에서 41.9% 떨어졌다. 다만 2023년에 비해 서안은 59.9%, 동안은 48.5%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기별로 보면 서안은 상반기 3168달러에서 하반기 1920달러로, 하락세를 보였다. 동안 역시 4501달러에서 2945달러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발 운임도 내림세를 보였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2025년 평균 부산발 북미 서안과 동안행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877달러 4028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2024년 연간 평균 운임인 5036달러 6493달러 대비 42.9% 37.9% 하락한 수치다.
새해 첫 달 북미항로의 화두는 동안 항만 협상 타결이었다. 1월 미국 동안 항만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사용자 단체인 미국해운연합(USMX)은 임금 62% 인상과 추가 고용 등을 골자로 6년 계약에 잠정 합의했다. 협상이 타결되면서 덴마크 머스크, 독일 하파크로이트, 프랑스 CMA CGM 등의 선사들은 당초 부과할 예정이었던 할증료 계획을 철회했다.
1분기에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데다 중국발 수요가 주춤하면서 운임이 하락곡선을 그렸다. 통상적으로 중국 춘절(설) 이후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화주들이 선적을 미루거나 관망했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해양진흥공사는 “춘절 이후 수요 감소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및 감면 정책에 대한 혼선이 시장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화주들의 관망세로 운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발 관세 정책 후폭풍은 2분기에도 이어졌다. 선사들은 관세 전쟁과 운송계약(SC) 갱신 등을 이유로 북미항로에서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 규모를 크게 늘렸다. 통상적으로 화주와의 SC 협상은 4~5월 종료되거나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 선사들은 관세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과 SC 갱신에 대응하는 대규모 결항을 진행해 운임을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5월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부과한 상호 관세를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선사들의 화물적재율(소석률)이 100%를 기록했다. 유예 기간 동안 주문을 재개해 재고를 선제적으로 비축하는 화주들의 선복 수배가 빗발쳤다. 선적량이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선사가 6월까지 선적 예약을 마쳤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대상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의 발효 시점을 연기하겠다고 하자 북미항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잦은 관세 정책 변화를 경험한 화주들은 북미행 선적을 미루거나 관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는 “북미항로는 통상적으로 성수기에 접어들어야 할 시기이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고 공급망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에도 유럽과 달리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남은 한 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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