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11 16:20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봄을 시샘하는 진눈깨비가 내리던 지난 3월29일 새벽 4시46분.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남서쪽 하늘을 뚫고 방콕발 아시아나항공 OZ3423편(기장 노은상.42)이 시원하게 뻗은 제 2활주로에 안착했다.
동북아의 중추(Hub)공항을 목표로 착공 8년4개월간의 공사 끝에 인천국제공항이 역사적인 개항을 맞는 순간이었다.
40여년간 김포공항이 수행해왔던 국제선 기능을 넘겨받아 한국의 새 관문으로 자리잡게 된 인천공항은 개항 전부터 `단군 이래 최대'라는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바다를 메워 조성한 부지 면적(1천700여만평)이나 5조6천323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국제규격 축구장 60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여객터미널(연면적 15만평)등 인천공항과 그 시설 앞에는 `단군 이래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심지어 개항을 하루 앞뒀던 3월28일에는 5t-11t 트럭 3천322대 분량의 이삿짐이 육로를 따라 김포에서 인천공항으로 이전, 유사이래 최대라던 98년 정부 대전청사이사분량(트럭 900여대)을 넘어섰다.
인천공항은 개항 이후 하루 평균 300대의 항공편과 여객 5만명, 화물 5천t을 순조롭게 처리, 김포공항에 비해 규모와 효율면에서 월등히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포공항 시절 44개이던 취항 항공사 수도 인천공항 개항 이후 46개로 늘어났으며, 여기에 취항 의사를 밝힌 항공사 수를 합치면 조만간 50개에 이를 전망이다.
최신 시설을 갖춘 가운데 여객 입출국 절차를 간소화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인 노력의 결과로 인천공항은 지난 10월 홍콩에서 발행되는 월간 `비즈니스 트래블러 아시아 퍼시픽'지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 공항 순위 5위로 뽑혔다.
개항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 인천공항은 지난 9월 세계를 뒤흔든 `미테러참사'로 심각한 타격을 받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다.
하계 성수기였던 지난 8월 202만1천996명이던 여객수가 두달뒤에는 138만7천113명으로 급락했으며, 400억원대를 상회하던 공항 월수입도 지난 9,10월 390억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11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조기 승리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여객수와 공항 수입도 동반 상승세를 타게 됐다.
인천공항은 내년부터 2008년말까지 민자 3천869억원을 포함, 4조7천32억원이 투입되는 2단계 확장사업에 돌입하게 된다.
2단계 사업은 현재 시설중 항공기 계류장이 내년이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고 화물터미널은 2004년, 여객터미널 2005년, 활주로 2008년에 각각 적정처리용량을 넘어서기 때문에 조기 추진이 결정됐다.
더욱이 동북아의 중추공항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홍콩의 첵랍콕이나 일본의 간사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주변 공항이 앞다퉈 확장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여건을 감안한다면 인천공항 2단계 사업은 차질없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2단계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인천공항은 기존의 활주로 2개 외에 제3활주로 1개와 탑승동 1개, 비행기 계류장(36만5천평) 등을 추가로 갖추게 돼 여객처리능력은 현재 연간 2천700만명에서 4천400만명으로, 항공기 이착륙 처리능력은 연간 24만회에서 41만회로 증가할 전망이다.
인천공항의 2단계 사업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비 조달 문제를 선결해야 한다.
국고지원분은 1단계 사업과 마찬가지로 전체 사업비의 40%에 불과하기 때문에 2조6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공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나 현재 공사의 부채가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때 앞으로 재정조달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 강동석(姜東錫)사장은 "개항후 처음 맞는 동절기와 내년 월드컵대회, 2단계 사업 착수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 인천공항이 조기에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허브공항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공항공사는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수익증대 방안 등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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