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기국이 우리나라 해사업계 관계자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공개했다. 파나마정부는 4일 저녁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 한국해운협회 양창호 상근부회장, 팬오션 안중호 사장, 한국해양진흥공사 안병길 사장 등 국내 정부 및 선주 선박금융 해사단체 대표 1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사은 행사를 열었다.
파나마기국이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리셉션 행사를 진행한 건 2017년 8월 열린 기국 출범 100주년 행사 이후 8년 만이다.
파나마는 1917년 12월15일 파나마법(LAW 63)에 따라 선박등록제도를 국영화한 뒤 각종 혜택과 기술 지원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기국으로 도약했다. 파나마기국은 10월 현재 전 세계 상선대의 14%인 8748척, 총톤수 2억3860만t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베리아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우리나라 지배선단의 27%가 파나마국기를 게양하고 5대양 6대주를 항해하고 있다.
라몬 프랑코(
사진 앞줄 왼쪽에서 4번째) 파나마 해사청 상선국장은 이날 행사에서 파나마기국의 경쟁력 강화 조치를 소개했다. 프랑코 국장은 파나마기국이 최근 몇 년간 선령 15년 이상의 벌크선과 유조선 제한, 제재 선박 퇴출 등의 안전성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제재 선박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행정명령 512호를 도입해 246척 1490만t의 제재 선박을 퇴출한 데 이어 추가로 24척 99만t의 말소를 진행 중이다. 제재 명단에 오른 선박은 총 270척이다. 미국에서 52%인 140척, 영국에서 26%인 69척, 유럽연합(EU)에서 23%인 61척을 제재 선박으로 지정했다.
선종별로 원유운반선이 132척 1112만t으로 가장 많다. 제재 선박들은 평균 선령이 22년에 이를 만큼 노령선이 대부분이다. 프랑코는 790만달러를 투자해 이들 노후 선단을 퇴출하는 대신 신조선을 13% 늘리는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파나마 등록 선박의 사고율이 매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2022년 383건에 달했던 파나마 선단의 연간 사고 건수는 2023년 349건, 2024년 329건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253건으로 떨어졌다.
4년 새 선박 사고가 30% 이상 줄어들면서 지난 40년간 최저치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중대 사고 건수는 4년 전 42건에서 올해 32건으로 24% 줄었다.
프랑코는 국제적인 신인도 회복을 배경으로 미국 해안경비대(USCG)의 퀄십21(선박안전관리품질인증)과 유럽항만국통제협의체(파리MOU)의 화이트리스트(안전기국)에 다시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디에고 마누엘 비야누에바 마르티넬리(
사진 앞줄 왼쪽에서 5번째) 주한 파나마 대사는 이날 “지난 수년간 놀라운 성장을 달성한 한국 해운산업이 보내준 신뢰와 성원 덕분에 파나마가 세계 최대 규모의 기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파나마운하가 세계 무역의 든든한 혈맥 역할을 하듯 한국과 파나마가 신뢰와 헌신을 바탕으로 해사 분야에서 상생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은 “세계 해사 분야에서 보여준 파나마의 헌신과 지원으로 많은 한국 선사들이 깊은 신뢰를 갖고 파나마에 선적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과 파나마가 협력해 해운산업에서 성장을 지속해 가자”고 말했다.
이날 파나마기국은 기국 성장에 크게 기여한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과 해운협회 양창호 부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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