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사태와 미국 관세규제 등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에도 우리나라 물류기업은 해상·항공 물동량을 확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물류전문지인 트랜스포트토픽과 물류조사기관 어소시에이츠암스트롱이 공동 조사한 2024년 세계 해상·항공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 순위에서 국내 기업은 해상 부문에 3개사, 항공 부문에 2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50위권에 들어간 이들 기업은 전년 실적을 바탕으로 물동량을 늘리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소폭 감소했다.
해상 운송 부문에선 LX판토스 태웅로직스 CJ대한통운이 각각 8위 37위 48위를 기록했다. LX판토스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4년 연속 10위권에 들었고, 태웅로직스는 2023년에 순위권에 처음 진입한 뒤 이번에 5계단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LX판토스와 태웅로직스가 해상으로 수송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각각 156만9000TEU 43만7900TEU로 집계됐다. LX판토스는 1년 전(152만7000TEU)보다 2.1% 더 많은 화물을 취급했지만 순위는 한 계단 밀렸다. 태웅로직스는 31만3300TEU에서 39.8% 대폭 성장한 물동량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3%가량 줄어든 33만4000TEU를 처리한 CJ대한통운은 순위도 38위에서 9계단 떨어졌다.
LX판토스는 이번에도 항공 운송 부문에서 50위권에 안착했다. 다만 화물 처리 실적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11만9000t을 기록했지만 순위는 35위로 2계단 하락했다. 이 기업은 2021~2023년 3년 동안 항공 부문에서 각각 14만2000t 12만3000t 11만t을 처리했다. CJ대한통운은 4만4900t의 물동량으로, 전년과 같은 48위였다. 지난 2023년 3만3000t에 견줘 36.2% 늘어나는 호성적을 거뒀지만 순위는 동일했다.
해상포워더 톱50 중 14곳 中기업…30% 비중
트랜스포트토픽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50위권 포워더의 전체 해상 물동량은 4890만6200TEU로, 1년 전 4349만3700TEU에서 12.4% 증가했다. 상위 10대 포워더 중 8곳이 전년 대비 물동량 증가세였다.
펜데믹이 끝나고 물동량이 얼어붙은 2023년과 달리 지난해엔 중국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늘었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시행되기 전에 화물을 수송하려는 ‘밀어내기 수요’가 나타난 게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홍콩의 KLN(옛 케리로지스틱스), OOCL로지스틱스, 카고서비스파이스트, 오너레인쉬핑, EV카고를 포함해 14개 기업을 순위에 올렸다. 전년보다 2곳이 더 늘었다. 중국계 포워더들은 전년(1090만1000TEU) 대비 36.5% 늘어난 1487만5500TEU의 화물을 수송했다. 50대 포워더의 전체 물동량 가운데 30.4%에 해당한다.
특히 중국 기업 시노트란스는 487만2200TEU의 물동량으로 전년도 1위를 차지한 퀴네앤드나겔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전년 기록인 430만9000TEU보다 13% 증가, 2위 퀴네앤드나겔의 물동량 431만TEU보다 앞섰다. 스위스의 퀴네앤드나겔은 1년 전 433만8000TEU에 견줘 0.6% 감소하면서 순위에서 밀렸다.
이어 3위 독일 DHL(331만4000TEU) 4위 덴마크 DSV(268만6000TEU)가 잇달아 순위를 유지했다. 5위에 오른 세바로지스틱스는 115만TEU에서 지난해 190만TEU로 65.2% 증가하며 순위를 5계단 끌어올렸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의 물류 자회사인 이곳은 지난해 2월 볼로레로지스틱스를 인수해 실적을 이어받았다. 볼로레는 61만TEU의 화물을 취급해 2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종전 5위였던 독일 DB쉥커는 3.8% 늘어난 181만TEU를 수송했지만 2계단 하락했다.
이 밖에 올해 7월부로 케리로지스틱스에서 사명을 바꾼 KLN은 1.9% 감소한 123만8000TEU의 물동량으로 전년보다 2계단 내린 11위에 안착했다. 중국 닝보항둥난물류(155만1500TEU)와 중국 코스코쉬핑로지스틱스(108만6500TEU), 대만 퍼시픽스타(56만5800TEU), 중국 본덱스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47만5300TEU)는 각각 9위 12위 29위 33위로 순위권에 신규 진입했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계 포워더 수가 23곳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 상위권 포워더 21곳이 밀집해 있던 유럽은 17곳으로 줄었다. 북미계 6곳, 오세아니아계 3곳, 중남미계 1곳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트랜스포트토픽의 이 순위는 DB쉥커를 비롯해 발표되지 않은 일부 기업의 물동량을 추정치로 제공하고 있다. (
해사물류통계 '2024년 글로벌 포워더 해상 물동량 실적 순위' 참조)
세계 50대 항공 포워더가 지난해 수송한 총 물동량은 1920만t이다. 전년 1781만7600t에 비해 7.8%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록(1837만8200t)과 비교하면 4.5% 늘었다. 중국 기업은 항공 부문에서도 3개사를 새롭게 순위에 올리면서, 홍콩(KLN EV카고 카고서비스파이스트)계 기업을 포함해 12곳이 50위권에 들었다. 이들의 물동량은 전체 물동량 가운데 20.9%인 401만1200t이었다. 1년 전 물동량은 289만6700t으로 16.3% 비중을 차지했다.
퀴네앤드나겔은 189만7800t의 물동량을 기록하며 항공 포워더 순위에서는 1위를 지켰다. 다만 1년 전 198만3000t에 견줘 4.3% 감소했다. 반대로 2위인 DHL은 6.8% 증가한 178만5000t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DSV는 7.1% 늘어난 139만8400t을 수송한 반면 DB쉥커는 12.5% 줄어든 116만t을 수송하며 전년과 순위가 엇갈렸다. 5위 시노트란스는 14% 늘어난 물동량 102만8000t을 기록, 순위를 유지했다.
이 밖에 코스코쉬핑로지스틱스는 17만5900t을 취급, 항공 부문도 26위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본덱스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 조이스피드글로벌은 각각 15만6300t 8000t으로 28위 43위에 진입했다. (
해사물류통계 '2024년 글로벌 포워더 항공 물동량 실적 순위' 참조)
한편, 트랜스포트토픽이 북미에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상위 100대 물류기업 가운데 우리나라는 CJ대한통운이 북미 사업에서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매출을 내 52위를 차지했다. CJ대한통운 미국법인은 전년도인 2023년 매출 9억2600만달러로 60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에서 아마존과 C.H.로빈슨은 전년에 이어 나란히 1·2위를 수성했고 GXO로지스틱스는 2계단 상승해 3위에 올랐다. 올해 2분기 합병을 마친 DSV와 DB쉥커는 각각 11위 26위로 순위에 들었으나 내년 발표에선 최대 물류 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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