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노사가 자율로 합의해 징수하는 외국인 선원 혼승 기금 사용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10월17일부터 11월6일까지 3주간 이 같은 내용의 ‘외국인 선원 관리 지침’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지침 개정안엔 선원 복지기금 항목이 새롭게 들어갔다.
신설된 개정안 3조의2는 복지기금의 징수 주체, 납입액, 납입 방법과 관리운영하는 방법 등을 선원 노조 단체와 업종별 선박 소유자 단체가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나아가 복지기금 관리운영자는 사업보고서, 회계감사보고서 등을 매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복지기금 사용은 ▲선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사업 ▲선원의 복지 향상을 위한 사업 ▲선원의 교육 양성에 관한 사업 ▲기금의 관리운영에 필요한 경비 ▲협의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항 등으로 제한했다.
뿐만 아니라 해수부 장관에게 3년마다 복지기금 유지의 타당성을 검토해 기금을 폐지하거나 개선 조치를 하도록 강제화했다.
해수부의 이 같은 제도 개선은 국민권익위원회 지적이 배경이 됐다. 권익위는 지난해 9월 해수부에 외국인 선원 도입, 고용 관리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복지기금 집행 내역을 공개하도록 제도화할 것을 주문했다.
복지기금은 국적 선박의 외국인 선원 승선으로 발생하는 한국인 선원의 고용 불안과 일자리 감소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사가 합의해 도입한 제도다. 지난 1993년부터 30년 이상 징수되고 있지만 정부에서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항상선의 경우 현재 특별회비 4만원, 복지기금 30달러 등 총 8만원 안팎의 외국인 선원 혼승 기금을 선사가 노조에게 지급하고 있다.
선원 노조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가 지난 11월 25~26일 경북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2024 추계 정책토론회에서 내일회계법인 김동욱 회계사는 “외국인 선원 관리 지침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노조는 복식부기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며 “지침에서 정한 용도 내에서 복지기금이 사용되도록 집계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두영 해운노조협의회 의장(SK해운 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노조는 특별회비와 복지기금 계정을 분리해서 회계 처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선원 노조가 회계장부나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복지기금 관련) 회계 준칙 또는 양식(폼)을 만들어서 시스템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노사 자율적으로 합의해서 지급하고 받는 복지기금을 정부가 개입해서 법으로 규제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해수부의 제도 개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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