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을 가진 동남아 시장에 한국 기업이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큰 규모로 진출하도록 만들겠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해 해외로 직접 판매하는 일명 ‘역직구’ 바람이 부는 가운데, 쇼피코리아가 콘솔 서비스와 국내 풀필먼트 서비스(K-FBS) 등의 물류 솔루션을 내놓으며 역직구 시장 판 키우기에 나섰다. 한국 판매자(셀러)가 쉽고 저렴하게 수출하고 한국 상품의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도록 물류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쇼피(Shopee)는 동남아시아 지역과 대만에서 가장 이용률이 높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이 회사의 한국 법인 쇼피코리아는 설립 5주년을 맞아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판매자 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쇼피코리아 권윤아 지사장은 “중국 제조사와 플랫폼이 손잡고 전 세계에 물량을 수출하려고 혈안”이라며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수요가 지속 성장하는 만큼 한국 업체가 직접 판매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쇼피 한국시장 성적표 ‘K셀러 30배 ↑’
쇼피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해외에서 국내로 주문한 건수와 거래액은 각각 22배 18배 성장했다. 입점한 한국 판매자 수는 30배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 주문 건수와 거래액 또한 전년 동기 대비 80% 50% 증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법인은 동남아 소비자의 구매력 증가와 한국 역직구 시장 확대 등을 발판삼아 쇼피 글로벌 플랫폼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이 회사는 △풀필먼트 서비스 확대 △뷰티 브랜드 발굴 △초기 인큐베이팅(판매자 지원) 강화 △라이브커머스 확대 등을 전략으로 제시하며, 강세를 보이는 베트남과 태국 시장에서 내년까지 한국 제품의 매출을 300% 늘리고 화장품 분야를 2배 성장시킬 것을 약속했다.
쇼피가 지원하는 물류 서비스는 크게 쇼피 물류 서비스(SLS), 쇼피 풀필먼트 서비스(FBS), 국내 풀필먼트 서비스(K-FBS) 등으로 나뉜다.
SLS와 K-FBS는 주문이 들어온 후 국내에서 해외로 배송하고, FBS는 현지 창고에 재고를 두고 바로 판매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SLS는 개별 판매자가 직접 쇼피 물류센터에 상품을 보내는 과정을 거쳐 해외로 수출된다면 K-FBS는 쇼피가 운영하는 풀필먼트에 미리 재고를 위탁해 원스톱 서비스로 진행된다는 차이가 있다. 6월 기준 SLS와 FBS는 각각 80% 20%에 가까운 물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K-FBS의 비중은 1% 미만이다.
쇼피코리아는 여기에 콘솔 서비스를 더해 인프라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SLS가 주로 항공 운송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올해 1월부터는 소량 화물을 컨테이너선에 공동 선적해 운송하는 선택지를 추가했다.
쇼피코리아에 따르면 2월엔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8%만 화물을 채워 나갔으나 4월 30%, 6월에는 162%를 선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윤아 지사장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어 기존에 비해 물류비가 평균 70% 절감된다”고 설명하며 “아직은 정말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콘솔 서비스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3개 시장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자사에 입점한 판매자를 대상으로만 알렸다면 앞으로는 물량 확대를 목표로 대외적으로도 홍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권 지사장은 “이제 겨우 컨테이너 하나 반 채우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도 “K-FBS 서비스보다는 규모가 큰 편”이라고 귀띔했다.
쇼피 글로벌 차원에서도 물류 서비스 개선에 나선다. 풀필먼트 센터를 확충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송기간을 단축하는 등 물류 인프라 선진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권윤아 지사장은 “쇼피가 진출한 시장 가운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에서는 자체 물류 창고를 운영,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최근 해외 풀필먼트 서비스(FBS)를 이용하는 비중이 증가한 데 대해 항공 운임 상승과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질문이 나오자 “항공 운임이 올라서 SLS 이용이 줄고 해외 풀필먼트 비중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수가 늘면서 절대적인 물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쇼피코리아는 이제껏 쌓아온 인프라를 바탕으로 타 업체들과 경쟁하겠단 방침이다. 권윤아 지사장은 “5년 동안 만들어온 시스템과 비용 구조, 물류 인프라를 따라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쇼피는 동남아에서 현지 배송 서비스 지역이 가장 넓고 가장 운임이 저렴하다”면서 “협력사와 자체 물류 회사를 합치면 쇼피의 물류 효율은 최고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기업 각축장된 역직구 시장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앞다퉈 한국 판매자를 모집하면서 국내 역직구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미국 아마존은 6월26일 한국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3일에는 중국의 알리바바닷컴이 올해 하반기에 아시아 최초로 한국 기업 전용 웹사이트를 열고 중소기업의 온라인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싱가포르 기업 큐텐은 지난 2월 북미·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위시를 인수, 한국 상품 전용관을 만들고 판매자 지원 정책을 내놨다.
국내에선 G마켓과 쿠팡이 해외 진출 사업을 확대하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G마켓은 지난 2월 몽골 플랫폼인 쇼피(Shoppy)와 손잡고 역직구 상품 판매에 들어갔고, 쿠팡은 대만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물류창고를 설립했다.
이 밖에 종합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은 지난 5월 미국과 일본에서 현지 물류사와 협력을 약속하며 역직구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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