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4 09:03

수은·산은 지난해 선박금융 23조…세계 6위

선박금융은행 톱40 투자액 395조…‘87조’ 일본 1위


지난해 세계 40대 선박금융 전문 은행의 관련 분야 투자 규모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톱40에 포함된 우리나라 은행들도 선박금융 거래를 늘렸다. 하지만 추세적인 시장 규모는 하락세를 띠고 있다. 

그리스의 선박금융 조사기관인 페트로핀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말 현재 세계 40대 선박금융 은행의 선박 거래 여신 규모는 2842억7000만달러(약 395조원)를 기록, 사상 최저치였던 2022년의 2828억9000만달러에서 0.5%(13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톱40 은행의 대출 규모는 지난 2011년 4548억9000만달러로 정점에 오른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 3000억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고 2022년엔 사상 최저 수준을 찍었다. 페트로핀은 톱40 은행을 포함한 전 세계 은행권의 선박금융 대출금은 3750억달러(약 522조원)로 추정했다. 

佛 BNP파리바 세계 1위 선박금융은행

세계 최대 선박금융기관은 프랑스 BNP파리바로 집계됐다. 이 은행은 지난해 12월 현재 210억달러를 선박 시장에 투자해 전 세계 은행 중 유일하게 선박금융 여신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2위는 190억달러를 집행한 중국수출입은행이었다. 1~2위 모두 2022년보다 선박 담보 대출 금액을 10억달러 가량 늘렸다.

이어 독일 KfW아이펙스(160억달러),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150억달러), 중국은행(130억달러)이 3~5위를 형성했다. 전년도에 비해 크레디아그리콜은 20억달러, KfW는 10억달러 늘렸고 중국은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2022년 톱40에 들었던 영국 HSBC, 미국 JP모건 등은 2023년엔 순위에서 탈락했다. 이들은 2년 전 90억달러, 30억달러였던 선박금융 규모를 지난해 대폭 줄였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가장 많은 12곳의 은행을 순위에 올렸다.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는 숫자다. 여신 규모는 630억달러로, 2022년보다 30억달러 늘어났다. 점유율은 22%로, 전년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각각 110억달러를 대출해 6위와 8위에 랭크됐다. 이 밖에 이요은행 일본정책투자은행 히로시마은행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등이 톱40에 진입했다. 

2위는 프랑스로, 4곳의 은행이 총 490억달러를 거래했다. 선박금융기관 숫자는 적지만 3곳의 은행이 각각 100억달러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3위 중국은 3곳의 은행에서 420억달러를 선박금융에 투자했다. 중국 역시 각 은행이 지원한 선박금융 거래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독일 은행 2곳이 190억달러, 네덜란드 은행 2곳이 180억달러를 각각 선박금융에 투자했다.

우리나라는 2곳의 은행에서 170억달러(약 23조원)의 여신을 지원해 톱40 은행을 배출한 15개 국가 중 6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이 110억달러, 한국산업은행이 60억달러를 각각 집행했다. 수출입은행은 1년 새 10억달러를 늘렸고 산업은행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세계 최대 선주국 중 하나인 그리스는 4곳의 은행이 15% 늘어난 15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이어 8위를 기록했다. 

 


 
사상최초 유럽 점유율 50% 무너져

지역별로 보면 유럽이 전년대비 1% 감소한 1410억달러로, 점유율 49.7%를 차지했다. 유럽의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건 선박금융 시장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HBSC의 선박금융 사업 축소를 배경으로 한 영국과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투자 금액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선박금융 규모는 6% 증가한 1280억달러를 기록, 점유율을 2022년 43%에서 지난해 45%로 끌어올렸다. 

페트로핀은 선박 가격이 올해 들어 16% 상승하는 등 강세를 띤 반면 선박 운송 수익은 이에 못 미치면서 은행들이 LTV(담보인정비율)를 6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고 선박금융 정체 배경을 풀이했다.

LTV 제한과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에 부담을 느낀 대출 고객들이 원금 조기 상환을 시도하면서 선박금융 시장이 상승 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신조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LNG선이나 LPG선 유조선 자동차선의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난 사실을 들면서 펀드가 주도하는 다양한 대안 금융 시장이 성장한 데다 리스 방식의 선박 도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풀이했다.

재정이 건전한 충성 고객에게 리스나 펀드에서 제공하는 선박금융의 LTV는 은행보다 높은 70~75% 수준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에선 S&LB(선박 매각 후 재임차)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로 선체임차(나용선) 거래에 금융을 제공하는 일본 은행들의 여신 규모가 증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페트로핀은 리스 펀드 등 비은행을 포함한 선박금융 시장 규모는 6000억달러(약 835조원)에 이른다고 관측하면서 “지난 몇 년간 비은행계의 선박금융 대출이 은행권 여신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해사물류통계 ‘2023년 선박금융은행 톱40 여신 현황’ 참조)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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