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원활히 대응하려면 부처별로 분산된 물류 업무를 통합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센터장은 최근 인천 송도 크루즈터미널 독도함에서 열린 ‘제21회 함상토론회’에서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라며 “물류 거버넌스에 대한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물류 거버넌스는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별로 분산돼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날로 심화되고 있지만 통합 관장하는 조직을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그는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한 물류 거버넌스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연계한 물류산업 관련 부처의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센터장은 ▲화주와 해운물류기업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협력체 구성 ▲물류 통합전문가 육성 ▲고부가가치 물류서비스업 육성 ▲한국 물류기업들의 해외물류거점과 M&A를 통한 현지화 기반 등을 이뤄내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 센터장은 2024~2025년 글로벌 10대 리스크로 ▲미국과 자체: 정치적 갈등과 분리 ▲중동 위기 ▲분할된 우크라이나 ▲통제되지 않는 인공지능(AI) ▲악의 축(이란·북한·러시아) ▲중국 경제 회복 불가 ▲희귀금속 전쟁 ▲인플레이션 ▲엘니뇨 귀환 ▲기업활동 리스크 증가 등을 꼽았다.
▲왼쪽부터 장성일 서울대 연구원, 이성우 KMI 센터장, 김태형 숭실대 교수, 마상윤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김인현 고려대 교수,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
“HMM 선복량 150만TEU대로 끌어올려야”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우리나라가 대양에서의 국가 이익 수호를 기본으로 하는 대양해군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위해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한 국제조약 수립과 통합관리 조직 결성이 긴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국적선사인 HMM의 선복량을 확대하고 종합물류에 관한 국제조약을 만들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재 HMM의 운항 선대는 78척 85만4000TEU로, 세계 8위에 올라 있다.
김 교수는 현재 80만TEU대인 HMM의 선복량을 150만TEU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해 사태에 따른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 운항으로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부족한 선복을 메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자는 설명이다.
또 그는 운송인과 운송인 사용인의 책임을 규정한 국제규칙인 ‘헤이그비스비규칙’은 존재하지만 종합물류를 아우르는 국제조약이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적 상선대를 안전하게 호송할 수 있도록 국방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중장기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축함과 경함모 등의 추가 확보로 해군 역량을 강화해야 우리나라의 강점인 제조업과 무역업의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고립주의로 미국 주도의 해상운송 안보 체제가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며 “세계적 공급망에 의존하는 제조업과 무역 증진을 위해 구축함과 경함모 추가 확보와 관련 부처의 대책 등으로 우리 상선대를 호송할 수 있는 대양해군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양산업간 협조 체계 강화해야
한편, 제29회 바다의 날을 기념해 열린 ‘해양강국 구현 대국민대회’는 해양 관련 국가 기관 및 단체의 대규모 통합행사로 해양강국 구현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개최됐다. 해군본부, 해양연맹, 한국해양전략연구소를 비롯한 9개 기관이 주최하고 해양수산부,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국제물류협회 등의 후원으로 치러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국제물류협회(KIFFA) 원제철 회장은 “협회는 54년간 국제물류산업 발전 선도단체로서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물류산업을 대표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며 “오늘 해양강국 구현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한국국제물류협회가 회원사 대표, 임직원과 동참하여 해양 관련 국가 기관 및 단체의 대규모 통합행사에 뜻을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주요 참석자들은 인력 부족과 군사적 긴장 등에 대응하려면 해양산업 간 협조 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는 “테러 단체들의 상선 공격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은 해상수송로에 치명적인 위협이며 해양산업 전반에 걸친 인력 부족과 친환경적 운용체계 구축 역시 당면한 어려운 과제”라며 “해군은 임무와 역할을 한반도를 넘어 대양으로 확대하고 해양산업 간 협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택 전 국제해사기구(IMO)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선원 복지와 사회적 지위에 관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고급 해기인력 공급에 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며 “정부와 연구기관, 업계의 긴밀한 협업으로 전문가와 해기사를 확보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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