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무산됐다.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팬오션·JKL컨소시엄과 진행한 주식 매매 계약과 주주 간 계약 협상이 결렬됐다고 7일 밝혔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12월18일 HMM 매각 입찰에서 팬오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이틀 후인 같은 달 20일부터 7주에 걸쳐 협상을 진행해왔다. 협상 기한은 당초 지난달 23일이었지만 이달 6일로 일주일 연장했다.
정책금융기관 측은 “협상 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이유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하림 측의 경영권 보장 요구를 정책금융기관 측에서 수용하지 않은 게 협상 결렬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기관은 현재 가지고 있는 HMM 지분 57.87%를 매각하더라도 아직 영구채 1조6800억원을 가지고 있다. 잔여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은 다시 32.78%까지 상승하고 경영권 인수자의 지분율은 57.87%에서 38.9%로 뚝 떨어진다.
이는 곧 경영권 매각 이후에도 해진공 등이 채권자에 머물지 않고 HMM 경영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해운산업 지원 기관인 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을 매각하더라도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경영 감시 역할을 계속 이어 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하파크로이트가 HMM이 속해 있는 디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기로 하면서 해운동맹 재편 문제가 불거진 것도 거래에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제기된다.
하림그룹은 이날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 협상이 무산돼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이번 HMM 인수 협상 무산에도 벌크선 전문 선사인 팬오션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물류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에 대해 부당한 비난과 허위 주장들이 일부 언론과 노조에서 제기됐지만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응할 수 없었던 것 또한 비밀준수계약을 성실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하림그룹은 자체 자금, 인수금융, 재무적 투자자(FI) 등을 통해 8조원 정도의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한 상태였고 지난해 12월 HMM의 유보금(현금자산)은 해운 불황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 HMM 내부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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