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토끼띠 해인 계묘년이 저물고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3년은 코로나발 해운 호황이 불황으로 빠르게 꺾인 한 해였습니다. 사상 초유의 호황을 이끌었던 공급망 대란이 해소된 데다 곳간을 가득히 채운 선사들이 앞다퉈 주문한 신조선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지며 시황 하락을 재촉했습니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하던 중국 경제의 둔화와 한중 관계 악화도 침체의 배경이 됐습니다.
운임지수가 1년 새 3분의 1 토막 났고 선사들의 실적도 곤두박칠 쳤습니다. 덴마크 머스크, 이스라엘 짐라인은 지난해 3분기에 적자를 냈고 주요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도 이익 폭이 20분의 1 수준까지 위축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새해에도 해운시장은 위기 속의 항해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경제 지표는 여전히 불투명성을 지속하는 모습입니다. IMF나 OECD 등의 국제 경제 기구는 새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긴축 금융과 교역 감소,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경제대국의 경기 둔화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경기 부진에도 선복 공급은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올해 300만TEU를 웃도는 신조 컨테이너선이 인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거 4% 안팎이었던 공급 증가율은 올 한 해 10%를 넘어서며 수요 성장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가 하면 제도 변화 등도 시장을 옥죄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연합(EU)은 새해 4월25일 이후 컨테이너선사 독점금지법 일괄 적용 면제(CBER) 규정의 일몰을 선언했습니다. 운항 동맹이 유럽항로에서 더 이상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대표 선사인 HMM의 얼라이언스 의존율이 80%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할 때 EU의 이 같은 결정은 한국해운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HMM의 경쟁력 강화에 민관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밖에 한국해운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이슈인 선박 탄소 배출 규제와 선원 양성, 세계 경제의 혈맥인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 마비 사태, 해운항만 현장 안전 강화 등의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대응책 강구에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해운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규제 대응엔 정부와 업계의 현명하고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창립 53주년을 맞는 코리아쉬핑가제트는 새해에도 해운과 물류가 국가경제를 든든히 떠받치는 기간산업의 역할을 충실히 이어가고 위기 극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대변지 역할에 매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곁눈질하지 않고 해운물류 정론지의 한길을 걸어온 지난 반세기 역사를 거울 삼아 갑진년 새해에도 더욱 신뢰받는 언론매체가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2024년은 푸른 용의 해입니다. 용은 고래(古來)로 구름과 바람을 부리고 바다를 관장하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용의 기운을 이어받아 어려움에 빠진 해운물류산업이 올 한 해 도약의 기지개를 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본지에 뜨거운 애정과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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