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자에 이어>
<판례 평석>
1. 시작하며
이번 호에서 소개할 사안은 ‘성동조선’의 부실로 인해 발생한 복수의 은행들과 한국무역보험공사 간의 분쟁으로, 중소형 조선사를 위해 제공되는 ‘수출신용보증’과, 선박금융의 한 형태로서 ‘신디케이티드론’의 법적 성질과 거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는 판례이다.
2. 사실관계
원고 하나은행과 피고 주식회사 우리은행(이하 ‘피고 은행’이라 한다) 및 중소기업은행은 성동조선해양 주식회사(이하 ‘성동조선’이라 한다)와 2000억원과 미화 2000만달러를 합한 금액을 한도로 선박 제작에 필요한 원·부자재 구매자금을 대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피고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피고 공사’라 한다)는 성동조선의 대출금채무를 수출신용보증계약(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 한다)에 따라 연대보증했다.
피고 은행은 이 사건 대출의 관리은행으로서 원고를 대리해 대출금의 집행·관리, 대출원리금 회수 등 업무를 수행했다. 성동조선이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는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자,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 공사를 상대로 이 사건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했고, 피고 공사는 원고와 피고 은행 등이 이 사건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보증계약상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증금액 중 일부에 대한 면책을 주장했다. 원고는 예비적으로 피고 은행을 상대로, 피고 공사의 원고에 대한 보증책임이 면책될 경우 피고 은행이 이 사건 대출의 관리은행으로서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면책금액 상당의 금원 지급을 청구했다.
3.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대출 실행에 신용보증조건 위반이 존재하는지 여부
이 사건 대출은 ‘직접지급방식’에 의해 대출실행을 할 것으로 정하고 있었다(이 사건 대출계약서 제3조 제2항 제1호). 즉 관리은행인 피고 은행이 선박건조에 사용되는 원·부자재 결제를 위한 매도인의 계좌 등에 구매대금을 직접 입금하거나 또는 결제를 위해 발행된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할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한편 이 사건 수출신용보증계약서의 약관(이하 ‘이 사건 약관’) 제6조 제1호에는 ‘은행이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한 경우’ 피고 공사가 보증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이행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이 정해져 있었다. 이 사건 약관 제6조 제5호, 제11조 제1항에서는 은행으로 해금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된 신용보증부 대출과 관련한 채권에 대해 신용보증관계가 성립하지 아니한 채권과 동일한 주의를 가지고 권리의 보전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위 권리보전의무에 위반해 피고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었다. 또한 위 계약서의 특약사항(이하 ‘이 사건 특약’)으로 다음 내용들이 규정돼 있었다.
1. 이 보증서(수출신용보증서를 말함, 이하 같음)에 의한 대출금은 채무자의 원부자재 해외조달 구매자금 증빙구비건에 한하여 취급되어야 함
3. 이 보증서에 의한 대출 및 상환 방법은 금융계약서에 정한 바에 따라야 하며, 금융계약서 변경시 피고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함
4. 은행은 채무자로 하여금 상환금계좌(Repayment Account)를 설정하게 하고, 동 계좌로 입금되는 금액은 장래 3개월 이내에 도래하는 상환기일에 상환할 원리금의 상계에 우선 충당하여야 함. 또한, 동 계좌 잔액은 장래 3개월 이내에 도래하는 상환기일에 상환할 원리금의 100% 이상을 항상 유지하도록 관리하여야 함
5. 은행은 채무자로 하여금 별첨의 선박건조계약상 인도시 잔금이 지급될 인도수납금관리계좌(Escrow Account)를 설정하게 하고, 동 계좌로 입금되는 금액은 상환금계좌(Repayment Account)에 우선 충당하여야 함
원심은 이에 따라, 원고가 제18, 22, 23회차 대출 당시 성동조선이 원·부자재 구입자금을 결제한 후 성동조선의 계좌로 해당 대금 상당액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한 행위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서 정한 직접지급방식에 의한 대출이 아니라 사후대출방식에 의한 대출로서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한 것이고, 원고가 제18 내지 24회차 대출을 실행할 당시 성동조선의 구매자금 증빙 구비 금액 범위를 초과해 대출을 실행한 것은 증빙이 구비된 경우에 한해 대출을 실행할 의무를 위반한 초과대출로서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한 것이므로, 피고 공사는 그와 같이 실행된 대출금액에 대해 면책된다고 판단했고, 이는 타당하다.
나. 피고 은행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복수의 참여은행이 신디케이트를 구성해 채무자에게 자금을 융자하는 신디케이티드론 거래에서, 참여은행으로부터 신디케이티드론과 관련된 행정 및 관리사무의 처리를 위탁받아 참여은행을 대리하게 되는 대리은행 내지 관리은행은 위탁받은 사무에 관해 참여은행과 위임관계에 있다. 이 경우 구체적인 위임사무의 범위는 신디케이티드론 관련 계약 등의 내용에 의해 정해지고, 대리은행 내지 관리은행은 위임된 사무의 범위 내에서 위임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한다(대법원 2012년 2월23일 선고 2010다83700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 은행이 원고 등과 체결한 대주 간 계약에 따라 이 사건 대출의 실행 및 계좌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은행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차주인 성동조선으로부터 받은 인출요청서와 대출금의 용도에 관한 증빙서류의 적정 여부를 심사해 대출을 실행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데, 피고 은행이 원고로 해금 이른바 사후대출방식 및 초과대출방식에 의한 대출을 실행하게 한 것은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피고 은행은 그 의무 위반으로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는 타당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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