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공급망압력지수가 지난 1977년 이후 26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 북미 철도차량 부족 등 여러 물류 이슈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 공급망 대란은 완전히 해소된 모양새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올해 10월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GSCPI)는 -1.74를 기록, 최근 9개월 연속 ‘0’을 밑돌며 완연한 공급망 흐름을 보였다. 이전 최저치였던 2008년 11월(-1.58)보다 0.16p(포인트) 낮아졌다.
이 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혼란의 최고조였던 2021년 12월 4.31에 도달했다. 이후 줄곧 하락세를 띠다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도시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악재에 작년 4월 3.42까지 다시 상승했다. 올해 2월부턴 0 미만으로 떨어지며 물류 공급망 이슈가 본격적으로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월별로 보면 지난 2월 -0.29, 3월 -1.18, 4월 -1.36, 5월 -1.56, 6월 -1.14 7월 -0.83 8월 -1.07 9월 -0.70 10월 -1.74를 각각 기록했다.
전 세계 주요 물량들이 올해 상반기 내내 급감하면서 체선 등 물류 적체 현상이 완화됐고, 결과적으로 공급망 대란이 해소되는 주된 배경이 됐다. 특히 세계 경기 불황 등의 영향을 받아 최대 수출국인 중국발 실적이 예년에 비해 부진한 게 영향을 끼쳤다. 물동량은 지난 8월까지 12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하며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다가 9월을 기점으로 점차 회복세를 띠기 시작했다.
미국 통관조사회사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올해 8월 아시아 10개국발 북미행(북미 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155만TEU에 머물렀다. 올해 8월 미국발 아시아행(수입항로)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6% 감소한 43만TEU였다. 1~9월 누계 물동량 실적만 놓고 봐도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17% 감소한 1286만TEU를 처리했다.
미국 물류관리자지수(LMI)도 8월부터 다시 50을 넘어서며 공급망 흐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8월부터 10월까지 LMI는 각각 51.2 52.4 56.5를 기록했다. LMI는 미국 내 재고 수준, 창고 가동률 등 물류 활동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지수다. 통상 LMI가 50보다 높으면 물류 산업이 확대 국면에 있는 걸로 풀이된다.
한편 10월 공급망압력지수는 최저치를 냈지만 북미 서안 항만의 장기 적체 화물 비중은 되레 늘어나며 지표와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미국 오클랜드 소재 태평양상선협회(PMSA)에 따르면 지난 10월 LA·롱비치 두 항구에서 수입 컨테이너가 화물차에 실려 반출되기까지 걸린 평균 처리기간(dwell time)은 3.21일로 전달(3.0일)보다 0.2일 길어졌다. 또 5일 이상의 장기 적체 화물 비중은 9.9%로 전달보다 2.6%p 상승했다. 이 중 철도 운송 비중은 3분의 1 수준을 넘어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일 열린 ‘2024 물류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뉴욕연은 공급망압력지수가 최근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지만, 러·우 이·팔 등 전쟁 리스크가 여전하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의 영향으로 새로운 운송수단, 운송거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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