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중견 조선시장 성적표는 현대삼호중공업이 외형과 내실을 동시 사냥한 반면, 나머지 4곳은 그렇지 못해 희비가 교차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을 제외한 중견 조선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외주단가가 상승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1년 수주한 선박의 가격이 높지 않았던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반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선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신조선을 인도하면서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5개 중견 조선사의 매출 총액은 전년 4조4327억원 대비 26.2% 증가한 5조5942억원을 기록했다. 건조량이 전년에 비해 늘어난 게 외형 확대로 이어졌다.
영업이익 합계는 2022년 -3370억원에서 올해 -1417억원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약 1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5개 조선사 중 4곳은 적자 전환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1302억원에서 -286억원으로 적자를 크게 줄였다. 영업이익과 마찬가지로 현대삼호중공업이 1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달성한 게 적자 축소로 이어졌다. 나머지 4개 조선사는 모두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했다.
‘LNG선 효과’ 현대삼호重, 매출·영업익 동시사냥
상반기 현대삼호중공업은 외형과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 성장한 2조9384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순이익 역시 각각 1197억원 963억원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선가가 다른 선형에 비해 높은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건조량을 늘린 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일정 물량을 영암조선소에서 건조한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원자재·인건비 상승 등의 악재를 극복할 만큼 LNG 운반선의 선가가 크게 오르며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의 조선사들은 외형 확대엔 성공했지만, 내실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한 데다 과거 수주한 선박의 선가가 현재보다 낮았던 게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게 조선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한 조선소는 협력사에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며 건조 물량이 줄어든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대미포조선의 매출액은 1조9208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70억원 -423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조8018억원 -628억원 124억원에 견줘 매출액은 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가 확대됐으며,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케이조선도 외형 확대엔 성공했지만, 내실은 뒷걸음질 쳤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 신장한 3243억원을 거뒀다. 다만,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한 -53억원, 순이익은 90% 급감한 31억원으로 부진했다.
대선조선 역시 케이조선과 마찬가지로 매출액은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25% 증가한 1499억원, 영업이익 순이익은 적자 전환한 -857억원씩을 각각 기록했다.
이 밖에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은 조선 부문에서 8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반면, 매출액은 173% 급증한 2608억원을 달성했다.
조선사들은 건조 단가가 높았던 선박들의 인도가 이뤄지는 올해 하반기부터 영업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선가가 높을 당시 수주한 선박들이 인도되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견조선, 상반기 수주량 전년比 30% 급감
우리나라 중견 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량은 컨테이너선 발주가 크게 줄면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집계엔 현대미포조선,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 등이 포함됐다. SK오션플랜트, 마스텍중공업 등 동급의 건조역량을 갖췄으나 아직까지 신조선 수주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일부 조선소도 이름을 올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견 조선사의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량은 12척 33만CGT(수정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대형조선사와 경쟁하며 수에즈막스급 탱크선과 9000TEU급 컨테이너선 등을 수주했지만 2021년 상반기 정점을 찍은 후 수주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반기 케이조선과 현대미포조선은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탱크선을, HJ중공업은 우리나라 HMM에서 메탄올 연료로 가는 9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각각 수주했다.
선종별로 보면, 탱크선 비중은 전년 동기 27.1%에서 올해 66.4%로 수주가 확대된 반면, 컨테이너선은 발주가 급감하면서 72.9%에서 27.7%로 축소됐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부진했던 탱크선의 발주가 증가하면서 중형사들의 수주 여력이 높아졌지만, 시황 호전 대비 일부 조선소들이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수주액은 8억1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신조 선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대형 탱크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높아 수주량 감소에도 수주액은 다소 증가했다. 중견 조선사들의 수주액이 국내 신조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5.5%로 전년 대비 상승했다.
상반기 중견 조선사들의 건조량은 16척 36만CGT로 전년 대비 2% 늘었다. 탱크선 13척과 1000TEU급 컨테이너선 3척 등이 인도됐다. 2021년 수주 호조로 일감이 크게 늘며 상반기 인도 예정인 물량이 많았지만, 생산 인력 부족으로 기대치를 밑돈 실적을 거뒀다는 게 양 연구원의 설명이다.
다만, 전년 하반기 건조량 대비 24% 증가해 점차 생산 속도를 높이는 노력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중견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전년과 비교해 8% 늘어난 202만CGT로 집계됐다. 수주가 호조를 보이진 않았지만, 인도량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수주잔량 증가를 견인했다.
양 연구원은 상반기 중견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탱크선 발주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인 점으로 꼽으면서도, 생산 인력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 시황 호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점유율을 확대하며 비교적 양호한 수주실적을 기록한 반면, 국내 중형사들의 수주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이러한 결과는 생산 인력 부족에 의해 내부적인 생산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저하됐고 외부에서 블록 등 일부 기자재 조달이 원활하지 못한 점 등으로 일감을 조정할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만큼 효율적인 생산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중점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속한 생산시스템 안정화 후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2~3년 내 환경규제 강화 영향 등에 의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중견 조선사들 역시 시장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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