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내항에서 신국제여객부두 건설이 한창인 가운데 컨테이너 장치장(CY)과 LO-LO(크레인으로 하역하는 방식) 카페리선이 정박하는 돌제부두 부족 문제를 놓고 정부와 카페리선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선사들은 현재의 설계대로 터미널이 지어질 경우 부두 내 야적장(온독CY)이 부족해 극심한 물류 혼란을 겪을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두 시설 문제는 부두 운영사 선정 취소 사태로까지 번지면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8년 5월 말 평택항 신국제여객부두 건설에 착수했다. 1764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최대 3만t급 카페리선이 정박할 수 있는 접안 시설 4선석과 21만6000㎡의 부지, 호안 567m를 개발하는 내용이다.
이 중 접안 시설은 RO-RO(화물차로 하역하는 방식) 선박이 정박하는 부잔교(폰툰) 2선석과 LO-LO 선박이 접안하는 돌제부두 2선석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부두와 별도로 지난해 7월 여객이 이용하는 신국제여객터미널 공사도 시작됐다. 정부는 717억원을 투입해 지상 3층 총면적 2만2051㎡ 규모로 여객터미널을 지을 예정이다. 평택항 신국제여객부두에 들어가는 전체 공사비는 총 2481억원에 이른다. 연간 수용능력은 여객 61만명, 화물 25만TEU 수준이다.
공사를 주관하는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올해 12월까지 부두 공사를 마친 뒤 내년 9월께 여객터미널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2022년 11월께 부두 건설을 마무리할 방침이었으나 시멘트 등의 원자재 파동으로 1년가량 완공 시기가 늦어졌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평택해수청, 올 연말 신부두 완공 계획
신국제여객부두 완공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부두를 이용하는 선사들은 정부에 시설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선사들의 요구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화물 처리 공간과 LO-LO 선석 부족이다.
평택해수청이 지난해 11월 신국제여객부두 운영사 선정 공모를 진행하면서 제시한 하역 시설 면적은 여객터미널과 주차장 등을 뺀 13만8700㎡다. 7만2300㎡인 현재의 국제여객부두(7부두)에 비해 2배 가까이 넓다. 이 중 CY 면적은 6만7700㎡로, 현 시설보다 1만㎡가량 크다.
하지만 이 같은 계산법은 평택항 카페리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평택항을 입항하는 5척의 한중 카페리선 중 7부두를 이용하는 선박은 중국 웨이하이를 운항하는 평택교동훼리의 <뉴그랜드피스>와 룽청을 운항하는 영성대룡해운의 <동방명주8>호 2척뿐이다.
나머지 3척은 내항 컨테이너부두인 평택동방아이포트(PNCT)를 기항한다. 롄윈강을 운항하는 연운항훼리의 <자옥란>호나 르자오를 운항하는 일조국제훼리의 <르자오오리엔트>, 옌타이를 운항하는 연태훼리의 <오션블루웨일>호가 모두 크레인으로 하역을 해야 하는 LO-LO형 선박들이다.
PNCT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카페리선사들이 필요로 하는 전체 CY 부지 면적이 나오는 셈이다. 국제여객부두와 PNCT를 합산한 부두 면적은 24만2100㎡에 이른다. 신국제여객부두보다 10만3000㎡ 이상 크다. CY만 놓고 보면 12만5500㎡로, 신설 부두보다 2배가량 넓은 편이다.
카페리선사들은 물동량이 많지 않았던 시절 수립한 전망치를 토대로 설계된 신국제여객부두의 하역시설은 실제 평택항에서 카페리선으로 수송된 컨테이너를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카페리선 5척의 원활한 하역을 위해선 부대 시설을 제외한 순수 CY만 17만7800㎡ 이상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021년 한 해 평택항에서 취급한 카페리선 물동량은 36만TEU에 이른다. 국제여객부두에서 12만7600TEU, PNCT에서 23만2000TEU가 처리됐다. 신국제여객부두의 처리능력인 25만TEU를 11만TEU가량 웃돈다.
더구나 새로운 여객부두의 CY는 컨테이너를 2.5단 이상 적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하역능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선사 관계자는 “매립해서 부두를 만들다 보니 많이 올려 쌓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2.5단만 적재하라고 하면 적컨테이너를 2개 쌓고 빈 컨테이너를 1개 올리란 얘긴 거 같은데 하역 시간이 많이 걸리고 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LO-LO 선석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국제여객부두는 RO-RO용 부잔교 2선석과 LO-LO용 돌제부두 2선석으로 구성된다. 이 중 돌제부두 1선석은 RO-RO 겸용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반면 현재 평택항을 기항하는 LO-LO형 선박은 3척이다. 월요일에 3척이 나란히 입항하고 금요일엔 3척이 나란히 출항한다. 신 부두가 개장하자마자 LO-LO 선박들은 월요일과 금요일에 선석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돌제부두 폭이 50m밖에 되지 않아 하버크레인이나 리치스태커 셔틀차량 등의 하역 장비들이 드나드는 데 어려움이 클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이 일련의 문제점들이 불거지자 지난해 12월 말 운영사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동방·대아 컨소시엄은 LO-LO 선박을 PNCT 16번 선석에서 하역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PNCT를 그대로 이용할 경우 처리능력을 35만TEU까지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 재정으로 건설한 신규 부두를 두고 민간 부두를 함께 이용하는 방안을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타협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동방·대아 컨소시엄은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카페리선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자하는 부두 공사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설계를 수정해서 국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평택항 발전과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완벽한 준비를 마친 상태로 부두가 운영될 수 있도록 시급한 논의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정부의 부두 설계 변경을 압박했다.
빠르면 이달말 부두운영사 재공모
카페리선업계의 이 같은 요구를 두고 정부는 CY 부족 문제는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내년부터 CY 7만5000㎡ 규모를 추가 공급하는 공사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계획된 CY는 올해와 내년까지 마무리하고 부족한 CY는 인근 2종 배후단지를 내년에 다시 공사해서 CY로 제공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오프독(부두 밖 장치장)이 아닌 온독CY로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해수청 관계자도 “국제여객부두 설계 당시에 예측했던 것보다 물동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2년 정도 공사를 진행해서 추가 CY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신청해 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제부두는 기존 설계대로 공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해수부 관계자는 “돌제부두는 설계할 때 선사들과 이미 충분히 논의한 사안이었다”며 “돌제부두에 갠트리크레인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여객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면 그건 힘들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평택해수청 관계자는 “새로 짓는 부두는 컨테이너터미널이 아니고 국제여객부두다. 전국 여객부두에 갠트리크레인이 있는 곳은 없다”며 “국제여객부두에서 여객 안전보다 하역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처음 부두를 설계할 때 카페리선사들이 신조하면서 RO-RO 선박으로 바꾼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 LO-LO 선박을 지었다”며 “선박이 바뀔 때마다 부두 공사를 새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신국제여객부두 운영사 선정 입찰도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평택해수청 관계자는 “상부 보고 절차를 거쳐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엔 공모에 착수하려고 한다”며 “동방과 대아도 공모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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