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컨테이너 운임을 방어하기 위한 선사들의 전방위 노력이 새해 벽두부터 이어지고 있다.
물량은 줄어드는데 신조선 인도량이 증가하면서 유휴 선대가 늘자 선사들은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과 항로 우회, 저속 운항 등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독일 하파크로이트, 우리나라 HMM, 일본 ONE, 대만 양밍해운 등은 백홀(수입항로)에서 파나마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일부 선대를 우회하며 공급 조절에 나섰다.
더불어 10노트의 초저속 운항을 진행해 공급 과잉에 대응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아시아-유럽항로에서 10노트로 운항할 경우 1개 서비스에 2척의 선박이 추가로 필요해 놀고 있는 선박을 줄일 수 있다.
이 밖에 일부 선사는 신조선 인도 시기를 조절하거나 폐선량을 늘려 운항 선대를 조절했다. 스위스 MSC는 2만4000TEU급 신조선 인도 일정을 연기했으며, 대만 완하이라인, 그리스 유로시스 등은 대규모 폐선을 진행했다. 선사들의 잇따른 공급 조절에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는 1월에만 약 23만TEU의 임시결항이 유럽항로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사들의 공급 조절 노력에도 운임 약세는 올해 2분기까지 계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달 중국 춘절(설)을 앞두고 밀어내기 수요 둔화가 지속된 데다 공급 조절이 무색해지면서 운임 반등이 쉽지 않을 거란 이유에서다. 시인텔리전스는 “올해 투입되는 선대량이 2021년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중국 및 동남아 제조 공장의 가동 중단 기간이 길어져 수요마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운임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물동량은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이 부진하면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3개행(유럽 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8.3% 감소한 110만5500TEU에 머물렀다.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이 10% 줄어든 79만4000TEU였다.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의 동북아시아도 14% 급감한 13만1000TEU에 머물렀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3.6% 증가한 18만1000TEU로 집계됐다.
운임은 3주 연속 하락했음에도 지난해 12월부터 1000달러선을 굳게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1월20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014달러로 3주 연속 하락했다. 전주 1020달러 대비 소폭 하락했으며, 한 달 전인 1049달러 대비 3.3% 떨어졌다. 중국 춘절(설) 연휴 장기화가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데다 선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운임이 1000달러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하락 폭이 둔화되고 있다. 같은 기간 지중해는 TEU당 1816달러를 기록, 전주 1836달러에서 20달러 떨어졌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북유럽과 지중해항로 운임지수(KCCI)는 1월20일 현재 FEU당 각각 1880달러, 2964달러로 집계돼 SCFI 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북유럽과 지중해 모두 3주 연속 하락한 수치다.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한국발 네덜란드 로테르담행 공표 운임은 1월 현재 TEU당 528~910달러로 중국발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선사들은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크게 줄면서 일부 선사들의 스폿(현물) 운임은 손익분기점 이하로 하락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설 연휴 선대 운영 합리화에 따른 공급 조절 영향으로 운임 하한선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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