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조원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같은 날 대우조선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는 향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채권단의 자율 지원을 통한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19년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최종 거래가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투자 유치를 위한 여러 방안 중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추진이 가능한 신주 인수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 대우조선은 한화그룹과 전략적 투자 유치를 위한 MOU 체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투자합의서 체결 이후, 한화그룹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른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핵심역량을 대우조선해양의 설계·생산 능력과 결합해 회사의 조기 흑자전환은 물론,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겠다는 포석이다.
한화그룹, 조선업 진출로 주력 방산분야 성장동력 확보
한화그룹은 이번 거래가 이뤄지면 방산 및 제조, 기계, 수주, 체계종합 등 사업 성격이 유사하고 최근 사업호조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통합 방산 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한화디펜스와 11월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또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t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한화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한화그룹은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노후선박 교체수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신규 수요, 선박 발주 증가에 따른 독 경쟁으로 조선업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제2의 빅사이클 초입에 돌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해 부실을 해소한 대우조선 역시 향후 3년 반~4년간 일감인 288억 달러(약 41조원)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여기에 그룹의 방산 수출 확대와 해상 풍력 진출, 친환경에너지 운송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 조기에 '턴 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능력있고 관심있는 민간 대주주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대우조선이 미래 신선종과 기술 개발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감으로써 국내 조선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및 정부와 협의해 향후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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