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인 수에즈운하가 좌초된 대형컨테이너선에 가로막힌 유례없는 사건도 올 한 해 해운물류업계의 뜨거운 화두였다.
올해 3월23일 2만TEU급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모래 폭풍에 휩쓸려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도선사 과실과 선박 결항을 두고 수에즈운하 측과 선주사 측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운하가 막히자 글로벌 해운물류시장은 요동쳤다. 운하를 통항하는 선박은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벌크선 탱크선 가스선 등 다양했다. 물류 차질이 한 선종에 그치지 않아 피해가 일파만파 커졌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에 따르면 사고 당시 수에즈운하에서 대기 중인 선박은 300척 정도였고 150척 이상이 운하를 향해 출항한 것으로 조사됐다. 500척에 가까운 선박이 심각한 물류 차질을 빚었다. 특히 수에즈운하 사태는 원양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스케줄 지연으로 유럽에서 들여오는 공컨테이너 회수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수출에 필요한 화물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희망봉 우회는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것과 비교해 5~7일 정도 항해 시간이 늘어난다.
화주와의 납기 일정을 우려한 일부 선사들은 연료비 부담에도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HMM(옛 현대상선)은 1975년 이후 46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봉 노선을 경유했다. 머스크 CMA-CGM MSC 양밍해운 ONE 등의 일부 선박도 희망봉 노선을 선택했다.
<에버기븐>호는 6일 후인 3월29일 다시 바다에 뜨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SCA에서 이초작업 성공보수와 손해배상 등의 명목으로 요구한 9억1600만달러(약 1조4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선주 측인 일본 쇼에이기센이 거부하면서 4월13일 이집트 당국에 의해 압류됐다.
SCA는 3개월에 이르는 압류 기간 동안 선주사 측과 비용 협상을 벌여 7월12일 마침내 선박을 풀어줬다. SCA는 지난 5월 청구금액을 당초 제시한 금액보다 40% 낮은 5억5000만달러(약 6100억원)로 변경했다. 쇼에이기센과 SCA는 출항식에서 합의서에 최종 서명했다.
이번 좌초 사고로 일본 조선업계를 향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고개를 들었다. 중국 선박이 초대형선 건조 시장에서 잦은 고장으로 경쟁력을 잃은 데다 일본에서 지어진 선박마저 수에즈운하에서 대형 사고를 일으키면서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조선이 향후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해운조선업계는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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