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8 09:10

‘조선시장 대호황’ 한국, 세계 1위 놓고 중국과 박빙 경쟁

中 생산역량 벌크선에 집중…우리나라 고부가선박 전략과 대조
코트라 “한국조선 연구개발 투자확대로 시장 선점해야”


우리나라와 중국 조선업이 선박 수주량 부문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산업발전 추세에 맞춘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거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 김다인 상하이무역관은 ‘글로벌 조선업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해운수요 폭증으로 올해를 기점으로 조선업 슈퍼싸이클(대호황)이 도래했다”며 “글로벌 점유율 1~2위인 한국과 중국의 수주 경쟁 양상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와 중국 조선업은 글로벌 해운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수주량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글로벌 누계(1~7월) 선박 발주량은 전년 949만CGT(수정환산톤수) 대비 3.1배 폭증한 2970만CGT를 기록했다. 중국은 간발의 차이로 우리나라를 앞서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수주량은 중국 1348만CGT(수정환산톤수), 한국 1276만CGT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전년 168만CGT 대비 약 7.6배 증가한 일감을 확보했으며, 중국은 374만CGT 대비 3.6배 늘어난 실적을 거뒀다. 3위 일본은 3.8배 증가한 261만CGT를 수주했다. 수주 점유율은 중국이 45%, 우리나라가 43%를 나눠 가졌다. 일본은 9%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선사들이 한 척의 배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면서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시장은 신조선 수주량과 중고선 거래량이 동반 증가했다. 특히 컨테이너선은 올 상반기 수주량을 7년 만에 최대치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 됐다. 

김 무역관은 해상운임 급등에 수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컨테이너선사들의 발주가 이어진 게 조선사들의 수주량 증가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컨테이너운임과 용선료가 크게 상승한 가운데, 신조선가가 오르지 않은 조선시장에 선사들의 발주 문의가 늘면서 조선업황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선박 중개업체 브레마는 글로벌 조선사들의 상반기 컨테이너선 수주량이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 신규 선박 수주량은 286척 215억2000만달러로 2011년 99척 92억달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중 한국 중국 일본 조선사가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총 288만TEU로 전체 선복량 2450만TEU의 11.8%를 차지했다.

올 들어 운송 수요는 늘고 운임은 급등했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중고선 주문량도 폭증했다. 

발트국제항운조합(BIMCO)에 따르면 상반기 컨테이너선 중고선 거래량은 총 277척으로 전년 동기의 136척에 견줘 두 배 늘었다. 

BIMCO는 “단기간 내 추가 운송력을 얻어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해운사들은 용선·중고선 시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치솟는 경쟁으로 가용 운반 규모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면서 용선시장의 비용이 갈수록 비싸지고 있어 운송업체는 현재 바로 구매 혹은 임대할 수 있는 중고선 시장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조선 LNG선 수주점유율 90% 웃돌아

해운시장 호황에 선주들의 발주가 크게 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중 누가 1위를 차지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 상반기 기준 대형상선의 94% 이상이 한국 중국 일본에 집중돼 동아시아는 글로벌 조선업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진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무역관은 “누계 수주량을 보면 중국이 여전히 세계 1위이지만, 지난 3개월간 우리나라 조선사의 수주량이 크게 늘면서 중국과의 격차가 좁혀져 중국 현지에서는 올해 말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큰 편”이라고 전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컨테이너선 등은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중국에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규모 면에서 세계 1위 조선대국으로 부상했지만, 한국과 일본 대비 효율성과 관리, 기술 등에서 뒤처져 있어 조선강국으로 볼 수 없다는 업계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무역관은 “한국 일본에 비해 중국 조선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의 우위를 가지고 있으나, 낮은 제품 구조,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 부족, 낮은 요소생산 효율, 공급망 측면에서 부품조립 산업의 발전 지연, 주요 기업의 높은 부채 비율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은 LNG선 건조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LNG선 발주량 152만9400CGT 중 우리나라는 143만3600CGT를 수주, 94%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7월에만 전 세계에서 총 29척의 LNG선 수주가 이뤄졌는데 그중 우리 조선소는 28척을 쓸어담았다. 중국은 후동중화조선이 단 1척에 그쳤으며, 일본은 수주량이 전무했다.

중국 조선업은 건조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다 보니 특정 품목의 과잉 생산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조선소 가동률은 약 60~65%로, 생산 역량은 여전히 벌크선에 집중돼 있다. 완공된 선박을 보면 벌크선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LNG선과 기타 고품질 선박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7월 중국 해운네트워크에서 발표한 상위 50위 조선소를 보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은 총 주문수 1104척의 59%의 비중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LNG선 LPG선은 각각 1.9% 3%로 저조했다. 

초대형유조선(VLCC)을 건조할 수 있는 공장이 거의 없는 데다, LNG선은 후동중화조선 등 소수의 국영기업만이 건조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중국 조선업 발전의 제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도 강재 가격 상승 악재로 작용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강재(후판) 가격 상승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020년 11월 이후 중국의 조선용 후판 가격은 철강제품 단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52% 급등했다. 올 들어 7월에 이르기까지 선박 건조가격이 12% 상승했는데 대부분 철강재 원가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신조 발주가 늘어나면서 선박 단가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철강재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선박용 철강 원재료 가격 변동은 기업의 원료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산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김 무역관의 설명이다. 

김 무역관은 “중국 조선업의 수주현황은 크게 개선된 반면 원자재(철강) 가격 급상승과 환율 변동 등으로 선박 채산성은 오히려 악화돼 현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복잡한 글로벌 정세와 커져가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우리 조선사들은 수주와 생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산업 공급망 상하류 부문의 원활한 운행, 환율 추이 분석, 원자재 확보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경쟁국가인 중국이 고급선박 제품 생산을 위해 기술개발과 산업 전환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격차가 큰 편이다. 

다만 중국은 ‘제14차 5개년 개발’ 등 중장기 국가발전 계획을 통해 선박과 해양공학 장비 산업의 고품질화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대형조선사들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자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주하고 있다. 

김 무역관은 “현재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고부가가치선박 부문에서 한국 조선업은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후로도 향후 산업발전 추세에 맞춘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시장 선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은 복잡해지는 글로벌 정세, 불확실한 금융시장 등 환경요인으로 인한 산업 상하류의 공급체인 변화와 위험 요인에 대비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춘 고품질 제품 개발을 위한 기반을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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