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년 5월7일 선고 2017도9982 판결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 1 및 검사(피고인들 모두에 대해)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17년 6월16일 선고 2016노4948 판결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피고인 1은 피고인 2 회사를 운영하면서 ① 2015년 2월 초순경 진도 맹골수도 해역에서, ② 2015년 8월 말경 부산 태종대 해역에서 각 침몰된 선박을 찾아 인양한 후 고철 등을 판매해 이익을 취득했다.
검사는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① 피고인 1이 2015년 1월29일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된 선박의 위치를 찾기 위해 외국선박에 설치된 어군탐지기 등을 이용해 해저를 조사했다는 「영해 및 접속수역법」(이하 ‘영해법’이라고 한다)의 위반, ② 피고인들이 허가를 받지 않고 2회에 걸쳐 공유수면을 점용·사용했다는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이하 ‘공유수면법’이라고 한다)의 위반, ③ 피고인 1이 2015년 8월 말경 피해자 공소외 1 회사 소유의 (선박명 생략) 선체 및 (선박명 생략)에 선적돼 있던 피해자 공소외 2 회사 소유의 철판을 절취했다는 절도, ④ 피고인들이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2회에 걸쳐 선체, 고철 등 화물을 운송해 해상화물운송 사업을 했다는 해운법을 위반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했다.
제1심과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① 영해법위반, ② 공유수면법위반, ③ 절도 부분 및 피고인 2 회사에 대한 ② 공유수면법위반 부분에 대해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피고인 2 회사는 상고하지 않았고, 피고인 1만 상고했으나 ② 공유수면법위반 부분에 대해는 상고이유를 주장하지 않았다. 한편, 피고인들에 대한 ④ 해운법위반 부분에 대해는 제1심과 원심이 모두 무죄로 판단했고, 검사가 상고했다.
가. 법률 규정과 쟁점
영해법 제5조 제1항 전문은 “외국선박은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대한민국의 영해를 무해통항(無害通航)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외국선박이 통항할 때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는 것으로 본다. 다만, 제2호부터 제5호까지, 제11호 및 제13호의 행위로서 관계 당국의 허가·승인 또는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11호에서 “조사 또는 측량”을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 1은, 입출항 신고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외국선박의 통항’에 해당하지 않고, 해저에 방치돼 있는 침몰선의 위치를 조사해 이를 인양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는 것이 아니므로 영해법 제5조 제2항 제11호의 ‘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부분 쟁점은 피고인 1의 행위가 ‘외국선박이 통항’하면서 ‘조사’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나. 판단
1) 영해법 제5조 제2항의 ‘외국선박이 통항할 때’라고 함은 외국선박이 ① 영해를 횡단할 목적, ② 내수를 향해 또는 내수로부터 항진할 목적, ③ 정박지나 항구시설에 기항할 목적을 위해 영해를 지나서 항행하는 일체의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및 1982년 12월 10일자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제11부 이행에 관한 협정」(이하 ‘UN 해양법협약’이라고 한다) 제18조 제1항 참조], 외국선박이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선박입출항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출입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영해법 제5조가 규정하는 무해통항의 원칙은 연안국이 영해에서 갖는 주권과 외국선박의 해양에 대한 통행권을 조화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범으로, 외국선박이 연안국의 내수를 향해 항진하거나 연안국의 항구시설에 기항할 목적으로 항행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나) 선박입출항법에 따른 출입신고 제도는 무역항의 수상구역 등에서 선박의 입항·출항에 대한 지원과 선박운항의 안전 및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같은 법 제1조 참조), 외국선박이 영해를 항행할 때 요구되는 무해통항의 원칙과는 그 취지와 목적이 서로 다르다.
다) 따라서 외국선박이 선박입출항법에 따른 출입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영해를 항행할 때에는 무해통항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2) 또한, 영해법 제5조 제2항 제11호의 ‘조사’는 ‘해양의 자연환경과 상태를 파악하고 밝히기 위해 해저면, 하층토, 상부수역 및 인접대기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체의 조사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는 경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가) 외국선박의 영해에서의 무해통항권은 연안국의 주권에 대한 제한을 의미하는데 연안국의 주권에는 자원개발권, 환경보호권, 과학조사권 등이 포함돼 있으므로, 무해통항의 요건으로서의 ‘무해성’에는 위와 같은 주권적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나) 영해법 제5조 제2항 제10호의 ‘어로(漁撈)’의 경우 그 자체로는 연안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지 않는 경우에도 주권의 중요한 내용인 어업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무해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된다.
다) UN 해양법협약 제21조 제1항 (g)호는 연안국이 무해통항과 관련해 ‘해양과학조사와 수로측량’에 관한 법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45조는 영해에서의 해양과학조사는 연안국의 명시적 동의를 얻어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연안국의 명시적 동의를 받지 않은 영해에서의 조사활동은 실질적으로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허용되지 않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라) 그뿐만 아니라, 외국선박이 영해에서의 조사활동을 통해 해양의 자연환경과 상태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이러한 정보는 향후 연안국의 평화와 안전을 해하는 데 활용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조사활동 당시의 목적이 그렇지 않다고 해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 소결론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피고인 1이 진도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된 선박의 위치를 찾기 위해 외국선박에 설치된 어군탐지기 등을 이용해 해저를 조사한 것은 영해법 제5조 제2항 제11호의 ‘외국선박이 통항하면서 조사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영해법 제5조 제2항의 무해통항, 외국선박의 통항과 조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절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절도죄에서 타인의 소유 및 점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에 대한 해운법 위반 부분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해운법의 ‘해상화물운송사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이동원 주심 대법관 노태악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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